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원회' 중심 편협한 ESG경영 탈피
글로벌 기업으로서 환경과 사회책임 강화
이재용 부회장, 젊은 직원들과 활발한 내부 소통도 관심

[ESG경제=김도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별복권으로 경영에 복귀한 이후 ESG 관련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히 법을 지키는 준법경영을 넘어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경영의 기틀을 다지는 모습이다.
아울러 주요 계열사 현장의 MZ세대 중심의 젊은 직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연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ESG경영의 일환으로 ‘환경경영전략’을 수립해 빠르면 이번주 중 발표한다.
삼성그룹은 ESG경영에 있어 ‘준법감시위원회’를 가동하는 것 외에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국내 주요 그룹 중 ESG경영에서 매우 뒤쳐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탄소중립의 구체적 방안으로 거론되는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 선언을 계속 미루어왔다.
14일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주 중 환경경영전략 발표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RE100 가입을 선언할 예정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초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가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해 실천할 수 있고 달성 목표가 뚜렷한 내용을 머지 않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 생산 등 기업의 직접적인 활동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스코프 1)과 전기 등 에너지를 통해 발생하는 간접 탄소배출량(스코프 2)을 모두 합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글로벌 RE100 이니셔티브 가입도 선언하게 된다.
삼성전자 이외의 삼성그룹의 주요 제조업 및 금융 계열사들도 탄소중립 계획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해 각자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인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국제 이니셔티브다. 삼성전자는 이미 2020년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RE100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브라질과 멕시코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각각 94%와 71%로 끌어올렸으며 2025년까지 중남미, 서남아 지역도 100% 재생에너지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 다 모아도 삼성전자 사용에 부족
문제는 한국의 사업장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선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RE100 가입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핵심 반도체 생산기지가 밀집한 국내 사업장은 삼성전자 글로벌 에너지 사용량의 57%를 차지하는데, 국내의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다 모아봐야 삼성전자 전력 사용량의 80%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RE100 달성을 위해 생산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 방안과 아울러 해외 청정 에너지를 활용하는 등의 다각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RE100 가입을 선언하는 것은 ESG 환경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글로벌 연기금과 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탄소배출을 줄이고 RE100에도 가입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국내에선 이미 SK하이닉스 등 약 30개 기업이 RE100 가입을 선언했고, 해외에선 애플, TSMC, 인텔 등 약 350여개 기업이 참여를 약속한 상태다.
지난달 광복절 특별복권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ESG경영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창립 50주년 메시지를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지난해 고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에서도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가자"며 삼성의 사회적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 MZ세대 소통 등 현장 행보 주목
이 부회장은 특히 최근 들어 단순히 계열사 사장 등 간부들과 회의를 넘어 현장을 찾아 일반 직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기존의 조심스럽고 소극적이었던 이미지를 과감하게 깨고 있다.

삼성은 탄소중립 이행 방안으로 TV, 냉장고, 모바일 등 주력 품목을 에너지 고효율 제품으로 개발하고 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된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정보통신(IT) 기기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낮추기 위해 메모리, 이미지센서, 구동 IC 등 주요 반도체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작업을 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