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승계프로그램 밝히지 않고, ESG경영 강조.
내부규범 고쳐 임기 이어갈지 관심

[ESG경제=김도산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정태 회장의 4연임을 확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총에서 김 회장의 1년 연임 및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 회장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에 이어 금융권에서 두번째로 '4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이날 주총에서 부여한 임기는 내년 3월25일까지로 1년이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회장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그동안 누차 3연임 뒤 물러나겠다는 뜻을 직간접으로 밝혀왔음에도 사실상 ‘셀프 4연임’에 들어갔다. 때문에 ‘임기 1년’을 믿을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도 나온다. 시장 뿐아니라 금융감독당국에서도 그렇다.
당장은 4연임 비판을 피하기 위해 내부규범을 지키는 선에서 1년 연임에 들어갔지만, 내년에 다시 어떤 명분으로든 2년을 더 채워 4연임을 실질적으로 완수하려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그만큼 실추돼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김 회장은 이날 주총 인사말에서 ‘4연임’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본인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해명이나 양해, 1년 뒤 퇴진 등 주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고 넘어갔다. 1년 안에 CEO승계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가동해 차기 회장 선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발언 같은 것도 없었다.
하나금융지주의 '70세 이후 회장 불가'는 과거 김승유 전 회장이 3연임을 끝으로 물러나면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일종의 신사협정인 ‘내부규범’이다. 주총 결의 사항도, 이사회의 정관변경 사항도 아니다. 그냥 염치를 무릅쓰고 주총 결의로 임기를 계속 이어나가도 도의적 비난을 받을 뿐 법규 상 제제는 없다.
1년 뒤 김 회장의 거취는 정치 일정과도 맞물려 관심을 끈다. 정확하게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및 새 대통령 취임과 맞물린 시점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문 대통령과 경남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현 정권의 금융계 실세들이 김 회장을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민주당이 재집권하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 김 회장이 임기를 더 이어가려 시도를 할 것이지만, 정권이 바뀌면 조용히 퇴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SG 평가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김 회장 1인 독주체제 및 CEO 승계 프로그램의 부실한 가동 등을 들어 지배구조 부문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정태 회장, "ESG경영 최선 다하겠다"
김 회장은 최근 ESG경영에 관심을 갖고 이를 부쩍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그는 주총 4연임 통과 뒤 인사말에서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올 한해도 금융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비우호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나금융은 사전적인 준비와 철저한 관리로 위기상황에 대응하고 비은행 부문의 강화와 글로벌 시장 공략, 생활금융플랫폼 구축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주총에서는 이사회 내 ESG 관련 위원회인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하는 정관 개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박성호 하나은행장을 비상임이사로 임명하는 안건이 통과돼 박 행장이 이사회에 합류하게 됐다. 박 행장은 그룹내 젊은 리더로,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박 행장이 이사회에 포함되면서 하나금융 이사회는 기존 9명에서 10명(사외이사 8명·사내이사 1명·비상임이사 1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2명(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권숙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신규 선임 안건과 기존 사외이사 6명(박원구·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백태승)의 재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이날 하나금융은 주총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재무총괄 전무(CFO)는 "중간배당과 기말배당을 포함해 주주 가치가 지속적으로 증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