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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복권…ESG로 거버넌스 리스크 털어내나

  • 기자명 김도산 기자
  • 입력 2022.08.15 21:41
  • 수정 2022.08.16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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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위 중심, 소유구조 개편·승계 방식 등 논의
'삼성생명법' 변수…통과 땐 이 부회장 지배력 크게 약화
장기적으론 이사회 중심·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ESG경제=김도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돼 그룹 경영의 무대에 정상 복귀했다. 언론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의 향후 행보에 기대를 표시한다.

“돌아온 이재용...사면초가 반도체 ‘뉴 삼성’ 승부수는”, “복권된 이재용, ‘국가경제 구원투자 나선다” “이재용, 과감한 투자로 ’일자리 보답‘” 등이 그의 복권과 관련한 대표적 언론 기사 헤드라인이다.

그의 경영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법률 리스크로 발목이 잡혀있던 것이고, 그 족쇄가 풀렸으니 뭔가 큰 일을 해낼 것이란 전망이 주종을 이룬다. 이 부회장은 복권 이전에도 이미 가석방돼 사실상 자유의 몸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삼성그룹의 경영 전략과 투자에 본인의 의지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였다. 세계 10위권 안의 제조업 강국이 됐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에서 과도한 재벌 총수 칭송은 어색한 측면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 ESG경영에 관심 있나

현실적으로 이재용 사면 이후의 관심은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다. 아울러 그룹 경영에 ESG를 접목하여 사회적 책임 요소를 얼마나 끌어올릴지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일제히 ESG경영을 선포하고 이사회 안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SK 등 다른 그룹에 비해 전사적 차원에서의 ESG 내재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적 시각도 여전하다. 여론을 의식해 시늉만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의 ESG경영의 정점은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다. 그런데 '준법' 경영은 어찌보면 기업시민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준법'을 '감시'한다는 명칭의 기구를 두고 있는 것 자체가 삼성 ESG경영의 현주소를 가늠하게 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법위는 16일 정기회의를 연다. 일상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지만, 이 부회장 복권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이니 만큼 ESG경영과 지배구조 개편 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지 관심이다.

올해 2월 출범한 2기 준법위는 3대 중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 경영 실현'을 꼽은 상태다.

준법위 관계자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는 입장"이라며 "여러 층위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전문기관의 검토 결과를 받아 투명하고 적법한 지배구조를 위해 감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유ㆍ지배구조 장기적 개편 방안은 만들어놔

2년 전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3개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에 대한 용역을 의뢰했다. 용역 보고서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소유지분 개편과 포스트 이재용 승계방식 등 여러 갈래의 전략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은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시나리오 별로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이 부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보유 중이며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특히 이 부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 사후 지분 상속을 받아 삼성생명의 2대 주주(지분율 10.44%)로 올라서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상태다. 그 과정에서 발행한 법률 리스크가 이제껏 삼성의 발목을 잡아왔다.

또 하나 삼성의 지배구조 리스크는 현재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의 소유구조 개편을 의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8.51%)의 대부분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약화되게 된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평가방식을 '시가'로 명시해 총자산의 3% 이내로 보유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달 12일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는 30조원 이상으로, 삼성생명은 총자산(6월말 기준 315조원)의 3%인 9조4500억원 이외에 20조원 이상에 달하는 나머지 지분은 모두 팔아야 할 처지에 놓인다.

삼성생명이 대규모로 주식을 매각할 경우 증시에 영향을 미쳐 소액 주주 피해가 우려되고,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은 외국 투기자본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친기업적 성향에 비추어 이 법의 통과를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인 민주당이 의회의 절대 다수 의석을 여전히 갖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통과 가능성은 여전하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의 중간 고리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라며 "관련 법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이 부회장의 지배력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발렌베리식 지배구조 모델 추구하나

장기적으로는 삼성의 3세 체제 이후 경영권 승계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큰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는 오너 체제에서 장기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조를 확립해 이사회에 의한 최고경영자(CEO) 선임 방식이 최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스웨덴의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 그룹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5대째 가족 세습을 이어가지만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경영 원칙을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유명하다.

발렌베리가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그룹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독립적으로 일임하고, 지주회사 인베스터를 통해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한다. 또 지주사 인베스터는 발렌베리 재단이 지배하며, 재단은 배당금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대신 재단은 상속세 없이 그룹 주식의 소유권을 영속적으로 보유한다.

삼성은 발렌베리가와 인연을 이어왔다. 이건희 회장은 2003년 스웨덴 출장 때 발렌베리가를 만나 경영 시스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이 부회장도 2012년 방한한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 일행을 리움미술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고, 2019년에도 방한한 발렌베리 회장과 회동했다.

삼성이 발렌베리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총수 일가의 주식을 공익재단으로 넘기고 재단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편법적 경영권 승계라고 보고 사실상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 방식으로 정치권과 재계, 노동계 등의 합의가 도출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법이 개정되어야만 삼성 지배구조의 발렌베리식 개편도 가능해질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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