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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친환경 정책 무리하게 펴다 경제 위기"...美 언론 보도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2.07.07 20:50
  • 수정 2022.07.08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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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위해 화학비료 사용 금지하자 최대 산업인 농업 타격
관광 산업 위축에 코로나19 봉쇄 충격 더해지며 경제 붕괴
스리랑카 ESG 점수는 만점 가까운 98.1점으로 스웨덴 앞서

국가 부도 상태인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3일(현지시간) 릭샤(삼륜차) 운전사들이 주유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연합=AFP
국가 부도 상태인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3일(현지시간) 릭샤(삼륜차) 운전사들이 주유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연합=AFP

[ESG경제=이진원 기자] 수십년 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스리랑카가 ESG 가치를 좇다 한 나라 경제가 붕괴된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친환경 농업을 육성한다며 지난해 화학비료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가 국내 최대 산업인 농업이 붕괴하면서 가뜩이나 안 좋은 경제상황이 더욱 나빠져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사인 데일리콜러(DailyCaller)는 7일 ‘완전한 붕괴: ESG가 어떻게 한 나라 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스리랑카가 심각한 빈곤, 인플레이션, 연료 부족 사태로 씨름하다가 결국 6일 총리가 국가 부도 사태를 선포했다”면서 “화학비료 사용 전면 금지 조치가 경제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일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6월 스리랑카의 물가 상승률은 54.6%를 기록했다. 특히 식품과 운송비는 전달 대비 각각 80.1%와 128%나 급등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최근 올해 초 기준 스리랑카 국민 50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친환경 농업 육성 명목 화학비료 사용 금지했다 농업 타격 

스리랑카는 지난해 4월부터 ESG 가치를 내세우며 친환경 농업을 육성한다면서 화학비료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대신에 모든 경작지에 유기질 비료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강력히 규제하기로 했다.

스리랑카 농업은 실론티로 유명한 차와 쌀, 코코넛, 고무나무 등이 대규모로 경작되고 있다.

그러나 화학비료 사용을 못 하게 되자 농작물 수확량과 농부 수입이 동반 급감했고, 무역수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다급해진 정부가 지난해 11월에 화학비료 사용 금지 조치를 해제했지만 이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5월 스리랑카의 신임 총리로 임명된 라닝 위크레메싱게(Ranil Wickremesinghe) 스리랑카 총리는 지난 달 23일 “싱가포르 경제는 완전 붕괴 상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새 총리로 임명된 라닐 위크레메싱게가 5월 12일(현지시간) 고타바야 자라팍사 대통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이날 야권 지도자 중 한 명인 위크레메싱게 전 총리를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연합=신화 
스리랑카의 새 총리로 임명된 라닐 위크레메싱게가 5월 12일(현지시간) 고타바야 자라팍사 대통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이날 야권 지도자 중 한 명인 위크레메싱게 전 총리를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연합=신화 

미국 경제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Economic Research)의 피터 얼 이코노미스트는 “화학비료 사용을 금지했다가 다시 허가하는 등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은 완전한 재난이었다”고 비판했다.

화학비료 사용 금지는 경제위기에 쐐기 

2019년 4월 부활절에 연쇄 테러가 터지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치가 실시되면서 스리랑카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여행 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외환보유고는 줄었고, 정부가 돈이 없다 보니 연료와 생필품 수입도 줄이면서 경제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던 와중에 취해진 화학비료 사용 금지 조치가 경제위기에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다. 

브레이크쓰루 연구소(Breakthrough Institute)의 설립자인 테드 도드하우스는 데일리콜러에게 “화학비료 사용은 스리랑카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인 농업을 지탱해주는 가장 경제적이면서 환경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유엔 인도적지원기구(UN OCHA)가 6월 9일 발표한 따르면 2021~2022 시즌 스리랑카의 농작물 수확량은 무려 40~5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농부들은 가용 토지의 4분의 1 정도만을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스리랑카 인구의 3분의 1 가까이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ESG 가치 추구 내세우던 스리랑카 ESG 점수는 최상위권 

스리랑카는 이미 2020년부터 화학비료 사용 전면 금지를 준비해 왔다.

당시 마힌다 아마위라(Mahinda Amaweera) 환경부 장관은 질소 폐기물 축소를 주제로 한 포럼이 열리기 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구공학적 오용과 탐욕과 이기심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스리랑카가 ESG 목표를 추구면서 벌인 노력의 일환이었다. 스리랑카는 올해 5월에도 유기농 비료 사용을 포함해 국제금융공사(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와 녹색금융 택소노미(taxonomy·녹색분류체게)에도 서명했다.

리서치 회사인 월드이코노믹스(World Economics)의 데이터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ESG 점수는 98.1점으로 만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미국은 50.7, 스웨덴은 96.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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