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발전량 부족하지 않지만 기업 재생에너지 구매 적어"
국내 기업, RE100 이행 수단 중 녹색프리미엄 의존 과도해
기후솔루션, "제도 미비해 기업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량 적어"

[ESG경제=이신형기자]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결정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축소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정부는 기업의 RE100 이행에 필요한 정도로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5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직접배출(scope1)을 줄이기 위해 혁신기술을 적용한 탄소포집활용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전력사용으로 발생하는 간접배출(scope2)을 줄이기 위해 RE100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또 재활용 소재 개발과 폐기물 자원 추출 등을 연구해 궁극적으로 모든 소재를 재활용 소재로 대체하는 것을 추진하는 '순환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제품 전 생애주기에 걸친 자원순환도 극대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전환하는 RE100을 선언하자 국내 기업의 RE100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설명자료를 통해 올해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4TWh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23개 국내 RE100 가입 기업 전체의 전력 소비량 43~44TWh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또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다수 RE100 가입 기업이 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 시기를 2040~2050년으로 잡고 있어 단기간내에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ESG경제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의 전력 소비량만 25TWh라는 보도도 있었으나, 이는 해외 사업장까지 포함한 전력 소비량으로 알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현재로서는 RE100 달성에 부족한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산업부의 설명대로라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부족하지 않은데 RE100 가입 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량이 적을 따름이라는 얘기다.
재생에너지 구매 어려운 구조 개선 해야
정부는 RE100 가입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구매를 위한 제도 도입을 요구하자 지난해 한국형 RE100 이행수단을 도입했다.
하지만 에너지와 기후변화 정책 전문가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4월말 현재 국내 RE100 가입 기업이 이 이행수단을 통해 조달한 전력은 기업별 전체 전력 소비량의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은 6월에 나온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에 소극적인 이유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에 친화적이지 않은 시장 제도와 규제 장벽에 맞서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RE100 이행수단은 ▲녹색프리미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지분 투자 ▲자가 발전 ▲직접 PPA 등의 6개 수단으로 이루어져있다.
RE100 이행 수단 중 녹색프리미엄이 99% 차지
녹색프리미엄은 전기 소비자가 한전에 기존 전기요금에 프리미엄을 추가로 납부하고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받는 제도다. 소비자가 부담한 프리미엄은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재생에너지 투자에 사용된다.
가장 먼저 생긴 제도인데다 이용하기도 쉬워 현재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8월 말까지 기업의 RE100 이행수단 이용 실적은 5.7TWh라며 “이중 99%가 녹색프리미엄”이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은 “녹색프리미엄은 실제 이행 비용 자체는 낮지만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점을 감안한다면 감축 의무를 지닌 기업의 입장에서 증가하는 탄소 가격의 부담을 상쇄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다른 이행수단에 비해 비용면에서 효과적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C 구매는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시행으로 발행되는 REC를 전기소비자가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수단이다.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와 지역난방공사, 수자원공사 등500MWh 이상의 발전 능력을 가진 24개 발전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RPS 대상 사업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거나 10만개에 달하는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해 의무발전량을 채워야 한다.
정부는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에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인증하는 수단으로 REC를 발급해준다. 민간 사업자는 이를 판매해 전력 판매 외에 추가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발급된 REC는 RPS 대상 발전사업자 뿐 아니라 RE100 가입 기업도 구매할 수 있다.
기후솔루션은 REC 가격과 수급의 변동성이 커 REC 구매를 계획하는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낮추고 재무 위험도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 PPA와 3자 PPA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을 체결하거나 한전의 중개로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이 경우 한전에 전력망 이용료를 포함한 부대비용으로 KWh 당 약 50원을 지불해야 하고 이격 거리 규제나 복잡한 인허가 규제 때문에 발전설비 공급에 제한을 받는 문제가 있다고 기후솔루션은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의 임장혁 연구원은 제도상의 문제도 있지만,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RE100은 자발적인 캠페인이고 당장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려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공급 증가 예상
이런 여러 문제점에도 결국 재생에너지 시장은 활성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의 한병화 애널리스트는 이날 나온 리서치노트에서 “국내 풍력, 태양광 업체들은 EU 의 REpowerEU, 미국의 IRA 로 유발된 글로벌 그린빅뱅 때문에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며 “두 시장 모두 2~3 년내에 풍력, 태양광 설치량이 기존 대비 2 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 확대로 인해 국내의 풍력, 태양광 시장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앞으로 RE100 가입 기업이 늘어도 재생에너지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산업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풍력과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량이 250GWh 이상 필요하다”며 “2021년 말 기준 국내 풍력 설치량은 1.7GWh, 태양광 설치량은 21.7GWh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2050년까지 연간 약 8GW 수준의 풍력과 태양광이 설치돼야 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도 “기업들이 원활히 RE100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비용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와 금리 등 인센티브 지원, 재생에너지 거래 및 투자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등을 다각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정부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종전의 30%에서 21.5%로 낮췄으나, 이는 RPS 대상 발전사업자의 의무 공급량을 위주로 책정한 것이라며 "RE100 기업들의 자체 투자에 따른 자가 발전과 PPA 등을 통해서도 재생에너지 공급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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