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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ESG투자…유엔 PRI 가입 기관들, ESG 역행 의결권 행사 많아

  • 기자명 이경재 기자
  • 입력 2021.03.06 18:04
  • 수정 2021.03.23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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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 가입 미국계 자산운용사 50곳의 주총 투표행태 분석 논문.
가짜 ESG 경영과 투자로 시장 버블 형성 우려도

유엔 PRI 가입 기관들의 서명 세리머니 장면.
유엔 PRI 가입 기관들의 서명 세리머니 장면.

[ESG경제=이경재 기자] ESG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는 ESG투자의 세계에도 가짜 또는 과장 ESG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ESG를 일컫는 ‘ESG 워싱’이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많은 일반 수익자들의 돈을 모아 선량하게 관리해 줘야할 책무를 갖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무늬만 ESG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세계의 기관투자가들이 ESG 투자에 나설 때 가입하는 게 바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이다. ESG라는 용어가 세상이 처음 선보인 것도 바로 2006년 유엔 PRI의 제정을 통해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약 3700여 개의 기관투자가들이 여기에 서명했다.

그런데 유엔 PRI 가입만 하고 실제 투자 행태는 달라지지 않은 기관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의 유명 투자기관인 로베코의 전문가들과 에라스무스 경제대 세바스티안 반 윙클 교수가 발표한 ‘자산운용사의 지속가능한 투표형태(Sustainable voting behavior of asset managers: Do they walk the walk?)’라는 논문에서다.

이 논문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계 투자기관 50곳의 의결권 대리투표(proxy voting) 기록 2000만건을 바탕으로 자산운용사들의 ESG 투자 행태를 실증 분석했다. 그 결과 유엔 PRI에 가입한 기관들이 가입하지 않은 기관들보다 환경(E) 및 사회(S) 관련 주주 제안에 찬성률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을 통해 저자들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유엔 PRI에 가입만 했을 뿐 실제로는 PRI를 책임감 있게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PRI에 가입한 기간이 긴 자산운용사들이라고 해서 최근 가입한 운용사보다 더 나은 투표를 한 기록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2018년 환경 관련 주주 제안들의 경우 PRI 가입 기관들이 35% 찬성한데 비해 PRI 비가입 기관들은 47%나 찬성했다. 같은 해 사회 관련 주주 제안의 경우를 봐도 PRI 가입 기관의 찬성 비율이 24%에 그친 반면 비가입 기관의 찬성률은 38%로 훨씬 높았다.

논문은 PRI에 가입하는 기관들이 지속가능성에 관한 약속 (commitment)이라는 목적을 외면하고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유엔 PRI에 대해 “서명 기관들에 대한 가입 요건과 평가를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서명 기관들이 과연 ESG투자를 책임 있게 수행할 요건을 갖췄는지 투명성을 높이라는 요구다. 현재 유엔 PRI는 자산운용사 자체의 ESG등급을 발표하지 않아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유엔 PRI, “올 여름 ESG 투자 관련 최소 요건 만들 계획”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ESG 투자 실상이 논문을 통해 공개되자, 유엔 PRI의 피오나 레이놀즈(Fiona Reynolds)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스튜어드십(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PRI 서명기관의 의결권 행사와 주주 관여활동에 관한 최소 요건을 정해 올 여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책임투자 원칙은 '투자분석과 의사결정 과정에 ESG이슈를 적극 반영한다'는 정도인데, 강화된 세부 요건을 만들어 가입 기관들에 요구하하겠다는 것이다.

레이놀즈 대표는 “논문의 데이터가 2018년 이전의 투표 행위이기 때문에 ESG 투자가 크게 늘어난 2020년 이후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ESG관련 유엔의 행정과 정책에 대한 비판이 활발히 일고 있다. NGO인 셰어액션은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PRI 멤버십을 자신들의 이미지를 ‘녹색’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해 왔다”며 “유엔이 대응책으로 제시한 최소 기준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불충분하며, 기준치를 훨씬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PRI가 제정한 ESG 투자원칙
PRI가 제정한 ESG 투자원칙

ESG 투자에 거품 우려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지난해 이후 ESG 투자가 붐을 이루면서 자연스레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ESG 버블에 대한 우려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ESG 투자를 위해 유치된 글로벌 펀드 운용 자금 규모는 지난해 3500억달러(388조원)에 달했다. 2019년의 1650억달러(183조원)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250개 이상의 펀드가 '지속가능'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장에 새로 탄생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유럽 펀드 253개가 2020년에 투자 전략을 ESG 친화적인 것으로 수정했으며, 이 중 87%가 ‘친환경’과 ‘ESG’를 포함한 방향으로 펀드명을 변경했다.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의 패트릭 푸야네 CEO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업종의 기업 주가가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25배까지 치솟는 것은 거품”이라고 말했다. 30개 주요 신재생에너지 기업주가를 반영하는 S&P글로벌청정에너지 지수는 지난해 100%나 뛰었으며, 이 지수의 PER은 41배에 이른다고 불룸버그는 보도했다. 미국 우량주를 대표하는 S&P500가 지난해 16% 상승했고 PER은 23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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