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포대와 커피 원두백을 포장재로 재활용, 장애인들에 일자리 제공도
양조장을 방문객과 소통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

[ESG경제=이가은 기자]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92년 세월을 고스란히 머금은 목조건물에서 3대째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금풍양조장을 찾았다. 양조장 곳곳에는 술을 담아 온 흔적이 남아있고, 맑은 우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깊이를 더한다. 전통 방식으로 빚은 금풍막걸리는 제품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최근 현대적 감각이 더해져 색다른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금풍양조장은 업계 최초 비건 인증을 획득하고, 친환경을 위한 삼무(三無)원칙을 지키며 소리없이 ESG경영을 실천하는 소기업이다.
금풍양조 양태석(47) 대표는 "사실 ESG란 용어가 뭔지 정확한 개념은 잘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양 대표는 그저 제품 생산과 유통의 전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청년과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을 따름이다.
▶금풍양조장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31년 이전에 지어진 목조건물(건축물대장 기준)에서 김학제 할아버지가 '금풍(金豊)' 이라는 상호로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곡식의 풍성함이 좋은 막걸리를 만드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969년 저의 할아버지(양환탁)가 인수하셨고, 아버지(양재형)로 이어져 현재는 제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6.9도의 금풍막걸리입니다. 1969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6.9도를 선택했습니다. 감미료가 없어 단백하고 목 넘김이 좋습니다.

▶금풍양조장은 친환경 삼무(三無)원칙을 실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농약으로 재배한 강화도 친환경 쌀을 사용하고, 감미료 없이 제조하며, 쌀 포대를 포장재로 재활용해 제로 웨이스트(쓰레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특히 쌀 포대로 업사이클링한 냉온백과 커피 원두백에 구매하신 막걸리를 담아드리고 있는데 인기가 높습니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저는 사실 친환경 활동가는 아닙니다. 처음에는 강화 친환경 쌀이 비싸서 사용할 생각도 못했습니다. 막걸리의 생산, 상품화, 판매 과정에서 개선하고 싶은 부분을 고민하면서 친환경을 실천하고 계신 협력업체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금풍양조도 친환경 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게 된 것 같습니다.
▶쌀 포대 업사이클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막걸리 제품 포장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술은 개인 취향에 따라 맛과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포장에 금풍양조의 스토리를 담고 싶었습니다. 쌓여진 쌀 포대로 무엇인가 만들고 싶었는데 업사이클링 업체 '작당주의' 송훈화 대표를 만나면서 본격화 되었습니다.
예전 쌀 포대는 비닐 재질로 되어 있고 튼튼하지 않아서 업사이클링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밀가루 포대와 외국 로고가 있는 소재가 있었지만 업사이클링을 위해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강화도 친환경 쌀을 생산하시는 강화드림 한성희 대표님이 쌀과 함께 업사이클링 가능한 쌀 포대를 만들어 주시면서 쌀 포대 냉온백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커피 원두백 리사이클링도 독특한 것 같아요.
금풍양조장에서는 봉투 대신 커피 원두백을 사용합니다. 1kg 원두백에 금풍양조장 막걸리 두 병이 딱 맞게 들어갑니다. 원두백 디자인이 달라 고객 분들도 좋아하시고, 지역 카페를 홍보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쌀 포대처럼 카페에서 버려지는 커피 원두백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원두백으로 파우치를 만들고 싶었지만 개당 1만원의 제작비가 들어서 손잡이 구멍만 뚫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원두백 재사용에 대해 카페 사장님들께 제안했을 때 모두 좋아하셨습니다. 어차피 버려지는 것이기도 했고, 재활용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강화도에 수백개의 카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중 온수리에 있는 13개 카페에서 커피 원두백을 받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직접 돌아다니면서 원두백을 수거하고 깨끗하게 세척하여 손잡이 구멍을 뚫어 마무리합니다.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직접 수작업으로 하시는 것이 힘들지 않나요?
수거하여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중 중증장애인 인력을 연결하는 희망일터에 작업을 의뢰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장애인 대상 지역 일자리 창출과 순환경제, 지역사회 공헌 등을 위해 인천시와 강화군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향후 지차체와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더욱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금풍막걸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판매 방식이 궁금합니다.
우리 제품은 금풍양조장 현장에서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유통 채널을 이용해 많이 판매하는 것 보다는 전통 양조장의 복원과 막걸리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막걸리를 많이 파는 것도 좋지만 금풍양조장의 역사, 문화, 공간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콘텐츠 사업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조장 투어, 술 빚기 클래스,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문객과 소통하면서 양조장을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양 대표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친환경 경영을 이어가게 됐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재료로 빚은 막걸리, 쓰레기가 될 뻔한 소재의 재활용,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계속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100주년을 기념하는 술이 곧 출시된다. 새롭게 변모하는 양조장은 방문객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풍부한 역사와 전통을 재해석하여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며 소리없이 ESG까지 실행하는 금풍양조장을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