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웨스턴 유니언 등 美 기업들, 컴플라이언스 조직 통해 ESG 업무에 적극 나서

[ESG경제=이신형기자] 투자자에게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 조직에 의존하게 되면서 이 조직의 역할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지속 가능 경영을 중시하는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직원들의 윤리적인 처신이 중요하고 이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컴플라이언스 조직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컴플라이언스 조직의 임원은 규정 준수를 점검하는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법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사회적인 이슈와 환경 문제를 다루는 일에 나서고 있다.
휴스턴에 있는 노블에너지의 전 지속 가능 경영 담당 임원이었고 현재 로펌인 화이트 앤 케이스 LLP에서 근무하고 있는 테일러 풀린스는 “현재는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왜 그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기업인지를 내부적으로 직원들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시장과도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시 노력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졌고 홍보실이나 IR 담당 조직이 기업의 자선 활동 등을 외부에 알리는 일을 했다. 하지만 이제 다수의 기업이 폭넓은 ESG 목표를 설정하면서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이런 업무에 동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ESG와 관련된 법적 위험 때문에 컴플라이언스 조직의 이런 역할 확대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유럽의 규제당국은 기업의 그린워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로펌 폴 바이스 리프킨 워튼 앤 개리슨 LLP를 이끌고 있는 데이브 쿠란은 “최근 몇 년간 ESG 관련 위험이 정점에 달했다”며 “변호사와 컴플라이언스 조직 임원들은 ESG 정보 공개와 절차 분석, 추적, 측정, ESG 프로그램의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대한 관여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금 및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인 웨스턴 유니언은 2019년 처음으로 ESG 보고서를 발간했고 지난해 ESG 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한 컨설팅을 받았다. 이를 통해 주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에 대한 평가와 함께 장기적인 사업 성공 전략을 점검했다. 웨스턴 유니언의 최대 주주는 지속 가능 경영을 핵심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다.
웨스턴 유니언의 법률과 컴플라이언스, 기업 리스크 담당 조직을 이끌고 있는 캐롤라인 차이는 웨스턴 유니언은 다른 기업보다 환경 문제와의 관련성이 적어 윤리 경영과 포용적 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자금세탁 방지와 범죄와 관련된 송금을 찾아 당국에 보고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지속 가능 경영 약속 이행을 위한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활동을 포함해 웨스턴 유니언의 더 광범위한 ESG 전략 개발에도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고 차이는 밝혔다.
환경 경영에도 컴플라이언스 조직 역할 확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더 강조하는 기업에서도 컴플라이언스 조직은 기업이 얼마나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한 기업의 약속과 이행에 관여하기도 한다.
컴퓨터 업체 델의 ESG 프로그램은 크게 지속가능성과 다양성 및 포용성, 자선사업, 윤리 및 프라이버시의 4개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윤리 및 컴플라이언스팀을 이끄는 임원 바이클 맥클로린은 델의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ESG 추진을 위한 변호사 역할로 출발해 자체적인 윤리 규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역할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델은 올해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다양성과 포용성 과정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맥클로린은 전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다양성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는 기업의 경우 자사뿐 아니라 협력업체에 대한 정기적인 감시 활동이 필요한데 이런 업무도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맡게 된다.
인텔은 컴플라이언스 조직과 협력하는 공급체인 관리 조직이 있어 온실가스 배출과 화학물질, 인권, 공급자 다양성, 갈등 유발 광물 등의 문제에 대한 협력사의 행태를 컴플라이언스 조직과 함께 감시한다.
공급망이 더 단순한 기업의 경우 이런 활동은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단독으로 맡게 된다.
의욕적으로 ESG 목표를 달성하려는 기업의 경우 ESG 실행을 입증할 방법도 필요하다. 이런 기업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구축해 기업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특정한 기준에 따라 ESG 활동의 진전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추게 될 전망이다.
사모펀드 KKR 앤 코의 컴플라이언스 책임자 브루스 카르파티는 “(ESG 준수 활동은) 정보 공개로 시작하지만 일단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면 이를 준수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