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QS 세계 대학 지속가능성 순위 저조
공통적으로 60점대 점수 기록한 '평등'지표
대학기관평가인증제도에 ESG 지표 추가될 계획

[ESG경제=김연지 기자] 권위있는 글로벌 대학평가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순위에서 100위권 안에 드는 국내 대학들이 유독 지속가능성 순위에서는 맥을 못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성 순위에서 해외 대학들에 비해 ‘평등’ 지표가 눈에 띄게 낮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평등지표는 성적 지향, 장애, 인종 및 부와 같은 차별을 혁파하려는 대학의 노력을 평가한다.
QS에서 발표한 ‘2024 세계대학평가순위’에서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는 각각 41위, 56위, 76위, 79위에 이름을 올렸다. QS 세계대학평가순위는 ▲학문적 평판(30%) ▲고용주 평판(15%) ▲교직원 대 학생 비율(10%) ▲교수별 인용(20%) ▲국제 교수진 비율(5%) ▲유학생 비율(5%) ▲국제 연구 네트워크(5%) ▲고용 결과(5%) ▲지속가능성(5%)을 기준으로 한 종합적인 대학평가다.
QS는 지난 2022년부터 ‘세계대학 지속가능성 순위’를 신설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학의 기여 정도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드류 맥팔레인(Drew MacFarlane) QS 수석 연구관리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 모든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 미래의 우리 사회의 인력, 연구원, 정치인들을 교육하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SDGs에 대한) 올바른 가르침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계약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팔레인 수석연구관리자는 이어 “많은 대학들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으며, 그 혜택은 대학을 다녔든 다니지 않았든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대학은 지속가능성의 살아있는 실험실”이라고 역설했다. 대학에 투입되는 공적자금과 유무형의 혜택들이 대학의 공공성을 구성하고 있으며, 대학은 지속가능한 교육과 학문, 다양한 실천을 통해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QS의 세계대학 지속가능성 순위는 ESG의 세 가지 범주를 기준으로 평가하며, 각각 45(환경):45(사회):10(거버넌스)의 가중치를 갖는다. 환경적 영역에서는 ▲환경의 지속가능성 ▲환경 교육 ▲환경 연구 등의 평가지표가 포함됐으며, 사회적 영역에서는 ▲평등 ▲지식교환 ▲교육의 영향 ▲취업 가능성과 기회 ▲건강과 보건 등의 평가지표가 포함된다. 거버넌스 영역에서는 조직의 윤리 정책 및 관행을 평가하는데, 주로 뇌물 수수 및 부패방지 정책의 유무, 지속가능성 전담 인력, 민주적으로 선출된 학생회와 투명한 재무보고가 존재하는지 등을 평가한다.
국내 대학들, 공통적으로 ‘평등’ 지표 점수 60점대

국내 대학의 지속가능성 순위는 종합순위에 견줘 매우 낮은 수준이다. QS의 2024 지속가능성 순위에서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는 각각 46위, 269위, 103위, 124위를 기록했다. 2024 세계대학평가순위에 비해 적게는 5위부터 많게는 210위까지 밀려난 기록이다.
앞서 언급한 4개 대학들은 모두 사회적 영역 중 ‘평등’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면치 못했다. 모두 60점대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대학교는 사회적 영역의 점수 평균이 ‘88.9점’인데 반해 그 안에 속한 평등 지표는 ‘66.3점’을 기록했다. 같은 사회적 영역 내 지식교환, 교육의 영향 지표 등에서는 각각 93.5점, 95.7점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지속가능성 순위에서 46위를 기록한 서울대학교의 경우, 공동 46위를 기록한 카디프 대학과 48위를 기록한 오타고대학과 비교했을 때, 평등지표의 부진이 더욱 드러난다. 카디프 대학은 평등지표 96.3점, 오타고 대학교는 평등지표 93.3점을 기록했다. 1위부터 50위권 대학들 중 평등지표가 60점대를 기록한 대학은 서울대학교와 도쿄대학교 단 2개밖에 없다.

국내 대학들이 모두 60점대를 기록한 평등지표는 구체적으로 ▲SDGs 평등 부문(성평등과 불평등 감소)와 관련된 연구 출판수와 인용수(4%) ▲학생 성별 비율(1%) ▲교수진 성별 비율(1%) ▲최고의사결정그룹 내 여성 비율(1%) ▲나이, 성별, 장애, 인종, 성적 지향, 난민 및 망명 신청자 등 다양한 정체성의 구성원을 위한 평등, 다양성, 포용 정책(DEI 정책)의 유무(1%) ▲장애 직원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 LGBT+ 평등에 대한 지지, 성평등 지지 노력에 대한 직원 설문(2%)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다양한 시설 확충과 장애 지원 프로그램 유무(1%) ▲대학이 위치한 국가의 성별 임금격차, 여성 의원의 의석 수, LGBT 글로벌 수용 지수 등 국가의 주요 평등지표 통계(1%)로 구성된다. .
해당 평등지표에 대해 QS는 “성적 지향, 장애, 인종, 부와 같은 정체성에 대한 차별을 포함해 성평등과 같은 광범위한 불평등을 줄이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대학의 노력을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대학들의 평등 지표 내 각 항목의 점수표를 열람하려는 <ESG경제>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홍보팀은 낮은 평등지표 점수에 대해 "평등 지표는 관련 주제에 대한 연구 비중이 높은 관계로, 한국 대학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며, SDGs 평등 부문(성평등과 불평등 감소)와 관련된 국내대학의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대학기관평가인증제도, ESG 평가지표 추가 계획

정부지정 국내 대학평가인증기관인 한국대학평가원도 향후 대학평가에 ESG 평가지표를 추가할 계획이다.. 그동안 대학 재정지원의 중요한 척도가 됐던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가 폐지됨에 따라 한국대학평가원의 ‘대학기관평가인증’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에서 나온 계획이다.
한국대학평가원은 지난 18일 우송대학교에서 ‘4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 평가기준(안) 공청회’를 열고, ‘ESG 지표’가 포함된 4주기 평가기준안을 발표했다. 기준안에는 기존 ‘대학이념 및 경영’에 해당하던 제1 평가 영역을 ‘대학경영 및 사회적 책무’로 수정하고, ‘SDGs, ESG, 탄소중립 실천 계획 및 실적’을 세부 평가 항목으로 추가한 내용이 담겼다. 한국대학평가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평가 항목이 ‘대학의 건학이념, 발전계획 등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발전(SDGs, ESG, 탄소중립 등)을 위한 실천 계획을 적절하게 수립하고 있는가’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준안은 약 한달 정도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친 후 확정될 예정이다. 권경욱 교육부 대학규제혁신총괄과 담당자는 “한국대학평가원의 대학기관평가가 재정지원과 연계되는 평가제도가 되며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4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에서 ESG지표의 중요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이전까지 평가 대상이 아닌 부분이 추가됐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평가원이 소속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QS의 세계대학 지속가능성 순위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사항은 아니지만, (국내) 대학들도 이번 4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의 ESG평가를 준비하다보면, 연관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