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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ESG는...“100점 만점에 50점”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2.12.17 17:53
  • 수정 2022.12.1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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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5대 지속가능전략, ‘그린워싱’ 도마에
노동자 6500명 사망, 탄소배출 러시아 월드컵의 2배
FIFA 수입 45억불 예상...돈벌이 수단 전락 비판도

월드컵은 돈 먹는 '화이트 엘리펀트'

19세기 태국의 왕이었던 시암(Siam)은 맘에 들지 않는 신하를 벌주기 위해 먹성 좋고 덩치 크고 성질도 사나운 흰코끼리를 선물했다. 신하는 왕이 하사한 선물이니 잘 관리를 해야했지만 흰 코끼리를 키우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고 사람을 헤치거나 건물을 부수는 사고를 많이 일으켜 여간 골치아픈 일이 아니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대표적인 ‘화이트 엘리펀트’로 불린다. 짧은 기간 동안 세계인이 주목하는 화려한 행사가 펼쳐지지만, 행사가 끝난 후 경기장과 부속 시설물을 관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개최국에 경제적인 부담이 되거나 아예 폐허가 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근래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국이 흑자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고, IOC나 FIFA의 배만 불리는 장사라는 비판을 받는다.

더구나 이제는 E,S,G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올림픽, 월드컵은 어떻게 해야하나를 고민해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올림픽의 IOC, 월드컵의 FIFA는 2010년 이후 개최하는 대회마다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동안 열린 올림픽과 월드컵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의 이면에서 환경과 사회 면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2018 평창동계올림픽도 같은 선상에 있다. IOC와 FIFA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전략과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5대 지속가능전략 제시

2020년 10월 FIFA와 카타르월드컵조직위원회는 지속가능한 월드컵을 치루겠다는 약속과 함께 <환경> <사회> <인간> <거버넌스> <경제>  5대 영역의 지속가능전략과 목표를 발표했다. 

환경은 '세계적 수준의 환경 솔루션을 적용하겠다'는 전략 아래 ►지속가능한 건물 ►온실가스 감축 ►공기 오염 ►폐기물 배출 ►물 사용  5대 영역에서 최소한의 환경 발자국을 남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회는 ' 포용적인 토너먼트 경험을 제공하겠다' 는 전략 아래 ►접근성 ►문화적 이해 ►포용성 ►인권을 옹호하는 미디어와 단체의 권리 보장 ►참석자, 참가자 및 지역사회를 위한 건강과 안전 보장 ►금연  6대 영역에서 사회적 안정성과 포용성을 최고의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인간 영역에서는 '인적자본을 개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전략 아래 ►노동자 생활과 환경 ►노동자 고용 ►인력 개발 ►청소년 교육과 역량강화 4대 영역에서 노동자의 안전 및 생활, 권익보장 및 역량개발에 힘쓰겠다고 했다.

거버넌스 영역에서는 '좋은 거버넌스 및 윤리적 관행의 모범을 보여준다' 는 전략 아래 ►투명성과 책임 ►지속가능한 조달 ►규정준수, 뇌물수수 금지 및 부패 방지 3대 영역에서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윤리적인 거버넌스를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경제 영역에서는 '경제발전의 촉매작용을 하겠다' 라는 전략 아래 ►지역 산업과 비즈니스 가치사슬의 발전 ►경기 후 지속적인 자산 활용 ►인프라 및 서비스의 적용성 3대 영역에서 국가 및 지역 경제의 발전과 지속가능한 자원사용을 하겠다고 했다. 목표는그렇게 좋았다.

“외국인 노동자 6500명 이상 사망”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후 10년 동안 카타르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가 6500명 이상이라고 지난해 3월2일 자에서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도 카타르 정부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1만 5000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가 월드컵 준비기간 동안 사망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카타르 정부는 월드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설현장에서 직접적인 사고'로 숨진 외국인 노동자는 단 3명 뿐이라는 반박 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가디언과 엠네스티는 월드컵과 직접 연관된 경기장과 시설 뿐만 아니라 간접 인프라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또한 포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직접적인 사고로 인한 사망 뿐만 아니라 섭씨 40도가 넘는 기온, 물 부족, 모래 바람, 열악한 숙소, 빈약한 의료 서비스 때문에 열사병, 호흡기 질환, 전염병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가디언의 기사는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당 8파운드(한화 1만 3000원) 정도의 불공정한 저임금을 받고 일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망 노동자 대부분을 카타르 정부가 '자연사'로 규정하면서 제대로된 보상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기장은 시원했지만 온실가스는 어떻게?

