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에 합의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 폐쇄하며 '에너지 전쟁' 선포
독일 원전 폐기 일시 중단...내년 4월까지 2곳 예비 전력원으로

[ESG경제=이진원 기자]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마련하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 가격의 상한제에 합의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독일로 가는 노드스트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폐쇄하면서 보복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을 상대로 에너지 전쟁 전면전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다.
G7 재무장관들은 2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모여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가격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9일에는 역내 에너지장관 회의를 열어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는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다.
G7 재무장관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은 독일에 가스를 공급해주는 파이프라인인 노드스트림1 가스 파이프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드스트림1은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대의 가스 파이프라인으로, 지난해 유럽의 러시아 가스 수입 물량 가운데 약 35%가 이를 통해 운반됐다.
확전 양상인 러시아 대 유럽의 에너지 전쟁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화석연료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으로 쓰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명분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을 심화시키는 에너지난을각오하면서까지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G7 재무장관들은 2일 화상회의를 마친 후 발표한 성명에서 "가격상한제는 침략 전쟁에 자금을 대는 러시아의 능력에 타격을 가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곧바로 이 결정에 반발했다. 러시아는 G7의 이번 계획에 참여하는 회사들에 대한 석유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가스프롬은 유지 및 정비 문제를 핑계로 독일로 이어진 노드스트림1 파이프라인을 재가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종국적으로 에너지 수출 타격 받을 듯
많은 EU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인도와 중국 같은 국가들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주수입원인 에너지 수출을 방해하려는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해왔다. 하지만 이번 가격상한제 결정 이후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노드스트림1은 최근 몇 주 동안 용량의 20%만 가동 중이나 이처럼 독일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용량을 줄여도 가스프롬은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1년 전보다 약 10배나 오르는 바람에 가스프롬은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사상 최대인 413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러시아는 EU 12개국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했고, 8월 말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나 감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석유 수출도 6월에 감소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0% 늘어난 204억 달러의 판매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유럽 경제 전문 싱크탱크인 브뤼겔(Bruegel)의 사이콘 타질라피에라 연구원은 폴리티코에 “러시아가 가격상한제에 동참한 국가들에 석유 수출을 중단하면 다른 나라에 할인해서 판매해야 하므로 석유 수출 수입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천연가스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U는 지난해 전체 수입의 40%를 차지했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데 주저했지만, 이번엔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위원장은 “푸틴이 에너지 공급을 줄이고 에너지 시장을 조작함으로써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그는 실패할 것이고 유럽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취약한 가구와 기업들이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감당할 수 있게 도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겨울 앞두고 유럽 국가들 에너지난 대응책 마련에 부산
유럽이 러시아와의 이번 에너지 전쟁에서 버티려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 중단을 발표하자 금주 유럽 전역에서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다.
올 겨울 유럽은 에너지 부족과 정전 등으로 상당히 힘든 몇 달을 보내야 할 수 있다. 알자지라지에 따르면 유럽은 전력, 운송, 난방에 가스 의존도가 상당하다. 지난해 유럽에서 사용한 에너지의 3분의 1인 34%가 가스를 태워 얻었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벨라루스의 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다. 벨라루스는 소비하는 에너지의 62%를 가스로부터 얻는다. 다음이 러시아(54%), 이탈리아(42%), 영국(40%), 그리고 헝가리(39%)순이다.
지난해 유럽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3분의 2인 76%는 화석연료를 태워서 얻었다. 가스(34%), 석유(31%), 석탄(11%) 순이었다.
수력,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연료 등 재생 가능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는 원자력이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압박으로 인해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현재 가동 중인 3곳의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예정이었던 독일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2곳의 원전을 내년 4월까지 예비전력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4일에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고자 650억 달러 규모의 지원 대책도 내놓았다.
영국 역시 올해와 내년 겨울 동안에 가정용 에너지 가격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도 에너지 가격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구와 기업들을 돕기 위한 170억 달러 규모의 지원책을 승인했다.
이 밖에 핀란드와 스웨덴도 에너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가 재생에너지 상품 개발과 전략시장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줄 것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