커피 대량 재배 위해 큰 나무 제거...야생동물 서식지 계속 줄어
철새‧오랑우탄 등 서식지 지키는 커피 재배 프로젝트 다양하게 진행

[ESG경제=김민정 기자] 세계적으로 커피 수요가 크게 늘면서 커피 재배 면적도 늘어나 철새 등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야생동물들이 휴식하는 자연 환경을 지키면서 고품질의 커피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북미에서 볼 수 있는 블랙번 솔새나 여름 풍금조 등의 철새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중남미의 열대 지방으로 이동을 한다. 열대 지방의 울창한 숲은 겨울 철새들에게 중요한 서식지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커피 재배로 인해 숲이 점점 사라져 가면서 철새들이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커피 대량 생산을 위해 기존에 키 큰 나무의 그늘 아래서 커피를 재배하는 ‘그늘 재배’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 원인이다. 키 큰 나무를 자르고 햇볕에 커피나무를 노출시키는 재배방식이 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해 철새들의 수를 급감시키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늘 재배’ 방식의 커피 생산은 자연 훼손이 적고, 수분 증발을 막으면서 일교차를 해소해 잡초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 햇볕을 적게 받아 열매의 성장 속도가 늦은 반면, 밀도가 높은 커피를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더 빠르게 많은 양의 커피를 재배하는 것이 중요해짐에 따라 곳곳에 대규모 커피 농장이 들어서면서, 그늘 재배 방식을 유지하는 곳이 줄어들었다. 커피나무를 가리는 주변의 수많은 나무를 베어버리고 햇볕을 많이 받게 하는 방식을 채택한 까닭이다.
이렇게 나무들이 베어져 나가면서 숲이 파괴되고, 생물의 번식 확률도 낮아져 생물 다양성에 위기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콜롬비아 커피 농지에서 60% 이상의 숲이 사라졌다. 이에 본래 숲을 터전으로 삼고 있었던 다양한 새들의 개체 수가 크게 줄었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지속 가능한 커피 재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
철새 서식지 지키는 커피재배 '버드 프렌들리'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커피 재배방식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버드 프렌들리(Bird Friendly)’다.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국립 동물원의 새 센터 SMBC는 1999년에 ‘버드 프렌들리’ 인중 기준을 설정했다.
버드 프렌들리는 인증 기준을 충족한 커피 농장의 커피 콩을 높은 가격에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생산자를 지원하면서 철새와 자연림을 보호하는 프로젝트다. 버드 프렌들리 인증을 받은 커피는 봉투 뒷면 등에 로고를 인쇄해 판매한다.
버드 프렌들리 방식으로 재배한 커피는 느리게 성장하기 때문에 수확량이 적은 반면, 밀도가 높아 풍미와 향이 훨씬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고품질의 커피로 유명한 아라비카 커피의 대부분은 그늘 재배 방식으로 생산된다.
또 버드 프렌들리 인증 제품은 살충제와 비료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재배에 소요되는 비용이 절감되고, 환경오염 우려도 적다. 나무를 베지 않기 때문에 새들의 서식지가 유지되고 이 새들이 해충을 해결해 살충제 사용에 대한 우려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 풍성한 나뭇잎이 비료 역할을 하게 되어 열매에 충분한 영양분도 제공한다.
버드 프렌들리 인증을 받은 커피가 국내에선 아직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지 않다.
멸종위기 오랑우탄 지키는 커피재배 '오랑우탄 커피'

버드 프렌들리 인증과 비슷하게 멸종 위기종인 오랑우탄을 보호하는 인도네시아의 ‘오랑우탄 커피’ 프로젝트도 있다. 오랑우탄은 주 거처인 열대 우림이 감소함에 따라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오랑우탄의 주 서식지인 인도네시아 저지대 열대 우림 서식지는 20%만 남아 있다.
‘오랑우탄 커피’ 프로젝트는 비영리 단체 ‘PanEco'와 세계적인 바리스타 및 로스터 커피 기계 제조업체가 함께 설립한 ’오랑우탄 커피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1만 4000마리의 오랑우탄이 서식하는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커피 생산자를 지원해 커피 품질 향상이 목적이다. 현재 약 350명의 소규모 자작농이 EU 유기농 표준에 따라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농업 및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비영리 단체 CABI(Commonwealth Agricultural Bureau International)의 커피생산부문 전문가인 피터 베이커는 “커피 생산 국가들 대부분은 숲을 제거해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며, “자생식물의 수와 야생동물 수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ESG 경영을 중시해야 하는 지금은 인위적인 숲 훼손을 줄여 생물다양성 보존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