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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감정노동자의 무덤...ESG로 푸는 게 첩경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2.08.02 21:48
  • 수정 2022.08.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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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들의 고통은 기업 ESG 내재화의 적
나와 상대 감정을 동시에 주목, 감정케어가 필요

감정노동자의 눈물은 ESG로 닦을 수 있다. 그래픽=국가인권위 제공
감정노동자의 눈물은 ESG로 닦을 수 있다. 그래픽=국가인권위 제공

[ESG경제=이후경 칼럼니스트] 직장 내 감정노동자의 고통은 ESG 내재화의 적이다. ESG 경영의 핵심인 기업의 지속가능성장을 방해한다.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상담사의 절반가량이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내용이다.

이들은 점점 더 높은 업무 강도와 전문성을 요구받으면서도 저임금과 휴게공간 사용의 어려움, 자유롭지 못한 화장실 이용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으며, 폭언과 성희롱을 당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3분의 2가 업무 관련 질환으로 한 가지 이상 진단을 받았고, 3명 중 1명은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노동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도 발생했다. 한 남성이 서비스센터에서 휴대전화 기기 작동을 두고 상담을 받던 중 무상으로 수리가 안 된다고 하자, 미리 준비해 온 흉기를 직원에게 휘두른 것이다. 이 남성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화풀이와 고함, 욕설을 퍼붓는 행패를 부린 적이 있어, 직원들은 서비스센터 방문을 제한하는 '접근 금지'를 원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감정노동자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맨몸으로 버티고 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땅콩 회항' 사건, 비행기 안에서 한 임원이 승무원을 폭행한 '라면 상무' 사건 등은 감정노동의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감정노동은 감정을 상품화한 노동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백만 명 이상의 감정노동자들이 있다. 직업적 판단과 전문가적 식견을 토대로 하는 고품격 상품이다. 체계적인 훈련이 요구하는 노동이다. 연예인도 감정노동자다. 훌륭한 연기는 감정이입이 필수다. 미국에서 배우들은 격한 영화를 찍고 나면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목회자도 감정노동자다. 목회의 시작은 쓰레기통에서 시작한다는 말도 있다. 삶의 지친 영혼들을 위해 항상 행복한 척해야 한다. 상담전문가도 감정노동자다. 내담자의 위험한 무의식에 뛰어들어야 한다. 초보자가 대책 없이 물에 뛰어들면 같이 죽는 법이다.

현대는 고객서비스의 시대다. 고객은 왕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모두 고객만족, 심지어 고객졸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 건다. 현대인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한다. 직장인은 누구나 어느 정도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 고객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과 요구되는 감정이 다르다.

감정부조화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

힘든 업무다! 그런데 감정처리 능력은 무시되고, 아무런 훈련 없이 감정노동 현장에 투입된다. 감정노동을 개인의 성격이나 품성으로 치부한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상냥함과 친절함을 유지해야 한다. 초보자도 대책 없이 숙련자가 처리해야 할 상황에 노출된다. 매우 위험하다!

한국 고객서비스는 세계 1위다.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차별화 서비스로 승부수를 건 것이다. 당연히 감정노동의 강도도 세계 1위다. 최근 통계에서 직장인 5명 중 1명이 감정노동자다.

한국 사람들은 정(情)이 많다. 감정이 풍부하다. 불만을 제기할 때 과격하게 표현한다. 한국 사람들은 한(恨)이 많다. 상대적 빈곤에 따른 사회적 분노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 작은 거절과 무시에 과민하게 반응한다.

한국 사람들은 급하다. 요구사항이 즉각적으로 해결 안 되면 폭발한다. 이는 서비스 현장에서 반말과 욕설과 폭언으로 나타난다. 모든 사회적 감정의 몫은 감정노동자가 떠맡는다.

최근 연구에서 감정노동자들은 월평균 1.3회 폭행과 7.3회의 욕설을 경험한다고 한다. 잦은 상처 경험은 대인기피증이나 공황장애, 우울과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감정노동은 생계를 위한 전쟁터에서 무분별하게 착취되고 있다. 단순한 개인치유와 서비스 현장개선을 넘어선 구조적 병폐다. 우리 모두 가해자면서 피해자다.

