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올드보이 경영진 퇴진, 거버넌스 개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 위해 친환경 브랜드 육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해를 ESG경영의 원년으로 잇따라 선포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관련 조직을 정비할 계획 마련에 분주하다. 재계는 ESG경영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량 강화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
<ESG경제>는 국내의 ESG리더를 조명하고 ESG경영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기획을 시리즈로 마련했다. <편집자 註>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아산’ 정주영 회장이 타계한지 20주년에 세계 10대 자동차로 부상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임 회장으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동안 정주영, 정몽구로 이어진 선대 회장들이 “이봐 해봤어?”라는 승부정신을 통해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시켰다면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를 뛰어 넘어 종합 모빌리티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빠른 성장 속에서 사회적 책임이나 환경경영에 다소 소홀했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의선 회장의 취임이후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경영도 발 빠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작년 7월 발간한 '2020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2025 ESG 전략을 기반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을 위한 지속가능경영 5대 영역의 주요 성과와 중장기 계획을 담았다.
지속가능경영 5대 영역은 ▲스마트 모빌리티 기반 고객 경험 혁신 ▲전 과정 친환경 가치 추구 ▲지속가능한 공급망 조성 ▲건강한 조직문화 구축 ▲지역사회 기여 및 개발 등이다.
지속가능경영 4가지 사례는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기는 기술력과 성과를 강조하는 ‘친환경차(Clean mobility)’ ▲현대차가 새롭게 선보인 세계 최초, 최고의 기술을 소개하는 ‘첨단기술(Advanced technology)’ ▲글로벌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더하는 가치 창출의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창의적 혁신과 끝없는 도전을 가능케 하는 앞선 기업문화를 향한 ‘자율성 및 권한 부여(Empowered employees)’ 등이다.

정의선 회장 취임일성 “거버넌스 개선 역점”
무엇보다도 경영권 안정과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부문은 정의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한 뒤, 2019년부터는 국내외 일반주주들로부터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받아 선임하는 새로운 주주 친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확대와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전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이는 소액 주주들의 주주권을 보장하고 주총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과의 소통도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중장기 경영 전략을 설명하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또 현대차는 주요 기업 중에서도 '지속가능 보고서'를 빠르게 내놓았다. 해당 보고서는 비재무적 정보의 외부공개 활동의 대표적인 형태로 꼽히고 있는데, 이 역시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위한 일환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등기이사 보수 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수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지배구조 헌장 개정을 통해 이사선임 및 평가 관련 항목 등에 대한 원칙을 강화했다.

‘포니’ 콘셉트 아이오닉5로 친환경 경영 본격화
‘포니(PONY)’로 시작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시장으로 급변하자 환경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주창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도 환경경영이 모태가 됐다고 할수 있다.
현대차는 2040년까지 유럽,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의 모든 차종을 친환경차로 전면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중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오닉5는 테슬라를 직접 겨냥해 개발한 친환경 전기자동차다. 아산 정주영 회장의 승부정신을 이어받아 아이오닉5에 현대차가 처음으로 생산했던 포니를 콘셉트로 해 개발했다.
특히 '아이오닉5'에는 자연 친화적인 소재와 친환경 공법을 대거 적용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의 EV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첫 전기차다. 이 모델의 가죽 시트 일부와 도어 팔걸이에 재활용 투명 페트병을 분쇄하고 가공해 만든 직물을, 도어와 대쉬보드, 천장과 바닥 부분에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소재를 사용했다.
또한 시트 가죽 염색 공정에는 아마씨앗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이 적용됐으며 스티어링 휠, 스위치 등 손이 닿는 부분은 유채꽃, 옥수수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을 활용한 바이오 페인트가 사용됐다.
현대차는 친환경 경영을 위해 친환경차의 생산·개발에 박차를 가할 뿐 아니라 내연기관의 연비를 개선해 자사가 생산하는 완성차가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자동차 부품의 유해물질을 저감하고, 친환경 물질을 사용하며 폐자원을 순환시키려는 노력을 통한 친환경차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사업장 내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감소와 함께 자체 개발한 ‘부품 재질 분석 시스템’을 통해 유해물질이 함유된 부품을 생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글로벌 온실가스 관리 센터를 설치하고, 태양에너지 발전과 수소 인프라를 확대하며 전 세계의 강도 높은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 경영을 통해 현대차는 향후에 개발되는 아이오닉 시리즈에도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지속적으로 확대 적용해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 현장경영 통해 사회책임에도 총력
정의선 회장은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이 직원들과 현장에서 막걸리를 기울이며 한데 어울렸던 일화 등에 착안해 현장에서의 사안을 면밀히 챙기고 있다.
앞서 올해 초 현대차 협력업체 근로자 50대 A씨는 지난달 초 울산1공장에서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공장 안에서 청소를 하다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의선 회장은 직원의 사망 사고에 대한 애도 차원에서 올해 신년회를 취소하고 정 회장의 서면 메시지로 대신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진심으로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히고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안전한 환경조성과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 현대차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울산과 아산, 전주 등 국내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 수는 증가 추세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210명, 2018년 286명, 2019년 377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사업장의 산업재해자 수는 각각 41명, 32명, 18명으로 집계됐다.

정 회장은 최근 열린 현대차 이사회에서도 안전을 중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회장이 재차 '안전 경영'을 강조한 것은 산업재해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일찌감치 소외계층과 교통약자를 위한 솔루션 제공에 나섰다. 한 예로 회사는 2010년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를 설립해 장애인과 노인 복지차 및 이동보조기구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다.
또 2010년부터 시작한 '기프트카 캠페인'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이웃에게 자동차를 선물하고 창업 지원을 통해 자립을 돕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를 활용해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프라이빗 픽업 서비스'와 '프라이빗 헌혈 서비스'를 제공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혈액 수급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현대차 서비스 노사가 설 명절을 맞아 취약계층 아동 지원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 본부에 투싼 하이브리드 3대와 밀키트 등을 지원했다.
앞서 현대차 서비스 노사는 지난해 대구·경북 아동복지시설에 시설 내부 및 차량 방역, 아동 간식 및 놀이용품 제공 등 코로나19 관련 긴급 지원에도 나선 바 있다. 또한 2018년부터 매년 진로상담 등을 통해 정비업 종사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일대일 멘토링 프로그램 ‘H드림플래너’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 개발도상국 청년들이 기술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직업기술학교 '현대드림센터'를 운영하는 등 해외에서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현대차의 ESG경영은 사회책임과 환경경영에서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빠른 전환을 통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도 선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