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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가 지구를 살린다는 건 착각”...두 ESG 전문가의 날선 경고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2.08.11 12:26
  • 수정 2022.08.15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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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퍼커와 앤드류 킹 교수 HBR 기고문 통해 ESG 투자 관련 6가지 경고
“기후변화 등 문제를 시장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착각” 지적
운용사들, ESG 펀드 수수료는 기존 펀드 수수료보다 40%가 높아 "방조"

ESG 투자가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SG 투자가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SG경제=이진원 기자] ESG 펀드에 투자하면 지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러한 믿음이 반드시 옳지는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ESG 투자 인기가 높지만 이런 투자가 기후변화 같은 우리 세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환경적 도전 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ESG 펀드들이 대외적으로는 사회·환경적 이슈 해결을 위해 애쓰는 게 목표라는 고상한 포부를 밝혀놓고 있으나, 따지고 보면 이 펀드들은 그 보다 주주인 투자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ESG 펀드 선택의 근거가 되는 ESG 등급은 변화하는 세상이 회사 손익(P&L)에 미치는 영향이란 오로지 ‘한 가지 중요 요소(single materilaity)’만을 근거로 정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ESG 펀드들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바람에 높은 운용 수수료를 벌 수 있어 자산운용사들도 굳이 사람들의 이런 잘못된 믿음을 시정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환경 경영으로 유명한 팀버랜드(Timberland)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케네스 P. 퍼커(Kenneth P. Pucker) 터프츠 대학교 플래처스쿨 교수와 보스턴대학 경영·전략·혁신과의 앤드류 킹(Andrew King) 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ESG 투자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설계된 게 아니다(ESG Investing Isn’t Designed to Save the Planet)’란 글에서 ESG 투자를 둘러싼 문제들을 조목조목 비판해 놓았다.

두 사람은 또 "ESG 펀드들은 ESG 투자의 모든 단점을 인정하고 명확히 밝혀야 비로소 더 생산적이고 시급한 ESG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ESG 투자 펀드들의 문제에 대해 두 교수가 비판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한다.

ESG 펀드는 규제 대상이 아닌 ESG 등급을 기반으로 한다. ESG 등급은 범용 표준이 아닌 동종 업계 기업들의 비교 순위를 기반으로 한다. 화석연료 생산 기업들이 전기차 제조사들보다 ESG 등급이 높을 수 있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ESG 등급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대부분 감사 대상도 아니다. 또 날짜가 오래 전인 경우도 많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데이터 생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데이터가 정확하다고 믿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근 다양한 업종과 지역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0% 이상이 자체 ESG 보고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ESG 보고를 표준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ESG 투자자는 비교 가능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2. 유의미한 E(환경) 내지 S(지속가능성) 효과를 내지 못한다.

종류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ESG 펀드가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그 결과, 지구 복지가 ESG 투자의 주요 목표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투자 영향 평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펀드마다 그들의 투자가 지구의 안녕에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명 ‘부가성(additionality)’을 입증해야 한다. 부가성이란 ‘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경우 측정 결과가 생기지 않아서 미칠 수 없었던 영향’을 말한다.

그런데 휴렛 재단(Hewlett Foundation)의 켈리 본(Kelly Born)과 스탠퍼드 법대 명예교수인 폴 브레스트(Paul Brest)는 2013년 논문에서 “유통시장에서 매수한 주식과 관련, 사회적 동기가 충만한 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상장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3. 더 나은 수익을 제공한다는 사실도 입증하지 못했다.

자산운용사들은 ESG 투자가 기업의 우수한 재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광고한다. 이들은 ESG 등급이 높은 기업 경영진이 더 우수하고, 자본 비용이 더 낮고, 이윤은 더 높고, 직원들의 소속감은 강하다는 등의 잠재적인 성과를 그러한 재무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의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학계 및 자산운용사들이 그동안 ESG 기업과 주식 수익률 간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들이 수행한 수천 건의 연구의 3분의 2 이상은 ESG와 재무 성과 사이에 적어도 마이너스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니라는 정도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 중에서 ESG가 더 높은 수익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연구도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글의 저자 중 한 사람인 킹 교수의 연구 결과를 봐도 “여러 증거를 종합해 봤을 때 ESG 기준으로 주가 수익률을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고 추정할 근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4.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월가가 ESG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ESG 투자가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과대 선전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ESG 상품과 관련된 높은 수수료 때문이다.

ESG 펀드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기존 펀드 수수료보다 40%가 더 높다. 하지만 ESG 펀드들이 ‘평범한’ 펀드들을 추종하는 경우가 워낙 빈번하다 보니 이렇게 높은 수수료를 받아야 할 명분은 사실 없다.

ESG 펀드 중 가장 크고 오래된 뱅가드(Vanguard) ESG 펀드인 ‘ESG U.S. 스톡 ETF’는 벤치마크 지수인 S&P500과의 상관관계가 0.9974였다.

5. 시장 주도의 자발적 행동에 대한 환상을 초래한다.

무엇보다도 ESG 투자 붐이 일면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필요한 수조 달러의 자금 조달이 순항 중이라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로 인해 환경과 사회 안녕에 가해지는 위협을 피하는 데 필요한 규제 개혁과 대규모 공공·민간 파트너십에 대한 압력이 완화될 위험이 있다.

시장 주도의 자발적 행동이 민간의 ‘외부효과(externalities)’에 대한 공공 규제의 필요성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효과란 개인이나 기업 등 어떤 경제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주체들에게 기대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는 효과를 말한다.

코카콜라가 ESG 위험 요소 중 하나인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벌인 조치를 시장 주도의 자발적인 행동이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코카콜라는 지역 분수계, 즉 강물이 갈라지는 경계가 되는 분수령을 구하고 보충하기 위해 100여 개국의 NGO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수년 동안 노력한 끝에 목표했던 2015년보다 5년 앞서 ‘물 중립’을 선언했다.

이 영향도 일부 작용했는지 코카콜라는 MSCI로부터 ‘AA’라는 높은 ESG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코카콜라가 물 중립을 위해 아낀 물은 제조, 유통, 냉각에 사용되는 물이지 주로 설탕 재배에 필요한 밭에 물을 대느라 사용하는 물의 90% 이상과 관련이 없었다.

6. ESG 기준을 잘못 적용하면 반발을 낳는다

ESG를 둘러싼 혼란에 대해 투자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크리스 혼 경(Sir Chris Hohn)은 “매니저들에게 ESG는 완전히 ‘위장 친환경(green washing)’이므로 투자자들은 각성하고 그들이 상대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말만 하지 실제로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올해 초 투자 조사자문 회사인 모닝스타(Morningstar)는 운용자산 규모가 1조 달러가 넘는 1,200개 이상의 ESG 펀드에서 ‘ESG 태그’를 삭제했다. 이 펀드들이 투자처 선택에 있어 ESG 요인을 확실하게 통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태그 삭제 이유였다.

한편 테슬라는 S&P500 ESG 지수에서 제외되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ESG를 '사기' ‘악마의 화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저자들은 이처럼 “ESG 투자를 둘러싼 혼란과 과장은 ESG의 진정한 잠재력을 훼손한다”면서 “ESG 투자는 정책 당국자들에게 기후재난을 막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시장이 이러한 사회적 도전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오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주장을 ESG 무용론이라 볼 수는 없다. 다만 장삿속 ESG를 정비하고, 진정성 있는 ESG로 전환해야 한다는 고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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