감정에도 법칙이 있다.

①강한 감정은 약한 감정을 다스린다. 뇌는 동시에 두 감정을 처리하지 못한다. 찬 기운이 강하면 더운 기운이 약해진다. 사랑이 없는 것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②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의 구분이 어렵다. 뇌는 진짜로 말하든지 가짜로 말하든지 흑백을 구분하지 못한다. 일단 생각하면 그대로 만들어 내려고 한다. 말로 시인하면 증명하려고 한다. 강한 감정이 실린 쪽에 손을 들어준다.

③나쁜 감정은 독이 되고 좋은 감정은 약이 된다. 나쁜 감정은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정신독(Mental Toxin)으로 작용한다. 최악의 감정은 분노, 무기력, 죄의식, 수치심이다. 좋은 감정은 건강의 척도다. 최고의 감정은 사랑, 평화, 기쁨, 자유다.

④감정은 전염된다. 상대가 화를 내면 나도 순간 화가 나게 된다. 내가 기분이 나쁘면 상대도 기분이 나빠진다. 감정은 투사되고 또한 동일시된다. 특히 피곤할 때 잘 일어난다. 내가 기분이 나쁜데 오히려 상대가 기분이 나쁜 것으로 파악한다. 상대가 화가 났는데 오히려 내가 화를 내는 것으로 오인된다.

감정지능(EQ)이란 게 있다.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표현하고, 조정하는 능력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인관계 능력이다. 골먼은 5가지 영역으로 구분한다. ①자기감정 인식하기, ②자기감정 다루기, ③동기부여하기, ④타인감정 인식하기, ⑤타인감정 다루기. 지능(IQ)은 인간의 성공과 행복을 10~20%만을 설명해 준다.

감정지능(EQ)이 나머지 80~90%를 결정한다. 이런 말도 있다. “입사는 IQ이지만 승진은 EQ다.” EQ가 높은 사람을 우리는 ‘영업의 귀재’, ‘인간관계의 마술사’, ‘사회적 스타’라고 부른다. 감성지능은 삶 속에서 인간성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사랑, 열정, 배려, 헌신은 우리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감정노동자와 나의 감정을 동시에 살펴야

감정노동자에게 도움 되는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자신의 감정에 주목하자. 왜 화가 나는가? 화가 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선 부정적인 감정을 벗어나는 게 최선이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보통 세 가지 대응방식을 가진다. 반격형은 감정을 폭발한다. 항복형은 감정을 억누른다. 회피형은 감정에서 도망간다. 폭발도 억압도 도망도 안 된다. 깊이 숨을 들이쉰 후 속으로 외친다. “이건 내 문제가 아니야!”

둘째, 상대의 감정에 주목하자. 왜 화내고 있는 것인가? 화를 낼 특별한 상황인가? 우선 감정이 전염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사실에 집중하자. 상대는 무언가 불이익이 있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도에 지나친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길 수도 있다. 숨을 멈춘 후 속으로 외친다. “집에 가면 안 볼 인간이다!”

셋째, 감정케어가 필요하다. 나쁜 감정은 되도록 빨리 환기시켜야 한다. 쌓이면 병이 된다. 그날그날 씻어야 한다. 가족이나 동료에게 털어놓아야 한다. 자조 그룹이 있으면 더 좋다. 아무것도 안 되면 정신과 의사라도 찾아야 한다.

우리는 타고난 감정처리 능력에 훨씬 못 미쳐 세상을 살아간다. 감정지능은 무한대로 개발할 수 있다. 오랜 훈련과 수련이 필요하다. 인간의 머리는 작아서 세계를 넣을 수 없지만, 가슴은 넓어서 우주를 품을 수 있다. 숨을 크게 쉬자!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이다.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중앙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의 정신건강>, <임상집단정신치료>,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선택의 함정>, <아프다 너무 아프다>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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