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자들, 고성장 기술주 위주로 포트폴리오 구성
올해 기술주 부진하자 ESG 펀드들 수익률 추락
골드만 "전통 제조업과 상품 분야에도 ESG투자 대상 많다"

[ESG경제=이진원 기자] “ESG 주자자들이 테크 주식 위주로 투자하는 것은 게으른 행동이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GSAM)이 기술 분야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들에 일침을 가했다. ESG 투자자들이 탄소배출이 적어 친환경적 성격이 짙으면서 고성장주란 이유로 다른 옵션은 고려하지 않고 기술주 비중을 지나치게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꾸리면 ‘불필요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의 신흥시장 펀더멘털 증시 포트폴리오 운용부문 사장인 루크 바스(Luke Bars)는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SG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잘나갔을 뿐만 아니라 ESG 투자를 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이러한 고성장주에 익스포저를 늘리는 게 유행이었다”면서 “하지만 ESG 투자를 한다고 해서 특정 섹터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 제조사의 공급망과 친환경 농업과 건물용 전력 공급 회사처럼 환경 이슈에 해결책을 제공해줄 수 있는 투자 영역이 얼마든지 많아,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스는 구체적인 주식을 언급하지는 않은 채 “이러한 영역이 장기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술 분야 투자 올해 수익률 부진...나스닥 급락 영향

ESG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기술주 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지만 올해 들어 특히 매파적으로 변한 연방준비제도 영향에 쓴 맛을 보고 있다. 나스닥 100 지수는 4월에만 무려 13.56% 하락하면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부진한 한 달을 보내는 등 4일까지 올해 들어서만 약 20% 가량 하락했다. 아마존 같은 대표적인 대형 기술주는 하락률이 20%를 넘는다.
나스닥의 변동성도 극도로 높아졌다. 예컨대, 4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0.75%포인트(75bp) 금리인상,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자 나스닥은 3.19% 급등 마감했다.
그러나 장 마감 뒤 시장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을 잘못 해석했다는 지적이 확산하자 하루 만인 5일에는 647.16포인트(4.99%) 급락한 12,317.69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1월 30일 이후 17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시장에서 파월 의장이 당장 75bp의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을 뿐 인플레이션 상황을 감안한다면 연준은 꾸준히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해지자 투자자들은 기술주 투매에 나선 것.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ESG 펀드들의 기술주 의존 비중은 계속해서 높여 수익률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가령 세계 최대 ESG 상장지수펀드(ESG)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ESG 어웨어 MSCI USA ETF'는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주로 투자 중인데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 약 15% 정도다.
기술 분야 중심 투자에 대한 투자자 불만도 커져
기술주 부진에 이처럼 ESG 펀드 수익률이 신통치 않자 ESG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불만도 서서히 커지고 있다.
쟝-자비에 헤커(Jean-Xavier Hecker) JP모건체이스의 ESG 증시 리서치 공동수석인 3월 “일부 ESG 투자자들이 기술 분야 외에 다른 분야 투자를 하지 않아 놓친 기회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다른 분야’란 올해 상승하며 기술주와 다른 길을 걸은 방위산업주나 자원관련주 등을 말한다.
이와 동시에 ESG 보다는 수익률이 더 중요하다는 ESG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찰스슈왑(Charles Schwab)이 영국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6%는 자신이 투자한 돈이 지속가능 분야로 투자되는지 여부보다는 최대한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찰스슈왑의 리처드 플린(Richard Flynn) 상무이사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여전히 ESG처럼 좋은 목적에 투자하는 걸 선호하긴 하지만 실질적인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러한 윤리적 투자를 계속해야 할지 갈등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재생에너지 생산처럼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기업들에 투자하길 바라지만, 투자 성과를 희생하거나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걸 꺼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SG 투자자들이 이제 기회비용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