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쓰레기 처리 기계 모습. 사진=(주)도시유전
친환경 쓰레기 처리 기계 모습. 사진=(주)도시유전

[ESG경제= 김민정 기자] 인류 역사상 고분자 물질의 출현은 산업발전과 생활의 편리성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역사적 계기로 손꼽힌다. 특히 플라스틱의 개발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서 모두 밀접하게 사용되면서,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된 플라스틱 제품들은 폐기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분류돼 이제는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가 됐다. 쓰레기통을 거쳐 폐기물 쓰레기장으로 밀려나는 폐플라스틱은 일반폐기물과 혼합돼 매립되거나 소각 처리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의 문제로 이제 플라스틱의 재활용이 전세계가 가진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플라스틱이라는 고분자는 원유를 증류해 생산되는 납사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다. 따라서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활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폐플라스틱이 단순한 폐기물로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플라스틱 소재로 재활용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면서,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름 덩어리로 인식되어 있다.

실제 수많은 연구원들과 엔지니어들은 폐플라스틱을 다시 에너지로 돌리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 왔다. 그 결과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연료용 기름을 생산하는 플랜트들이 전국 각처에서 돌아갈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

플라스틱 종류별 열분해 특성 비교. 사진= 폴리머 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
플라스틱 종류별 열분해 특성 비교. 사진= 폴리머 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은 물질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에너지 재활용으로 구분한다. 물질 재활용 기술은 플라스틱의 물질을 변화시키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순도, 색상, 물성 등의 물질에서 새 원료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부족하고 소비자 구매력도 낮다는 단점이 있다.

에너지 재활용은 일반 폐기물과 함께 폐플라스틱을 직접 연소시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소각기술과 고체연료 기술인 RDF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화학적 재활용이다. 즉, 플라스틱의 기본 물성을 변환시키는 화학적 변화를 통해 다른 물질로 전환한 후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화학적 재활용의 기술은 여러 가지다. 그 중 열분해에 의한 연료유 생산 공정이 꾸준히 연구개발 진행되고 있고, 일본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상업화를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열분해 유화 기술은 고분자 폐기물을 무산소 상태에서 가열해 고분자를 구성하는 탄소 사슬을 끊어 내는 분해 반응을 유발해 여러 개의 분자로 나뉘는 열분해 반응을 이용하는 것이다. 열분해 반응에서는 반응 온도에 따라 만들어 낼 수 있는 물질이 달라진다. 국내외 플라스틱 열분해 재활용에서는 저온 열분해로 가스액체, 오일, 고체 잔류물 등을 얻어 내는 방식의 재활용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폐플라스틱 유화기술 현황

폐플라스틱의 유화기술은 독일의 BASF 공정과 일본의 후지 리사이클 공정이 이를 대표하고 있다. 다만 독일의 경우 폐기물 관리법, 포장법령, 생산물 재활용 및 폐기물관리법 등의 제정 등을 통해 물질 재활용 기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수년 전부터 폐플라스틱 유화플랜트를 개발했고,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이면서 상용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의 유화기술은 후지 등, 대기업들이 참여해 기술개발의 상용화를 주도하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초반부터 열분해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폐플라스틱에 대해서는 90년대 후반 들어 기술개발과 사업 기업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LG화학(주)가 독일의 햄버그 대학에서 개발한 유동층 열분해 기술을 도입해 상용 플랜트 계획을 세웠으나, 오일 수율이 낮고 경제성이 낮아 사업화가 중단된 적이 있다. 이후 여러 중소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열분해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현재 완만한 상용플랜트 개발이 추진되어 상용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주)도시유전과 ‘세라믹 파동’으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청정 오일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운영 및 연구에 들어갔다. 매립지공사는 올해 2월 한국중부발전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해당기술을 통해 생산되는 재생유가 발전용 연료로 사용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 통영시는 지난달 해양자원 리사이클링시설에 적용할 ‘해양자원 고온 열분해유(백등유) 정제시설’ 현장검증 보고회를 열었다. 폐플라스틱, 폐스티로폼 폐기물 등의 각종 해양폐기물을 순환경제 자원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로, 고주파 열유도 방식과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해 다양한 온도변화를 가해 백등유를 추출해 내는 것이다. 당시 보고회에서는 용융점이 낮은 폐스티로폼, 비닐류의 유화시설 절대온도 실증 값을 찾는 과정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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