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200만원 이상 수령자는 1만5000여명
국민연금 20년 이상 장기가입 수급자 늘고
지난해 높은 물가상승률(5.1%) 반영한 결과
'60년대생 고액수령자 급증, 연금고갈 현실화

[ESG경제=서명수 기자] 국민연금을 다달이 200만원 이상을 받아 노후생활을 하는 사람이 1만5000만명을 넘어섰다. 160만~200만원을 받는 사람은 12만6400명으로 13만명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둘을 합한 160만명 이상 고액 수령자는 14만1700명에 달했다.
이는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인 1960년대 생들이 본격적으로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한 가운데 지난해 급등한 물가상승률 5.1%를 연금수령액에 반영한 덕분이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생긴 뒤 직장 생활을 시작해 60세까지 연금을 부은 1960년대 생 은퇴자들은 대다수가 국민연금을 200만원 이상 받게 된다. 이들이 앞으로 만 63세를 맞아 국민연금을 받게 되면 200만원 이상 수급자가 연간 수만명씩 폭증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2일 내놓은 '2023년 1월 기준 국민연금 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월 200만원 이상의 노령연금(10년 이상 가입해 노후 수령하는 일반 형태의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1만5290명이었다. 남성이 대다수인 1만5077명(98.6%)인데 비해 여성은 213명(1.4%)에 불과했다. 이는 1980~90년대만 해도 남성 직장급여생활자가 대다수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12월 말 기준 5410명이었던 월 200만원 이상 수급자가 해가 바뀌자마자 한 달 만에 2.8배로 급증한 것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인 지난해 물가상승률(5.1%)을 반영해 국민연금 수급액을 올해 1월부터 인상한 영향이 컸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은 해마다 전년도의 물가 변동률을 반영해 연금 지급액을 조정한다. 물가상승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져 실질 연금액이 하락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공적연금 수급자들이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이는 물가변동을 반영하지 않는 민간연금 상품이 따라올 수 없는 공적연금의 최대 장점이다.
국민연금 월 200만원 수급자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 시행 후 30년 만인 2018년 1월에 처음 탄생했다. 이후 2018년 10명, 2019년 98명, 2020년 437명, 2021년 1355명 등으로 불어났고, 지난해에는 5410명으로 1년 만에 4배로 늘었다.
국민연금이 매달 200만원 이상 고정 수입으로 들어오면 은퇴 후 노후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월 200만원은 50대 이상 중고령자가 생각하는 개인 기준 노후 적정생활비를 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50대 이상 중고령자는 표준적인 생활을 하기에 흡족한 정도의 적정 생활비로 부부는 월 277만원, 개인은 월 177만원이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올해 1월 말 기준 국민연금 월 최고 수급액은 266만4660원으로 월 260만원을 넘었다. 평균 수급액은 월 61만7603원으로 작년 12월(월 58만6112원)보다 3만1491원이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60만원을 넘겼다.
월 100만원 이상 노령연금 수급자는 64만6264명이었다. 노령연금 수급자는 총 536만2150명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기금 30년 뒤 소진 예상
문제는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이다. 앞으로 인구 고령화 등으로 연금기금에 돈을 넣는 사람보다 받아가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연금재정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연금개혁이 지연되면 연금기금이 2055년이면 소진된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1998년, 2007년 두 차례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제도 개혁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로는 부족해 개혁을 더 해야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도 제도개혁을 추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사실상 전 국민이 당사자여서 보험료율 인상이나 수급연령 조정 등 민감한 부분에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인 연금개혁 논의를 다시 시작했지만 난관이 많다. 국회에서 먼저 첫발을 뗐다. 여야는 지난해 7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지난해 10월 첫 회의를 했다. 당초 연금특위는 민간자문위원회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4월 말까지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10월 말까지로 활동 기간을 연장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올해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재정계산위원회 등을 통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로서는 국회에서 먼저 여야 합의로 개혁안이 도출되길 기대했으나 국회도 사실상 정부에 떠넘기면서 결국 연금특위와 정부가 비슷한 일정대로 개혁안 마련을 추진하게 됐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은 물론 기초·퇴직·직역연금과 함께 손보는 구조개혁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내년 총선이 다가오는 시점에 과감한 개혁안이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인이다.
이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기금운용 수익률의 제고도 매우 중요한 개혁 과제 중 하나"라며 "수익률을 높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