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샘 올트먼 CEO로 복귀, 이사회 재구성 결정
美 포춘, 올트먼 해임은 "중대한 거버넌스 실수" 지적
오픈AI 이사회, 이익보다 AI 안전과 공익성 위해 구성돼
전문가들, “이사회 규모 커져야 하고, 관련 전문가 필요”

[ESG경제=김현경 기자] 챗GPT(ChatGPT)를 출시해 전 세계적으로 'AI 돌풍'을 불러온 오픈AI의 이사회가 샘 올트먼(Sam Altman) 전 CEO를 전격 해고했다가 5일 만에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ㆍ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 오픈AI는 지난 17일자로 해임했던 올트먼을 복귀시키고 이사회를 재구성할 것이라 밝혔다. 올트먼은 "오픈AI로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고 22일 오후 3시 X(옛 트위터)에 게시했다.
올트먼의 해임 사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건 없다. 오픈AI 직원들은 올트먼의 복귀와 이사회의 사임을 촉구하며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임직원의 90% 이상이 오픈AI를 떠날 수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는 AI업계에서 중대 이슈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오픈AI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오픈AI의 거버넌스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Fortune)지는 21일 올트먼 해임에 대해 "오픈AI는 5가지의 중대한 거버넌스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UC 샌프란시스코의 상법 교수 에반 엡스타인(Evan Epstein)은 “실리콘 밸리는 (기술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기업 거버넌스 이슈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올트먼의 해임은 IT 분야에서 기업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익적인 AI'를 목적으로 구성된 오픈AI의 거버넌스
오픈AI는 공익적이고 안전한 ‘범용AI’(AGI, 고도로 발전한 뛰어난 성능의 자율적인 AI) 구축을 표방해왔다. 공익과 안전이라는 목표에 충실하고자 설립 초반엔 기부금으로 연구를 추진했으나, 기부액이 목표치만큼 모이지 않고 연구 추진에 한계가 생겼다. 오픈AI는 결국 비영리 단체의 사명을 유지하면서 와부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고안해냈다.

오픈AI는 비영리 조직인 모회사(OpenAI Nonprofit)와 영리 조직인 자회사(OpenAI Global)로 구성된다. 영리법인인 자회사는 비영리법인 모회사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며 이사회는 비영리조직 소속으로 안전하고 공익적인 AGI 추진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사규에서 명시하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 사외이사는 오픈AI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으며, 올트먼 CEO도 지분을 갖고있지 않다고 오픈AI는 밝혔다. 또한 오픈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한 투자자에 대한 배당과 직원에 대한 이익 배분에도 상한선을 뒀다.
이사회는 올트먼과 공동창업자이자 전 이사회 의장인 브록먼 등 2명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됐다.
오픈AI는 투자자들에게도 “(영리 자회사인) 오픈AI 글로벌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은 투자”라고 경고하며 비영리 조직임에 따라 오픈AI에 대한 투자를 “기부 차원(in the spirit of a donation)”으로 보길 권고한다.

지난 11월 챗GPT 출시와 생성AI 열풍으로 오픈AI의 기업가치는 현재 860억 달러(약 111조 원)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 “더 큰 규모와 관련 다양한 경험 가진 이사회 구축 필요”
포춘의 보도에 따르면 조지타운대 경영학 교수 제이슨 슐레처(Jason Schloetzer)는 “조직의 독창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고려할 때 비영리 구조는 합리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 기술을 수익화하려는 압력과 (비영리를 추구하는) 초기 전략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커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덧붙였다.
오픈AI 이사회의 규모와 구성에 대한 전문가의 지적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다수 실리콘 밸리 기업의 이사회로 참여해 온 벤처 캐피털의 소속 파트너 로리 욜러(Laurie Yoler)는 오픈AI 이사회의 규모가 작고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사, 이사회와 CEO와의 관계 구축, 거대 협력사나 투자자와의 거래 등 기업 거버넌스에 대해 더 넓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사들로 구성된 큰 규모의 이사회가 필요하며, 그렇게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돼야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오픈AI 이사회의 올트먼 해임 결정 과정에도 중대한 오류와 실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임 결정 미팅 중 이사회 의장인 브록먼이 부재해 의장이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금요일 오후에 해임을 전격 발표해 오픈AI 직원들이 리더십 변화를 인식할 시간을 주지 않았으며 ▲오픈AI가 투자자들과 사전 협의할 의무는 없지만, 결정 사항에 대해 투자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에서는 '프로세스(과정)도 중요한 법인데 CEO 해임에 대한 투자자 의견 수렴 및 합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고, 전격적인 '스타 CEO' 해임이 부정적 여론을 불러와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분석이다.
오픈AI 거버넌스 변화... '제 2막'으로
올트먼의 해임 결정에 참여한 이사회 멤버이자 오픈AI의 수석 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zkever)는 20일 소셜 미디어 X에 “이사회의 결정에 참여한 것을 깊게 후회한다”며 “회사를 재결합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올트먼 해임 과정 자체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오픈AI의 임시 CEO를 맡기로 했던 에멧 시어(Emmet Shear)도 20일 X에 독립적인 조사관을 고용해 올트먼의 해임까지의 전 과정을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중대한 거버넌스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전 세계 AI업계, 나아가 글로벌 IT업계를 뒤흔든 '올트만 오픈AI CEO 해임' 사건은 이제 그의 복귀에 따라 제 2막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오픈AI의 이사회 구성 등 거버넌스 체계가 어떻게 변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