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붐 불자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에 대한 인식 제고
CSO 역할도 환경 이슈에서 수익 창출 등 다른 이슈와 결합 추세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업에서 환경 관련 규제 문제를 처리하고 환경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임원을 ‘최고지속가능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 이하 ’CSO’)’라고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CSO를 둔 기업이 드물었고, CSO라는 역할이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ESG 경영 열풍과 더불어 이제 CSO가 기업 경영진에서 핵심 멤버로 자리를 잡게 됐다고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지가 보도했다.
2011년만 해도 FT의 싱크탱크는 CSO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지 말지 질문을 던질 정도였는데 지금은 기업의 업무수행 과제에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 같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ESG 경영 열풍에 CSO 위상 높아져
FT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CSO에 요구되는 역량도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기후 위험을 관리하고 더욱 엄격해진 환경 규제를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만큼이나 기업이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최고 수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전문성도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이곤젠더(Egon Zehnder)에서 지속가능성 실천 부문 담당자인 레이첼 드 렌지 채너는 FT에 “기후에 관한 심층적인 전문지식에 대한 요구가 예전보다 작아졌다”면서 “지금은 C(임원급) 레벨에서 운영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원활히 대화할 수 있는 등의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기업에서 CSO는 주로 IR이나 인사 부서 출신이 맡았다. 기업들은 전문성을 따지기보다는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CSO로 임명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ESG 경영 열풍 속에서 CSO의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고 FT는 보도했다.
헤드헌팅 회사인 하이드릭&스트러글스(Heidrick & Strauggles)의 파트너이자 지속가능성 실무 책임자인 스콧 앳킨슨은 “이제 CSO의 많은 업무가 기업에 가장 중요한 일과 전략에 관련돼 있다”면서 “CSO는 법적 문제와 공급망에 대해 발언할 수 있어야 하고, 이사회에 앉아서 이사회에 비전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영컨설팅 PwC가 조사한 1,640개 상장기업 중 28%가 자사의 CSO가 최고 경영진 수준인 C 레벨 임원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는 2016년 조사 때의 9%에 비해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예를 들어, 미국의 다국적 복합기업인 하니웰(Honeywell)의 CSO는 산업 그룹의 수석 부사장과 법무 자문위원에 직접 보고하고 있다. 또 식품회사 켈로그의 CSO는 기업 업무와 관련해서 수석 부사장에게 보고한다. 유명 브랜드를 가진 다른 회사에서는 CSO가 최고경영자(CEO)에게도 보고할 수도 있다. 모두 CSO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업종별 CSO 비중>

기업들, CSO 역할 확대 필요성 인식
이처럼 기업 내에서 CSO의 영향력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환경 리스크에 대해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낙후된 기업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고, 규제 당국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다.
금융 부문에서는 최근 규제당국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때 중점적으로 살펴봤던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CSO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이유로 거론된다.
지난해 대형은행인 씨티그룹은 CSO가 이끄는 탄소배출 제로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다. 이 TF는 씨티의 넷제로 계획을 개발하고 시작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헤드헌팅 회사인 콘 페리(Korn Ferry)의 수석 파트너인 체릴 디크루즈 영은 석유 대기업인 엑손모빌과 셸이 지난해 표적이 된 점을 언급하며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그들의 공격을 받을까 겁에 질려 여러 약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압력에 맞서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그룹 오라클은 CSO를 포함하는 ‘환경운영 위원회’를 설립해 놓았다. 오라클은 이 위원회가 기후 및 환경 위험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기업의 평판과 재무 성과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SO 역할 범위도 넓어져
전문가들은 그린워싱이 의심될 경우에도 CSO가 귀중한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집행부에 그린워싱 적발을 전담하는 TF를 두고 있다. 또 기업에 벌금을 부과할 정도의 안건을 제보해주는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도 갖춰놓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ESG 보고 업무를 별도로 분리하는 등 CSO의 역할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CSO가 ESG 관련 수익 창출 기회를 찾는 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조치다.
앳킨슨은 “앞으로 6개월 동안 CSO 역할 분리 움직임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