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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축소...독일 산업계 선택은?

  • 기자명 이신형 기자
  • 입력 2022.06.24 10:55
  • 수정 2022.06.24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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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발전 수명 연장에 무게...가스 발전소 개조도 추진
‘35년 EU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 중단 계획에 반대 움직임도

독일 베를린의 열병합발전소. 러시아가 독일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60% 축소하자 독일 정부는 비상 계획
독일 베를린의 열병합발전소. 러시아가 독일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60% 축소하자 독일 정부는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EPA=연합

[ESG경제=이신형기자] 러시아가 독일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자 독일 기업들이 석탄과 같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을 다시 사용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지난주 노르트스트림 1 가스관을 통한 독일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60% 줄였다.

그러자 켈하임파이버 등 독일의 기업들은 가스발전소 설비를 석유나 석탄 사용이 가능하도록 개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위생용품과 필터류에 사용되는 비스코스 섬유를 생산하는 켈하임파이버는 공장이 있는 바이에른 주정부에 가스발전 설비를 석유발전으로 전환하기 위해 최소 200만 유로가 들어가는 개조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켈하임파이버의 볼크강 오트 CEO는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석유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 설비 개조에는 6~8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화학기업 바스프는 우선 감산을 검토하고 있고 경쟁사 랑세스는 폐쇄하기로 한 일부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오트 CEO는 가스 가격 급등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 국책금융기관 KfW와도 자금 지원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최대의 동 제련업체 아우루비스도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발전소 개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우루비스는 매년 170억 유로를 에너지에 지출하는 에너지 집약적인 기업 중 하나다.

올해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우루비스는 EU의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독일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따라 탄소 배출량 감축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이제는 생존이 압도적인 우선 순위에 있다.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면서 독일 산업계는 결국 다시 석탄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녹색당 의원인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석탄 의존도가 높아지면 독일의 탄소발자국이 증가할 것이라며 “세상을 깨어있는 눈으로 보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 대해 기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난 얼마나 심각한가?

독일은 현재 가스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는 3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한다.

독일 에너지당국은 21일 제조업체의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유도하는 입찰 시스템을 도입해 산업용 가스 사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종합화학 기업 바스프는 루트비히하펜 공장의 비상 에너지 수급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공장은 독일에서 단일 공장 중 전력 소비가 많은 공장으로 독일 전체 수요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바스프는 로이터 기자에게 이 공장에 공급되는 천연가스가 최대 수요의 50% 밑으로 떨어지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스 공급량이 최대 수요의 50% 이상을 유지하면 감산이 필요하지만 공장 가동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바스프의 루트비히하펜 공장은 약 200개 단위의 생산 설비로 이루어져 있고 연간 6테라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바스프는 감산이 필요하면 수요자와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어떤 제품의 생산을 먼저 중단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스프는 식품과 의약품의 필수 원료와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한다.

지난 2005년 바이엘에서 분사한 특수화학 업체 랑세스도 공장 가동 중단을 피할 방법을 찾고 있다.

레버쿠젠과 크레펠트 공장에서 가동 중인 석탄 화력 발전소의 가동 중단을 연기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랑세스 관계자는 로이터 기자에게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수백 명이 실직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린드너 재무장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계획 반대

한편,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산업협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독일 정부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유럽연합의 계획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와는 관련이 없는 입장 표명이다. 내연기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독일 자동차업계를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린드너 장관은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자유민주당 소속 정치인이기도 하다. 자유민주당은 친기업적인 행보를 보이는 정당이다.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 감축 종합대책인 ’핏포 55‘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있는 유럽의회는 8일 2035년부터 내연기관 승용차와 경상용차 판매 중단을 위한 법안을 찬성 339, 반대 249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EU는 승용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55%, 2035년 100% 감축하게 된다. 경상용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 50%, 2035년 100% 감축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중단된다.

유럽의회는 이번주 ’핏포 55‘ 이행을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조치와 탄소배출권 거래제 개편안을 포함한 ’핏포 55‘ 관련 조치는 유럽의회에서 관련법안이 통과되면 EU 회원국과의 협의를 거쳐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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