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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업 탐방] ⑨ 러쉬, '원료에서 재생까지' 화장품 역사를 다시 쓴다

  • 기자명 전혜진 기자
  • 입력 2021.04.07 11:48
  • 수정 2021.04.13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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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동물, 인권 문제 해결을 향한 지속적 노력
기업 신념 담아 전사적 ESG 경영 모범 사례

[ESG경제=전혜진 기자] 영국의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는 신선한 수제 제품을 파는 회사다. 창립 때부터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대신 환경, 동물, 인권 문제에 모든 관심을 쏟는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실현하기 위해 26년째 한결같이 노력 중이다. 

러쉬 매장 곳곳에는 기업 신념이 담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러쉬는 광고나 마케팅, 프로모션 대신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러쉬의 기준은 '윤리'

러쉬의 모든 제품은 100% 베지테리언(Vegetarian)이다. 그 중 95%는 식물성 원료로만 만든 비건(Vegan)이다. 1995년 창립한 이래 지금까지 동물실험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동물실험을 거친 원재료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러쉬의 공급업체는 러쉬의 엄격한 정책을 준수한다는 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 원재료를 구매할 때 마다 재확인한다.

 러쉬는 모든 비지니스 단계에서 ESG 윤리 기준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제외한다. 제품 원료 구매는 더 까다롭다. 자사의 신념을 캠페인으로 전환해 협력사들이 함께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올바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원재료가 재배되는 것을 최우선에 둔다. 유전자 변형 생물체(GMO)를 거치지 않고 화학 살충제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꿀, 라놀린 등 동물성 원료는 동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농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동물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생산 방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러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비건 단체인 ‘영국 비건 협회(The Vegan Society)’로부터 비건 제품임을 인증 받았다.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선 (1) 동물실험 여부 (2) 동물성 원료 및 우유, 꿀, 달걀 등 동물 유래 성분의 사용 여부 (3) 동물성 원료 및 유래 성분과의 교차 오염 여부 등의 기준과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러쉬의 '낫 랩' 천 포장재 _ 러쉬 제공
러쉬의 '낫 랩' 천 포장재 _ 러쉬 제공

포장, 반드시 필요하다면 지속가능한 소재로 '최소화'

2005년 러쉬는 '낫 랩(Knot-wrap)'이라는 천 포장재를 선보였다. 도시락을 보자기로 싸는 일본 전통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러쉬는 이 천으로 고객들이 스카프, 헤어밴드, 가방 등 일상생활에서 재사용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온라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낫 랩은 매 시즌마다 다양한 컬러와 패턴의 디자인으로 출시되고 있다.

러쉬코리아 측은 "다양한 재활용 방법을 배우고 실생활에 적용해 환경을 위한 자원 순환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라며 "온라인 클래스의 장점을 살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러쉬코리아는 기존에 갖고 있던 러쉬 낫랩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새로운 러쉬 낫랩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교환해주는 `낫 스왑(Know Swap)`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나, 인도의 여성 커뮤니티에서 만든 100% 오가닉 천도 있다.

러쉬의 상징인 '블랙 팟(Black Pot)'은 100% 재활용된 플라스틱 PP(폴리프로필렌)로 만들어졌다. 러쉬코리아는 고객들의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블랙 팟 5개를 가져온 고객에게 2만5000원 상당의 '프레쉬 마스크'를 증정하는 등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수거된 블랙 팟은 2013년 3만8405개, 2014년 6만7175개, 2015년 7만5690개, 2017년에는 20만6880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모인 블랙 팟은 공정 과정을 거쳐 새로운 블랙 팟으로 만들어진다. 완전 분해 가능한 무독성 용기로 다시 재활용이 가능해 생산 과정 시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품을 제조할 때 나오는 폐기물도 모두 퇴비로 재활용하고 있다.

 

'낫 랩'을 만들고 있는 인도 여성 _ 러쉬 제공 
'낫 랩'을 만들고 있는 인도 여성 _ 러쉬 제공 

기업 신념 담긴 지속성장을 위한 노력

러쉬는 동물실험의 비윤리성을 고발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동물 대체시험 분야의 세계 최대 시상식인 ‘러쉬 프라이즈’를 시행해왔다. 다른 기업들이 동물실험을 중단하도록 장려하는 캠페인이다.  매년 시상을 통해 대체 실험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세계 최대 규모로 후원하고 있다.

또한 러쉬는 본사에 크리에이티브 바잉(Creative Buying) 팀을 두고 있다. 이는 양질의 원료 구매는 물론, 아동인력 노동착취 등 자사의 에티컬 바잉(Ethical Buying) 기준에 맞는지 등을 확인한다.

예컨데 2007년 러쉬 바잉팀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 위치한 팜 오일 공급지를 방문한 후 삼림은 물론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것을 알고 비누 베이스에서 팜 오일을 제거했다. 그 후 이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천연 운모를 얻기 위해 간 인도에서 어린 아이들이 동원된다는 사실을 알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독일 회사의 합성 운모로 대체하기도 했다.

러쉬는 '지속가능한' 공급을 넘어 '재생가능한' 공급망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박원정 러쉬코리아 에틱스 디렉터(Ethics Director, 윤리 담당자)는 "러쉬는 현재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훼손된 지구환경과 지역사회를 '재생(Regeneration)'시키는 일을 더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구를 구성하는 생태계가 선순환하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함(Sustainability) 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리:펀드(Re:Fund, Regenerative Lush Fund)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리:펀드는 훼손된 환경 및 사회를 복구하는 재생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과거에 비해 기부와 후원에 초점을 맞춘 러쉬의 새로운 콘셉트다.

러쉬 창업자 마크 콘스탄틴 _ 러쉬 제공
러쉬 창업자 마크 콘스탄틴 _ 러쉬 제공

창업자 마크 콘스탄틴의 친환경 의지

러쉬의 창업자인 마크 콘스탄틴이 ESG경영에 나선것은 바닷가에 죽어있는 새를 보고 충격을 받으면서다. 새의 뱃속에 가득찬 플라스틱을 보고 환경오염과 동물보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가 세운 화장품 회사 세곳 모두 친환경이 모티브가 돼 만들어졌다.

라쉬의 모태 기업인 콘스탄틴&위어(Constantine and Weir)는 1977년 영국 소도시 풀(Poole)에서 탄생했다. 천연성분의 염색제 등을 만드는 회사였다. 러쉬는 그의 세번째 회사다. 창업자의 의지는 40년이 넘도록 계속 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영국에선 성장만 쫒는 상황을 메뚜기가 된다고 표현한다. 메뚜기는 탐욕의 제왕이다. 농작물을 집어삼켜 궁극적으로 기근을 불러온다. 그 반대는 꿀벌이다. 꿀벌은 차근히 회사를 키우며 좋은 일을 한다. 우리의 목표는 꿀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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