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와 실업, 독과점·불평등 부추긴다는 지적.
ESG 최고등급 기업 실효세율 18.4% vs. 최하등급 27.5%

[ESG경제=전혜진 기자] 최근 주식투자의 중요 잣대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와 관련해, 빅테크 등 고용을 줄이고 세금을 덜 내는 기업들이 큰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SG투자 자금이 오히려 ESG 취지에 역행하는 기업들에 쏠려 자본시장의 자산 배분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글로벌 금융투자 기관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ESG 투자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자동화와 불평등, 독과점 강화 등 사회적 위기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 소재 증권사인 스톤엑스(StoneX)의 글로벌 투자전략가 빈센트 델루어드(Vincent Deluard)는 “ESG 평가등급에 따른 투자금을 자동 배분하다 보니 자금흐름이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상장지수펀드(ETF) 데이터분석 업체인 트랙인사이트(TrackInsight)에 따르면 ESG 우수기업에 투자하는 ETF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1740억 달러(원화 약 193조4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90억 달러)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ESG 우수평가를 받은 기업들이 그만큼 많은 유동성을 끌어들여 주가 상승폭도 컸다는 분석이다.
* 트랙인사이트에서 ETF 분석결과와 조사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trackinsight.com/en/esg-observatory?utm_source=FTETFHub&utm_medium=Link&utm_campaign=ESG_Observatory

ESG 등급 AAA 기업들 세율 18.4% vs. CCC등급 27.5%
ESG 평가등급이 높은 기업은 동종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기업보다 적은 세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로부터 가장 높은 ESG 등급(AAA)를 받은 기업들의 지난해 평균 세율은 18.4%인 반면 ,가장 낮은 등급(CCC)을 받은 기업들의 세율은 27.5%로 훨씬 높았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는 탄소감축계획과 인권정책, 생물다양성 등 대부분 ESG 지표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지만 최근 8년 간 실효 법인세율은 16%에 그쳤다. 이에 비해 ESG 평가등급 최하위권인 CCC를 받은 유니버셜헬스서비스의 법인세율 부담율은 47%로, MS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런 문제는 MS나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이익은 너무 커서 낮은 실효세율에도 불구하고 납부한 세금의 절대액이 크게 나와 높은 점수를 땄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또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평가모델의 경우 551개 ESG 지표 중 불과 5개만이 세금과 관련한 것이어여 전체 평가등급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반비례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FT는 지적했다.
ESG 등급이 높은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은 국가별 세율 차이를 이용해 법인세를 줄이고, 세제 혜택이 큰 무형자산을 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빅테크 기업들은 세금을 덜 내면서도 환경 분야 등의 높은 스코어 덕분에 ESG 최고 등급을 받고 있다.
평가등급 의존한 ESG 투자, 증시 자산배분 왜곡도
고용에 있어서도 ESG 투자는 유사한 추이를 보였다. ESG 주식형 ETF들이 많이 투자하는 ESG 최고 등급 기업 15곳과 투자 비중이 낮은 ESG 최하 등급 기업 15곳을 비교해 보면 극명해진다. 애플과 MS 등이 속한 ESG 우수기업들은 총 19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반면, 월마트와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보잉 등이 포함된 ESG 최하등급 기업들은 51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러셀3000지수에 속한 기업들을 봐도 ESG 우수 기업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평균 20% 이상 종업원 수가 적다. FT는 “ESG 투자자들이 노동집약적인 기업을 기피하는 탓에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과 의도치 않은 전쟁을 벌여 승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ESG 투자에선 무의식적으로 직원이 많은 기업 주식을 팔고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쓰는 기업 주식을 매입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 됐다”이라며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직원 없는 기업은 파업이나 노사갈등이 적으며, 로봇과 알고리즘에 의해 생산이 이뤄지면서 남녀 직원 간 임금 격차도 크지 않아 ESG 우수 평가를 받은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시가총액 감안해 고용 및 세금 기여도 평가해야
FT는 “ESG 평가와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조세 회피형 기술 독과점 기업이나 종업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형 제약회사와 금융회사 등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리게 만들었다”면서 “이렇다 되다보니 ESG가 현재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구할 수 있을 지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소중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ESG 투자가 의도치 않게 산업화 이후 자본주의 경제가 가진 병폐를 더 확산시키는 측면도 있다”며 “ESG 평가에 있어 세금이나 고용 항목을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을 반영해 점수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평가기관이 너무 난립해 같은 기업이라도 ESG 평가등급이 천차만별이며, 평가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사례도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주요국 금융정책당국과 증권거래소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SG 관련 통계와 데이터의 공시 내용을 표준하하는 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