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키워 온 한투증권, SK증권, 하나금투 진입으로 시장수급 활성화 기대
시장서 은행권 배출권 수급에 제대로 역할 못해 폐해 지적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정부가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이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서 시장활성화를 추진해 왔으나 미흡한 점이 잇따라 지적되자 SK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3곳의 증권사가 시장조성자로 추가 선정됐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 동안 연일 하한가 행진을 펼친 탄소배출권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그동안 탄소배출권에 전문성을 키워온 SK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선정됐다.
증권사 중에서는 탄소배출권 시장 조성자 모집에 이들 증권사를 포함해 총 7곳이 지원했다. 배출권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증권사들은 장기적으로 사업 영역 확대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들은 배출권 거래시장 조성자는 계량·비계량 평가를 거쳐 총 7곳의 참여자 중 종합점수에서 고득점을 얻은 3곳을 선정했다.
특히 SK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꾸준히 배출권 거래제 시장에 관심을 가져왔다. SK증권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발급하는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 등 시장 조성자를 넘어 탄소 배출권 사업 확대까지 도모해온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자기자본대비 IB 업무와의 시너지 확대 차원에서 이번 배출권 시장조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시작된 배출권 거래제 3기에서는 시장 유동성을 해소할 방안 중 하나로 제3자 시장참여를 허용했다.
그동안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할당업체 600여 개사 만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 매매 기회가 크지 않았고, 시장에 배출권이 모자라거나 남아도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는 등의 폐해가 지적돼 왔다.
정부는 배출권 가격이 급락하자 하한가를 설정해 가격을 방어하는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동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폐업하거나 도산한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배출권 물량이 급속히 쏟아진 데 따른 조치다.

탄소배출권, 국내는 2만원, 유럽은 5만원선 거래
탄소배출권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서 발급하며, 발급된 탄소배출권은 시장에서 상품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종류에는 ▲AAUs(교토의정서의 감축의무국의 국가할당량) ▲EUAs(EU ETS(유럽연합 배출권거래체제)에서 정한 할당량) ▲CERs(CDM(청정개발체제)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 ERUs(JI(공동이행제도)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 ▲RMUs(교토의정서의 감축의무국의 조림사업 등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량) 등이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온실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가 비중이 가장 높아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교토의정서 가입국들은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 정도 감축하기로 했으며,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외부에서 구입하도록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에너지 절감 등 기술개발로 배출량 자체를 줄이거나 배출량이 적어 여유분의 배출권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그 권리를 사서 해결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조성사업에 선정된 증권사는 오는 17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하게 된다. 이들은 올해 12월 31일까지 시장 조성 업무를 수행하며, 매달 환경부에 시장 조성 실적을 보고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국내 탄소 배출권 가격은 2015년 톤당 8000원대에서 시작해 현재 2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럽시장은 톤당 5만원 선으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활발한 제3자 참여와 파생상품 거래 등으로 이뤄진 유럽의 배출권 시장과 달리, 국내 배출권 시장에는 배출권 할당업체만 참여해 탄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있다.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호가 공백을 해소하고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에 참여하게 된 증권사들은 배출권이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장 조성자를 통해 배출권 예비분을 시장에 푸는 등 보다 적극적인 시장 조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시장조성자로 추가 선정됐다”며 “은행권보다 전문성을 갖춰 온 증권사들의 시장진입으로 국내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