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케미칼, 바스프 등 메이저 화학사, 열분해 공정에 과감한 투자
바스프, LG생활건강 등...열분해 오일로 포장 용기 제품 생산 계획

[ESG경제=김민정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제조업체들이 폐플라스틱의 열분해 공정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활용 가능한 폐플라스틱은 기본적으로 음료수병 등에서 나오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와 우유 등 기타 식품용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 등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폐플라스틱이 음식 찌꺼기가 묻어 있으면 재활용하기 어려워진다. 미국 환경 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계를 이용해 실제 재활용되는 폐플라스틱은 약 9%에 불과하다.
과자 포장지나 제품 보호 포장용 비닐, 일회용 컵, 냉동식품 파우치, 면도기, 치약튜브 등 생활용품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대부분 분해가 어려운 혼합플라스틱인 폴리올레핀으로 만들어진다. 이 경우 열분해를 통해 원료를 회수하는 것이 유일한 재활용 방법이다.
폐플라스틱 열분해는 고온에서 ‘열분해 오일’이라 불리는 작은 분자의 혼합물로 분해하는 방법이다. 혼합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공급 원료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원료를 구입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아 대규모 공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라 테크놀로지,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 건설
미국 화학학회 ACS가 발행하는 전문지 C&EN는 10일 세계 메이저 화학회사인 다우케미칼(Dow), 바스프(BASF), 쉘(Shell), 엑슨모빌(ExxonMobil), 라이온델바젤 인더스트리스(LyondellBasell Industries), 사빅(Sabic), 이네오스(Ineos), 브라스켐(Braskem), 토탈에너지(TotalEnergy) 등이 폐플라스틱 열분해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중소기업들과 협약을 맺었거나 자회사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케미칼, 롯데케미칼 등이 앞장서는 분위기다.
C&EN에 따르면 대형 화학 회사들과 영국 무라 테크놀로지(Mura Technology)가 독일 뵈렌(Böhlen)에 플라스틱 재활용 설비 공정 기반의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공장에서는 혼합 플라스틱 폐기물에 열분해 공정을 적용, 탄화수소 액체로 변환시켜 다우케미칼에서 새로운 플라스틱으로 재생산하게 된다.
이 공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으로서, 소각로로 가야 할 12만 톤의 폐기물을 재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라는 향후 유럽과 미국에 연간 총 60만 톤 규모의 시설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올리버 보렉(Oliver Borek) 무라 최고상업책임자는 “무라 외에도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KBR은 이미 한국에 3개, 일본에 1개의 공장을 설계하고 있다”며, “뵈렌에 세워진 이번 공장은 기본 사례일 뿐,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바스프, 폐플라스틱에서 생산된 열분해 오일 구매 계약
지난 달 독일계 글로벌 화학회사 바스프(BASF)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아쿠스 그린사이클링(ARCUS Greencycling)과 업무협약을 맺고 아쿠스 독일 공장에서 열분해 오일을 구입한다고 발표했다.
아쿠스는 혼합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온으로 빠르게 가열해 열분해 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바스프는 이를 이용해 화석연료를 대체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바스프는 화학적으로 재활용된 원료로 생산된 제품을 ‘씨사이클드(Ccycled)'라고 부르고 있다. 2020년 바스프는 씨싸이클드 소재로 만들어진 포장 제품을 출시했다.
LG생활건강,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친환경 용기 제작
LG생활건강은 17일, 현대케미칼, 롯데케미칼과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100%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만든 친환경 화장품 용기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현대케미칼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기존 정유 공정의 원료로 도입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제조하고, 롯데케미칼은 이를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제품군을 개발하기로 했다. LG생활건강은 이 플라스틱을 납품받아 친환경 화장품 용기를 양산한다.
LG생활건강은 열분해유 용기의 강도와 유해 물질 유무 등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지속적으로 친환경 용기를 늘려가 ESG 경영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