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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 폐쇄와 직원 감축은 ‘ESG 역행’ ?...디지털 금융 반대 목소리 커진다

  • 기자명 김민정 기자
  • 입력 2022.02.24 09:00
  • 수정 2022.02.24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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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은행들, 지점 출납 서비스 중단 계획 취소...노인 등 금융 소외계층 배려
금융 디지털화 반대 캠페인에 고령자들 중심으로 64만명 동의
국내 은행권 점포 축소, 고용 불안 문제도 심각...대선 뒤 속도 조절 논의 일듯

국내외 은행업계가 디지털 금융 서비스 전환을 위해 점포 폐쇄를 강행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픽사베이
국내외 은행업계가 디지털 금융 서비스 전환을 위해 점포 폐쇄를 강행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픽사베이

[ESG경제=김민정 기자] 국내외 은행업계가 디지털 서비스 전환에 적극 나서면서, 점포 폐쇄와 직원 감축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고객 편의성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ESG 경영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들은 노인 등 금융 소외계층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은행 창구 출납원 서비스 중단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은행들의 당초 기존 점포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디지털 서비스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워놨었다. 점포 운영비 등을 축소하고, 고객의 편의성도 높인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디지털 서비스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었다. 

스페인에서는 금융 디지털화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일어, 노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64만명의 동의 서명을 얻었다. 2월 초 서명을 전달받은 스페인 경제부는 은행권과 '노인 금융 포용성' 방안 논의에 돌입했고, 은행권과 경제부의 합의에 따라 점포 출납원 서비스를 계속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은행 창구 폐쇄와 인력 감축에 불만 커져

국내에서도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 문제뿐만 아니라, 은행권 노동자 고용 불안 우려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7000개가 넘던 국내 은행 점포는 5년새 1500개 넘게 줄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폐쇄된 국내 은행 점포는 총 1507곳으로 집계됐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 수를 줄여 오던 차에, 최근 코로나 19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축소 속도가 더 빨라졌다.

2015년 7000개가 넘던 국내 은행 점포는 5년새 1000개 넘게 줄었다.
2015년 7000개가 넘던 국내 은행 점포는 5년새 1000개 넘게 줄었다.

금융당국은 금융 소외층이 늘어나는 것과 고용불안이 제기되는 가운데, 점포 축소에 속도 조절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율성과 단기 수익에만 치중해 은행 점포를 대거 폐쇄할 경우 금융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사회적 책임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권이 적자를 보는 상황이 아님에도 점포 폐쇄를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점포 운영비용을 문제 삼아 점포 수를 줄이고 있지만, 실제 은행의 순이익은 갈수록 늘어 비용 문제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6000억원, 누적 당기순이익은 15조5000억원이다. 전년 동기(3조5000억원·10조3000억원)와 비교해 50% 이상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2021년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2021년 누적 당기순이익은 15조5000억원이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2021년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2021년 누적 당기순이익은 15조5000억원이다. 자료=금융감독원

하지만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속도를 따라가며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은 피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금융 소외계층 문제는 금융소비자 디지털 교육 강화 등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여러 은행이 한 공간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 지점 운영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점포 관리 책임 소재 문제, 영업전략 유출 우려 등으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구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금융당국의 공동 지점제나 공동 ATM의 추진도 부진하다"며 "공동 점포 운영, 고령자·장애인 친화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구축, 금융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동지점 운영에 대한 은행권의 요구 범위가 서로 다르고 영업전략 노출 우려도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 선진국들의 경우, 지점 폐쇄에 관한 사회적 논의 끝에 법령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자율규제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당국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은행권의 인력 감축과 급증하는 예대마진 등이 이슈가 되면서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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