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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전쟁 LG 구광모 승리...SK 최태원 'ESG전도사' 이미지에 상처

  • 기자명 조윤성 선임에디터
  • 입력 2021.04.11 18:00
  • 수정 2021.04.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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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완성차 배터리 내재화 선언에 양사 2조원 합의 진화.
“주춤한 미국시장 넘어 유럽시장 확대 위한 포석” 관측
ESG 주창한 SK 최태원 회장, 재계 맏형역할에 부담감 느낀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에서 ESG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해 혁신기업 경영인들까지 회장단에 합류시켰다.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에서 ESG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해 혁신기업 경영인들까지 회장단에 합류시켰다. 사진=SK그룹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전격적으로 맞손을 잡았다. 2년 넘게 이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소송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소송이 시작된 이래 LG와 SK는 난타전을 펼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양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보였다. LG는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겠다”고 강수에 SK는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는 형국이었다.

양 사간 갈등은 SK이노베이션이 2018년 폭스바겐으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낸 것이 결정적인 계기로 손꼽힌다. SK가 LG의 개발자를 대거 영입해 기술을 빼앗아 갔다는 게 LG측의 주장이이었다. 

LG화학은 지난 2019년 4월 결국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 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와 SK의 ‘배터리 전쟁’의 서막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모회사인 LG화학으로부터 분할 설립되면서 배터리 소송 건도 승계를 받아 진행 중이다.

양 사는 ITC 영업 비밀 침해 분쟁이 시작된 후에도 서로를 상대로 특허 침해 사건을 제기하는 등 치열한 법적 공방과 여론전을 이어갔다. 2019년 9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회동하며 최고위급 경영자들의 대화로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할 뿐이었다.

그러던 지난해 2월 LG에너지솔루션은 법적 공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이 고의로 문서를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이 있다고 판단하는 예비 결정을 내리며 LG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최종 결정도 LG의 완승이었다. 지난해 10월에서 세 차례 연기 끝에 2월 10일 ITC는 SK이노베이션에 미국 내 10년간 수입 금지 제재라는 무거운 판결을 내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미국에서의 결정으로 양 사가 적절한 선에서 합의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았다. ‘10년 수입 금지’는 SK 내부적으로도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강한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의 물꼬가 트이기는커녕 두 회사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합의금 규모를 둘러싼 이견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양 사간 다툼에 한미정부도 화해를 촉구하고 나선바 있다. 올해 1월 정세균 국무총리는 “양 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이렇게 걱정을 끼쳐드리면 되느냐.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했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부담이 커지기는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조지아주를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미국 내 일자리 유지,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능력 등을 이유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압박했지만 영업 비밀 침해와 관련해 대통령이 ITC 결정을 뒤집은 사례는 없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공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공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

이에 미 행정부는 지난 몇 달간 SK와 LG 대표단들을 만나며 화해를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회의에서도 양측의 배터리 분쟁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부의 지속적인 합의 압박에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 합의에 이르게 된 셈이다.

이번 합의로 LG에너지솔루션은 조 단위 합의금을 받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공장을 예정대로 가동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모든 소송절차는 종료된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 불확실성을 걷어냄으로써, 안정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대규모 투자와 수주 역시 가능해지면서 공격적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여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양사 갈등, 완성차업계 배터리 내재화 부추긴 듯

그러나 총수까지 나서서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이 미국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보다는 폭스바겐을 비롯해 다국적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시장에 내재화 소식에 서둘러 합의에 이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자동차 배터리는 제조사가 완성차와 설계단계에서부터 협업을 통해 제작해 왔다. 그만큼 높은 기술력과 함께 자동차 특성에 맞는 배터리가 공급돼야하기 때문이다. 

이러던 중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및 자체 배터리 비중을 늘리겠다고 '깜짝' 선언하면서,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15일 배터리데이 행사인 '파워 데이'를 열고 오는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적용해 2030년엔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장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각형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세계 1위 중국 CATL과 BYD가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사진=SK이노베이션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생산해온 파우치형 배터리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중국 CATL, 스웨덴 노스볼트가 주력 생산하는 각형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폭스바겐과의 거래 축소는 LG-SK에겐 악재로,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 배터리업체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에선 파우치형·원통형·각형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는데 파우치형은 폭스바겐·GM·현대차·기아가, 원통형은 테슬라, 각형은 벤츠·BMW가 각각 채택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절반에 가깝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 비중은 각형이 49.2%로 가장 많고, 파우치형 27.8%, 원통형 27.1%를 각각 기록했다. 파우치형 증가 속도가 높지만 각형과의 격차는 크다.

폭스바겐 사태를 통해 배터리 '기술 표준' 싸움은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술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넘어서기 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은 물론, 원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갈등일지, 2021년 4월 - LG에너지-SK이노베이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전격 합의. 그래픽=아이뉴스24제공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갈등일지, 2021년 4월 - LG에너지-SK이노베이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전격 합의. 그래픽=아이뉴스24제공

ESG 주창한 SK, 사회적 책임 지적에 서둘러 합의한 듯

그동안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경영을 펼쳐온 SK그룹에게는 LG와의 소송전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재계의 맏형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ESG경영에 공을 들여온 최태원 회장의 이미지에 먹칠할 수 있는 상황도 펼쳐질 수 있었다.

사실 따지자면 SK의 잘못이 매우 크다 할수 있다. SK가 배터리의 핵심기술을 빼내기 위해 LG의 핵심직원들을 의도적으로 데려갔기 때문이었다. 실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00명에 이르는 LG화학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동했다.

사실상 기업의 사회책임을 강조해 온 최태원 회장의 ESG경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SK의 주력기업인 SK이노베이션에서 펼쳐진 셈이다. SK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시장에서도 K배터리 시장 확대를 위해 공을 들여왔는데 LG와의 소송으로 현지시장을 잃거나 이미지가 실추될 위기에 놓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와 소재 중심(Green Energy & Materials) 기업을 방향으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설정한 만큼 본격적인 실행의 원년인 올해, 모두의 강한 의지와 패기로 친환경 중심의 전면적·근본적 혁신으로 그린밸런스2030을 완성해 'New SK이노베이션'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와 소재 중심(Green Energy & Materials) 기업을 방향으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설정한 만큼 본격적인 실행의 원년인 올해, 모두의 강한 의지와 패기로 친환경 중심의 전면적·근본적 혁신으로 그린밸런스2030을 완성해 'New SK이노베이션'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헝가리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기존 1·2공장에 이어 3공장을 이반차에 1조2000억 원을 들여 30GWh 규모 건설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블룸버그NEF는 2030년 글로벌 배터리 생산 비중은 중국이 59%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유럽이 7%(2020년)에서 31%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SK에게는 유럽시장이 뺏길 수 없는 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시장은 ESG경영이 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해 LG와의 소송이 계속 이어진다면 사회책임(S)을 다하지 못한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SK는 성장세가 더디고 자동차업계의 배터리 내재화가 더딘 미국보다는 유럽시장을 지키기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선 기술로 각형시장 내재화를 준비하고 있는 폭스바겐, BMW, 벤츠 등의 완성차시장의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시장은 폭스바겐, BMW, 벤츠 등 독일 메이커 이외에도 르노, 푸조, 볼보 등의 메이커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SK는 ESG경영을 더 강화해 이들 기업과의 협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와 미국시장에서는 파우치형 시장을 확대하고 유럽시장에서는 각형 제품의 공급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양사의 2년 동안의 지루한 분쟁이 ESG경영 확대에 조기 타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위기감에 SK가 서둘러 합의에 나선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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