중동 사막에 위치한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린다고 했을때, 모두가 우려한 바가 바로 '더위'였다. 결국, FIFA는 살인적인 여름 더위를 피해 유럽축구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11월에 월드컵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유럽 언론들은 이런 결정을 한 FIFA가 카타르의 오일머니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카타르는 경기장마다 이제까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엄청난 냉방시설을 설치했다. 선수와 관중은 사방에서 나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덕분에 섭씨 23~28도로 유지되는 경기장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냉방시설엔 당연히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많은 환경단체들이 카타르 월드컵이 사막 더위와 싸우기 위해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FIFA와 카타르정부는 2020년 12월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을 개최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으로 맞불을 놨다.

경기장과 경기장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 선수단의 이동거리를 줄이고, 최첨단 환풍 및 냉방 설계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나무심기를 통해 온실가스를 적극 상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FIFA는 탄소중립 월드컵 영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실제는 달랐다. 카타르 정부와 외부 검증기관이 지난해 예측한 월드컵 경기 기간 탄소배출량은 약 360만톤이었다. 이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이 배출한 180만톤보다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많은 환경전문가들은 이 수치도 믿을 수 없다고 의심했다. 카타르 월드컵의 탄소 배출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정부기관 및 외부검증기관의 전문성과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경기 기간만이 아니라 월드컵 준비 기간의 탄소배출량도 포함해야 하며, 경기 관람을 위해 카타르를 찾은 관광객들이 이용한 항공기의 탄소배출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카타르 정부가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투자, 나무심기 계획이 과연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잘 지켜질지 의심 가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경기장 재활용? "불가능한 얘기"

이번 월드컵을 위해 리모델링하거나 새롭게 건축한 경기장은 모두 8개다. 이 중 눈에 띄는 게 카타르의 국제전화 번호를 따서 974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974 경기장'이다. 카타르는 "이 경기장이 지속가능한 경기장의 미래를 보여준다"며 대대적으로 자랑했지만, 건축 전문가들은 혹평을 했다.

유현준 건축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카타르월드컵 경기장 건축 특징을 설명하며 "974 경기장의 재활용 가능성은 글쎄..."라고 평했다.  독일의 환경공학 교수이자 재생비즈니스 전문가인 필립 서머도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해 경기장과 시설물을 많이 지었지만, 시설물로 활용하기 위해 개조한 컨테이너를 다시 화물용 컨테이너로 재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거버넌스와 윤리, 차라리 말을 말자

FIFA의 거버넌스가 윤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월드컵 개최국 선정이 소수의 FIFA 집행위원들 손에 달려있고 최종 결정권이 FIFA 회장에게 있다는 점 자체가 불공정하다. FIFA 집행위원들의 뇌물과 비리 스캔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으로 FIFA가 올릴 수입은 약 45억달러로 예상된다. 이 중 1억 달러 정도만이 카타르에 지원되고 나머지는 FIFA가 독점한다. 공식적인 수익만 45억달러이고 그 외에 비공식적인 후원과 뇌물이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월드컵의 흥행 수입이 개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경제 선진국에서만 치룰 수 밖에 없다. 세계인의 축제가 아니라 선진국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많은 축구 선수와 관계자, 언론이 월드컵은 축구 그 자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FIFA가 선수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비판해 왔지만, 월드컵의 인기에 가려 사실과 진실은 외면당해 왔다.

카타르 월드컵의 ESG는 몇 점?

월드컵은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이다. 그만큼 영향력도 크다. 올림픽과 월드컵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치뤄진다면 지속가능성에 대해 눈을 뜨지 못한 국가나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고대 올림픽 기간에 전쟁을 멈추었던 것처럼 오늘날 올림픽과 월드컵도 돈을 버는 도구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평화와 안녕, 환경의 지속가능성 가치를 드높이는 진정한 세계인의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ESG 점수는 100점 만점에 50점이다.

[유승권 이노소셜랩 ESG센터장]

 유승권 이노소셜랩 ESG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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