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환경오염에 세계 각국 적극 대응
국내 기업들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안 다양하게 선봬

[ESG경제=김민정 기자] 배달 음식부터 전자제품, 작은 SD카드의 커다란 포장재까지, 우리 실생활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플라스틱은 환경 파괴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인간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줬다는 영광은 사라지고, 지구를 고통 속에 빠뜨리고 있는 악행만 부각되는 상황.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에 사회 경제적 관심이 커졌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해양 오염, 땅과 바다의 생태계 위협은 이제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사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플라스틱은 대부분 그대로 환경 속에 방치됐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재활용 되는 전 세계 폐플라스틱은 겨우 14%다. 절반 이상인 64%는 고스란히 땅에 매립되고, 24%나 되는 양은 소각돼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2018년 필리핀에 불법으로 수출했던 재활용 쓰레기가 적발돼 적잖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의성 쓰레기산을 비롯해 전국에 100만 톤이 넘는 폐기물이 방치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플라스틱 환경 오염의 실제 주범인 기업들에게 책임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회용 플라스틱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재평가해야 하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리필되는 대안적 공급 시스템을 마련해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플라스틱을 절감하거나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짐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들이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힘을 쏟고 있는 분위기다. 유럽에서는 2018년부터 플라스틱 관련 전략을 발표했고, 플라스틱 제품의 출시를 금지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또 사용량 감축, 생산자 책임 확대 등의 규제 전략을 시행 중이며, 2030년까지 플라스틱을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영국정부는 2018년 3월 재활용률을 높이고 토양 및 해양을 오염시키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1회용 음료 용기(플라스틱 병 등)에 대한 보증금(Deposit)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에서도 저탄소 친환경 정책을 내세워 플라스틱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도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폐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 중이다.
재활용 방안으로 선제적 대응 나선 석유화학 업계
SK에너지는 폐플라스틱을 녹여서 재활용하는 방안으로 열분해유 기술 상용화를 내세웠다. 열분해유 기술로 플라스틱을 정제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하거나 새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SK에너지는 열분해유 공장을 건립 중이며, 완공 시에는 매해 6만톤의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가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GS칼텍스는 아모레퍼시픽 플라스틱 공병 100톤을 친환경 복합수지로 리사이클링하고, 이를 화장품 용기에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복합수지(Compounded Resin)를 기반으로, 자원 효율화 및 탄소 저감을 위한 친환경 원료 적용 확대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은 기존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드는 GS칼텍스 친환경 복합수지를 이용해 새롭게 생산함으로써 자원 순환 비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가 친환경 복합수지 생산을 위해 재활용하는 경우, 폐플라스틱을 소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연간 6만1,000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소재·부품 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국책과제인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기반 나프타 생산 기술’ 사업의 주관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폐플라스틱을 녹인 열분해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분자 구조를 변화시켜 나프타(납사)를 생산하는 기술(PTC)을 개발하는 과제다.
생산된 나프타는 납사분해설비(NCC)를 통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플라스틱 기초 원료로 재생산돼 플라스틱 반복 사용이 가능한 순환경제를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화솔루션은 오는 2024년까지 하루 1톤 규모의 파일럿 사업을 거쳐, 폐플라스틱으로 연간 3만 톤의 나프타를 생산할 수 있는 상업 공정을 설계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현재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제 구축 사업인 ‘프로젝트 루프’를 시행 중이다. 플라스틱 분리배출과 수거, 원료화, 가공에서 다시 소비자로 이어지는 가치 사실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구축하는 내용의 캠페인이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은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C-rPET)을 위한 해중합 공장을 2024년까지 건설하고, 화학적 재활용 페트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계획 뒤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사업 발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둘 다 놓치지 말라는 각별한 주문이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그린 프라미스(Green Promise) 2030'을 발표, 2030년까지 친환경사업 매출 6조원 달성, 탄소중립성장 추진 및 환경 영향물질 50% 절감을 통한 그린 생태계 등의 목표를 내세웠다.
이와 같이 ESG를 중시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 발생억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재활용을 통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폐플라스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세계적인 대응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폐플라스틱 발생억제와 관련된 더 강력한 조치와 함께 물질 재활용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빠르게 자리 잡혀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