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트머스대학 특정 연구팀,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다른 나라의 경제적 손실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 확인. 1990~2014년 온실가스 배출 세계경제 피해 규모 6조 달러
미국 온실가스 배출, 전 세계 2493조원 피해...중국 넘어서

[ESG경제=이신형기자] 한 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다른 나라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측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피해를 놓고 국가 간 분쟁이 발생하면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된 것이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연구팀인 ‘클라이밋 모델링 앤 임팩트 그룹(Climate Modelling & Impacts Group)은 학술지 ‘클라이밋 체인지(Climate Change)’에 이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다고 12일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4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세계 경제의 피해 규모는 6조 달러(약 78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대상 기간 중 전 세계 연간 GDP의 11%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피해액은 1조9000억 달러, 중국은 1조 8000억 달러 규모로, 같은 크기의 전 세계 GDP 축소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러시아와 인도, 브라질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따른 피해 규모는 5000억 달러로 측정됐다.
논문의 제1 저자인 크리스토퍼 캘러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후 부채(climate liability)를 측정할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에 대한 답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답은 근거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국의) GDP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개별 국가의 과실을 계량화했다”고 설명했다.

온난화는 농업 생산 감소와 노동 생산성 저하, 산업생산 감소 등 다양한 경로로 한 나라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온난화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측정했으나, 그 이익은 일부 국가에 편중돼 나타나고 온난화로 피해를 본 나라의 손실을 보상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팀은 한 국가의 영토 안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무역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고려해 탄소 회계 기법에 기반해 경제적 충격을 측정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이 전 세계 GDP 감소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의 피해가 큰 나라는 세계 평균보다 더 가난해지고 기온 상승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나라는 일반적으로 적도 인근이나 남반구에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얻는 나라는 세계 평균보다 부유하고 온난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나라는 보통 북반구와 중위도 지역에 분포한다.
맨킨 교수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소수의 배출국에 온난화의 책임이 크다”며 “소수의 부유한 나라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간 기후 책임 문제 해결되나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은 개별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을 다른 나라의 경제적 손실이나 이익과 연결하는 분석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기후 문제의 국가 책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트머스에 따르면 여러 해 동안 학자들이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 배출과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사이의 법적인 연관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종전의 연구는 개별 국가의 책임을 밝히는 데 이르지 못하고 세계 경제 전체의 손실을 측정하는 데 그쳤다.
연구에 참여한 다트머스대학의 저스틴 맨킨 조교수는 “한 나라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다른 나라의 온난화를 유발하고 경제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다른 나라의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활동에 의해 피해를 입은 나라가 법적으로 가치가 있는 피해액을 산출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캘러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특정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이에 따른) 다른 나라의 경제적 손실 사이에 명확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이는 한 나라가 전반적인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온난화에 미친 영향에 대한 책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맨킨 교수는 “지금까지 탄소 순환의 복잡성과 기후의 자연 변화, 모델의 불확실성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국이 개별 국가의 책임을 부인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책임을 가리는 가림막이 제거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어떤 나라도 개별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없어 기후 문제는 집단행동의 문제(collective action problem)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가별 과실을 식별하는 것은 한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이 온난화에 책임 있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를 통해 한 나라의 개별적인 행동도 중요하고 다른 나라에 미치는 측정 가능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국가와 국가의 상호작용을 측정할 수 있는 200만개의 샘플을 만들었고 수퍼컴퓨터를 통해 11조 건에 달하는 피해 사례를 측정했다.
캘러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화석연료 사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온난화에 따른 피해 보상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같은 분석 방법을 통해 개별 기업을 포함한 특정 온실가스 배출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