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의 ESG 효과 보여주는 연구 보고서 잇따라 나와 논의 활기
헤지펀드들, 공매도 ESG 인정 로비...규제당국도 긍정 선회 움직임

[ESG경제=이진원 기자]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공매도가 합법적 ESG 전략이라는 헤지펀드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매니지드펀드협회(Managed Funds Association, MFA)는 공매도가 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 중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기업들의 투명 경영을 압박함으로써 자본지출을 최대 1400억 달러(약 18조 원) 줄여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브라이언 코베트 MFA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ESG에서 공매도의 역할이 오랫동안 논쟁거리였지만, 당사 연구는 기업의 자본비용에 미치는 영향과 포트폴리오에 ESG를 통합하기 위한 도구로써 공매도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정량적 증거를 제시해준다”고 말했다.
MFA는 S&P500 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16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들은 S&P500 내 스코프1(탄소 직접 배출)과 스코프2(탄소 간접 배출) 기준으로 전체 편입 기업 총배출량의 약 절반을 배출하고 있다. 분석 결과 공매도로 인해 주식 공급이 늘면 주가가 낮아지고, 기업의 가중평균자본비용이 평균 1~3%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자본지출을 8%, 돈으로 환산 시 1,400억 달러 상당 금액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매도의 ESG 목표 달성 효과 논란 점화될 듯
대체펀드 운용업계를 대표하는 MFA의 이번 분석은 공매도가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 목표 달성을 돕는 데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할 전망이다.
MSCI사(社)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공매도가 자본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제한적이라면서 ESG 전략으로서 공매도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헤지펀드 업계는 공매도의 효과를 주장하며 이러한 주장을 반박해왔다.
코벳은 “공매도는 투자자들이 ESG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다른 도구와 함께 쓸 수 있는 특이한 보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당국은 ESG 그린워싱 감독 강화 중
공매도가 ESG 전략으로 적합한지를 둘러싼 질문은 금융 규제당국이 ESG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근 독일 당국은 그린워싱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도이체방크 AG와 산하 투자법인인 DWS그룹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의 ESG 펀드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이름에 '청정에너지'나 'ESG'가 들어간 펀드를 4개 이상 운용하고 있는데, 이 펀드들의 실제 투자 대상이 홍보했던 것과 다르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로펌인 시몬스앤시몬스의 ESG 파트너이자 글로벌 책임자인 소날리 시리워데나는 “ESG에 대한 명확한 규제 지침의 부족이 우려된다”면서 “규제당국이 공매도 등 여러 문제를 둘러싼 혼란을 해결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공매도를 ESG 전략으로 인정해달라 로비
헤지펀드 업계는 규제당국이 공매도를 ESG 전략으로 인정하도록 로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헤지펀드가 ESG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임을 적극적으로 알려 ESG 투자금을 확보하려는 게 목적으로 풀이된다.
2021년 3월에 시행된 유럽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SFDR) 지금까지 공매도를 ESG 전략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유럽연합(EU)이 좀 더 수용적인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는 신호들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 증권시장국(European Securities and Markets Authority, ESMA)의 ESG 보고 전문가인 패트릭 칼슨은 “현재의 SFDR 틀 내에서는 헤지펀드가 어떻게 공매도 포지션을 보고해야 하는지가 전혀 명확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 “ESMA는 업계의 불만을 수용해 공매도 분야와 관련된 실질적인 지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금융 규제기관인 금융행위관리국(Financial Conduct Authority) 역시 ESG 규정집인 지속가능성공개요구(Sustainability Disclosure Requirements)를 마련하면서 공매도를 포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FCA는 연초 블룸버그에 “시장에서 통용되는 폭넓은 ESG 전략을 적절히 수용하기 위한 규제 틀을 만들기 위해 지속가능 투자에서 파생상품, 공매도, 증권담보대출의 역할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