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최고등급 펀드에 국제기준 위반 기업 편입 횡행
최고등급 750개 9조 펀드 중 근 20%에 적잖은 하자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 제도가 ESG 펀드의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EU는 지난 3월 ESG 투자 지침 성격의 SFDR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ESG 펀드를 ESG 요소 반영 정도를 감안해 9조와 8조, 6조 등 3개 유형으로 나눴다. 9조 펀드는 ESG 요소를 가장 많이 고려한 것이고, 그 다음은 8조 펀드다. 6조 펀드는 ESG와 거리가 있는 기타 펀드로 분류된다.
지속가능성 플랫폼 기업인 클래리티 AI(Clarity AI)가 지난 3일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EU의 9조 펀드 750개 중 20%에 가까운 펀드가 주요 국제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종목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에 관한 유엔글로벌콤팩트의 10대 원칙이나, 다국적 기업의 경제사회, 환경적 역할을 강조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이런 종목을 5% 이상 보유한 펀드는 9조 펀드의 40%에 달했다. 9조 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 유엔글로벌콤팩트나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기업은 166개였다. 위반 사례 중에는 뇌물공여 등 부패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들도 있었다.
EU의 SFDR 준칙은 국제금융 시장에서 녹색투자의 좋은 잣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유럽의 규제 당국은 SFDR이 문제를 안고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번 조사보고서를 낸 클래리티 AI는 “ 자사 펀드의 지속가능성을 홍보하기 위해 SFDR의 펀드 분류법을 활용하는 자산운용사가 늘고 있지만, 일부 9조 펀드는 ESG 요소에 어긋나는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는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래리티 AI의 패트리샤 피나 상품리서치 담당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펀드가 이런 기준을 준수하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예상보다 기준 위반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모닝스타, "9조 펀드 5% 비중도 안되지만 자금은 순유입"
EU는 SFDR 기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산운용사로 하여금 100% 지속가능한 펀드만 9조 펀드 신청을 하도록 독려해 왔다. 모닝스타는 지난달 31일자 보고서에서 지난 3월 SFDR 도입 후 9월 말까지 자산운용사들이 신청한 9조 펀드는 전체 펀드의 4.3%에 그쳤고 8조 펀드는 33.6%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나머지는 모두 6조 펀드였다. 펀드에 편입된 자산 규모를 보면 8조 펀드가 48.3%, 9조 펀드가 5.2%로 ESG 펀드 자산은 모두 53.5%였다.
9조 펀드의 비중은 낮지만, 자금은 계속 유입되고 있다. 올 3분기 중 9조 펀드 순유입 자금은 126억 유로(약 17조5000억원)로 2분기의 60억 유로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8조 펀드와 6조 펀드의 투자자금이 순유출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그만큼 순수한 ESG 펀드에 대한 투자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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