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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정보 표준화, 투자자 도움주는 방향으로 착착 진전

  • 기자명 김광기
  • 입력 2021.02.23 08:51
  • 수정 2021.02.23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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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 등 글로벌 5개 기관 공시표준 문제 해결 합의.
S&P, 무디스 등 ESG 데이터 측정 업체들도 협력

국제 사회에서 ESG 정보공시 표준화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국제 사회에서 ESG 정보공시 표준화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SG경제=신민영 평가컨설팅부문장] ESG에 충실한 경영과 투자에 걸림돌 중 하나는 지침 내지 가이드가 뚜렷하지 않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주요국 기업들의 ESG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표를 평가하는 기관이 무려 600여개로 추산되는데 기준이 제 각각이다.

그러다 보니 대체 어느 표준에 따라서 어떤 자료를 작성하고 결과를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문제의식이 커가는 가운데 최근 이에 대한 해결 시도가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CDSB(기후정보공개기준위원회),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IIRC(국제통합보고위원회) 등 공시표준을 정하는 5개 기관이 문제 해결을 위해 손을 잡았다.

지난 해 9월 공동의 표준을 마련하는데 협력하기로 합의한 후 후속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계 분야에서 GAAP(일반회계기준)과 IFRS(국제회계기준)가 이뤄낸 재무보고 시스템과 같은 성숙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ESG 측면에서도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5개 기관은 협업의 배경으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전세계적으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2019년 BRT(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선언 이후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다보스 매니페스토’를 개정, ESG를 강조하는 기준을 만들었다.

실례로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해 1월 TCFD(기후변화재무정보공개태스크포스) 및 SASB의 권고에 따른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의 경영진에 대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반대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둘째, ESG 공시와 관련한 정부와 투자기관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시와 관련해 지난해 1월 유럽위원회(EC)가 ESG 공시의 표준을 개발해야 한다는 안건을 내놓은 데 이어 IMF와 미국 SEC(증권관리위원회)도 글로벌 통합 공시, 의무공시를 위한 ESG표준화 등을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6월 IIF(국제금융협회)와 IFRS는 더 나은 ESG 공시를 위한 사항을 논의하고 ESG표준을 세팅할 계획임을 밝혔다.

셋째, 그에 반해 ESG 지표는 여전히 미성숙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들 기관들은 ESG 지표가 재무지표와 달리 아직 시장에 혼돈을 주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ESG와 관련해 공통된 기준이 제시된다면 보다 질 좋은 ESG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정보가 시장에 공급될 경우 이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SASB가 CDSB와 공동으로 TCFD의 권고안 실행가이드 제시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이들 기관은 공통의 비전을 도출하고 공통의 시장가이던스를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가장 큰 목적은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근거, 글로벌하게 동의하는 지속가능성 주제와 관련해 공시기준을 세우고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되는 표준세트를 정의하는 것이다.

기업의 재무현황을 알고 싶으면 재무제표를 보고 운영성과가 궁금하면 손익계산서를 찾듯이 기업의 비재무지표에도 표준 세트를 정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초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SASB가 CDSB와 공동으로 TCFD의 권고안에 관한 실행가이드 및 사례집 핸드북을 발간했다. GRI와 SASB는 공동으로 표준 제정작업을 하기 위해 협업시행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겠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결국 SASB와 TCFD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공기업의 예를 보면 2019년 CSR리포트 작성에서 GRI를 기준으로 한 기업이 절대다수였으나 2020년에는 SASB와 TCFD를 표준으로 한 곳이 뚜렷이 늘어났다.

이는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GRI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여러 분야의 이해관계자를 포괄하려 한 반면에 SASB와 TCFD를 주도하는 주요주체는 금융기관이다.

다시 말하면 GRI의 경우 모든 조직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보공개 기준을 광범위하게 담고 있지만 SASB와 TCFD는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ESG 위험과 일부 기회요인을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ESG에 관심이 큰 잠재적 고객의 중심축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서 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ESG 데이터 측정 업체들도 신뢰성 제고 노력

ESG 데이터를 측정 발굴하는 업체들도 손을 잡고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ESG 정보 측정업체인 'S&P 글로벌'과 '무디스 ESG 솔루션 그룹' 등 글로벌 데이터 업체들이 최근 '리피니티브(Refinitiv)'가 설치한 데이터 공급자 위원회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새롭게 발족한 위원회는 중요한 ESG 데이터를 감별하는 노력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경영과 투자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데이터들을 추출해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성 확보가 관건이다.

이번 위원회에 참여한 S&P와 무디스, 리피니티브는 ESG 데이터 제공업체들 중 최고의 규모를 자랑한다. S&P 글로벌은 2016년 탄소 정보 수집 기관 트루코스트(Trucost)와 ESG 등급 평가기관 로베코샘(RobecoSAM), 분석 기관 IHS 마킷(IHS Markit)을 차례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라이벌인 무디스 또한 기후위험 데이터 회사인 427(Four Twenty Seven), ESG 등급 평가기관 비지오 아이리스(Vigeo Eiris), 중국 기반 ESG 정보 제공업체인 신챠오(SynTao Green Finance)를 차례로 흡수했다.

리피니티브 또한 ESG 등급 제공기관 그리즐리(Grizzly Ratings)와 함께 지난해 런던증권거래소에 인수됐다.

위원회는 UN이 지원하는 FoSDA(Future of Sustainable Data Alliance)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UN은 지난해 12월 기후채권 이니셔티브(CBI), 세계경제포럼(WEF), IIF(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 등과 함께 ESG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oSDA를 발족했다. 세리 마데라 FoSDA 회장은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98%가 의사결정에 ESG 데이터를 고려하지만, 83%는 데이터를 장애물로 꼽기도 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ESG 관련 기관들이 손잡고, 믿을 수 있는 데이터들을 계속 축적해 나가며 객관적이고 투명한 ESG평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결실을 맺길 기대해 본다.

                               신민영 ESG경제 평가컨설팅 부문장
                               신민영 ESG경제 평가컨설팅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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