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보유 상속재원도 함께 마련...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통한 개편 시작.
정 회장 지분율 높은 글로비스, 엔지니어링, 오토에버 등이 지배구조 중심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주도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계기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정의선 회장이 상속하는데 필요한 재원도 함께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추진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 돌입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정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 왔다. 현대모비스의 정 회장 지분은 0.32%에 불과한 상태여서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이 필요했는데 순환출자 구조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표 참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지분 21.43%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현대차는 기아의 최대주주(33.88%)다. 다시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율 17.28%로 최대주주가 되는 고리가 연결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외에도 현대차(2.62%), 기아(1.74%),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엔지니어링(11.7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7.13%)를 상속받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 등의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할 경우 정 회장이 지분 11.72%를 가진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에는 중장기적으로 정 회장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018년에도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시도를 했다.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으로 나눈 뒤 모듈·AS 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치는 방안이었다.
이후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매입해 ‘정몽구·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지배구조를 정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유야무야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지분 재편은 현대모비스 전체 기업 가치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AS부문을 분할, 상장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이 합병 글로비스에 대해 공개매수를 하고 정몽구 명예회장, 정 회장 등 대주주가 참여하면 자연스레 현대모비스에 대한 대주주 지배력이 강화된다.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이 강한 현대글로비스(물류), 현대엔지니어링(건설), 현대오토에버(소프트웨어) 등에 힘을 실어 향후 전기차 중심의 모빌리티 사업강화에도 나설 전망이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의 현대차그룹 거버넌스는 매우 빠르고 안정적으로 개선돼 왔다”며 “ESG측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 30대 대기업진단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공정위에 신청한 동일인 변경이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되면 정 회장이 정 명예회장에 이어 새로운 그룹 총수로 오르게 돼 지배구조 개편에도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