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 쓰레기 대폭 감축...45가지 방법으로 재활용 분류
지역 농산물 낭비 제로 도전, 불필요한 제품은 무료나눔
마을 주민 1500명 대부분과 방문객, 공유차량으로 이동
[ESG경제=김민정 기자] 탄소와 쓰레기의 순배출이 없는 마을의 모습을 과연 어떨까? 그 안의 사람들의 생활은 어떨까? 전 세계가 목표로 합의한 2050년 넷제로 세상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곳으로, 미국 일본의 작은 도시 가미카츠를 방문한 르포기사를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실었다.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는 30%, 연 평균 기온은 1.15도 올라갔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폭우, 폭설, 엘니뇨 현상 등과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이 더욱 빈번해졌고, 전에 없던 바이러스까지 등장해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시코쿠 섬의 산 속에 자리 잡은 가미카츠 마을이 탄소배출과 폐기물 없는 삶을 향해 활발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고 WP의 이예희 도쿄지국장이 보도했다.
주민 약 1500여 명이 살고 있는 가미카츠가 2003년 일본 최초로 폐기물 제로를 선언한 지방자치단체다. 그 이후로 이 도시는 폐기물 처리에 사용되는 연소 시스템을 탄소 중립 목표 도달을 위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현재 가미카츠는 2030년으로 설정한 탄소중립 및 폐기물 제로 목표를 향해 약 80% 달성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미카츠는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 거주자인 농촌 공동체로, 인구가 급속히 줄고 있다. 이 마을의 제조업체들은 폐기물과 화석연료 연소를 줄이기 위해 재활용 가능한 재료만을 소비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쓰레기는 45가지 방법으로 재활용 분류

우선 마을에서는 제로 폐기물 센터(Zero Waste Center)를 운영한다. 센터에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소각로에 보내기 전, 45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종이 제품만 해도 총 9가지로 분류할 정도다. 주민들은 더러워진 물건을 깨끗히 세척하고 건조시켜 재활용에 적합하게 만든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는 폐기물을 환경 친화적인 제품과 교환할 수 있는 '재활용 포인트 제도'가 한 몫을 했다. 또 자신이 분류한 재활용 쓰레기가 어떻게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지 자세하게 보여주는 표지판도 만들었다. 주민들은 표지판을 통해 자신이 달성한 사회적 책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제로 폐기물 센터 환경 책임자인 모모나 오츠카는 "주민들이 협력하면 재활용에 사용되는 비용이 줄어들고 협력의 결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며, ”일본 정부가 1997년 각 지자체에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줬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모범적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무료나눔' 중고품 가게 운영

제로 폐기물 센터(Zero Waste Center)에서는 '쿠루쿠루 샵'으로 불리우는 중고품 가게를 별도로 운영한다. 지역 주민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필요한 사람들이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가게에 들어오는 물건은 무게를 측정하고 기록해, 재사용량을 확인하기만 한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에만 총 447kg의 배터리와 술, 안경, 가구, 출산 의류, 장난감 등의 물품이 재활용됐다. ‘쿠루쿠루’는 일본어로 ‘둥글게 둥글게’라는 뜻으로, 상점 자체가 업사이클된 제품들로 만들어졌다.
바닥재는 기증 받은 접시의 유리를 깔았고, 창문은 저마다 각 가정에서 버려진 것들을 모아 만들었다. 또 유리병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샹들리에도 배치됐다.
순환 경제 시스템 달성한 양조장과 호텔

마을에는 공예 양조장도 있다. 이 곳에서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작물들 중,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을 사용해 만드는 공예 맥주를 양조한다.
맥주 제조에 사용되나 나오는 찌꺼기 곡물은 액체 비료로 변환하는 방법을 통해, 다시 맥주 생산에 사용되는 재료인 보리를 재배하는데 사용한다.
이 마을은 또한 지난 2020년 폐기물 없는 작은 호텔을 열었다. 호텔에 머무는 손님들에게는 여섯 개의 쓰레기통이 제공된다. 호텔 인테리어는 모두 데님으로 만든 패치 워크 퀼트 등, 재사용된 재료만을 사용했다. 가구는 쇼룸 모델을 사용했다.
호텔 손님들은 개별적으로 사용할 비누를 필요한 양만큼 잘라서 가져간다. 커피 원두는 손님이 원하는 컵 수에 따라 분쇄되어 낭비되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도 가능한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마을에서 판매되는 음식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생산되는 재료만을 사용하고, 요리 장식에 사용되는 제품은 마을 154 가구의 70세 이상 여성들이 다양한 디자인으로 직접 만든다.
운송시스템에서도 낭비를 줄였다. 가미카츠는 가까운 도시인 도쿠시마에서도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하는데, 승차공유 시스템을 이용하면 연료 낭비 없이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약 40 명의 사람들이 직접 주민이나 방문객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자동차를 공유하고 있다. 승차 공유 시스템은 대부분 주민들이 이용하며 이 마을의 시장도 운전자로 등록돼 있다.
제로 폐기물 센터 오츠카 환경 책임자는 “우리 마을은 건축과 레스토랑, 운송 수단 등에서 폐기물 제로 및 탄소중립이 모두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도시들에 우리의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