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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새로운 숙제...기후변화 대응이 인플레 초래?

  • 기자명 이신형 기자
  • 입력 2021.06.09 14:01
  • 수정 2021.06.09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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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과 자극, 정반대 전망 대치. 질서있는 정책 전환 필요.
경제 전반에 신성장 기회 제공할 것이란 기대도 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전경. 사진=홈페이지 캡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전경. 사진=홈페이지 캡쳐

[ESG경제=이신형기자]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최근 기후변화 대응에 너무 늦거나 소극적이면 물가상승 위험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세계최대 사모펀드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기후 변화 대응이 너무 빠르면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누구의 예상이 맞을까? 이는 멀지 않은 장래에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복잡한 기후변화 관련 변수를 어떻게 조합해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 기후변화 대응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밝혀내는 게 중앙은행의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과 산업화 이전 시대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할 방안을 논의한다.

베일리 총재는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 늦어질수록 경제적 비용은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 그는 지난주 로이터 기자에게 “보다 강도 높은 정책이 후 순위로 도입되는 무질서한 (정책) 전환은 저성장과 함께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핑크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기자에게 "너무 서둘러 정책을 전환할 때 비용을 치러야 한다"며 "예를 들어 급속한 녹색경제로의 전환 정책은 항공기 연료 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항공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각국 규제 당국과 정부가 친환경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전례 없는 재정 지출이 경기 과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트레이드오프(trade off)에 불편함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톤당 160 달러의 탄소 가격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의 탄소 가격이 환경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이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물가상승이 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7일 공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2020년대 말까지 탄소 가격을 톤당 160 달러로 부과해야 한다. 이는 현재 유럽연합에서 거래되는 벤치마크 탄소 가격의 3배 이상이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Federated Hermes)의 실비아 달안젤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탄소 중립 또는 지속 가능한 세계로의 전환은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일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급속한 기후 변화가 인플레 압력을 자극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주 발표된 유럽중앙은행(ECB)의 보고서는 기후 변화와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은 물가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는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할 수도 있다며 기후 변화에 따른 폭풍이나 홍수 등으로 식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토지가 줄어 상품 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가계의 난방비를 줄여주고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물가 상승 정도는 사소한 우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주 기후 변화 대응을 논의한 재무장관 회의에서 2~3년 간의 변수를 반영하는 중앙은행들의 물가 예측 모델에 기후 변화에 관련된 장기적인 요인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중요한 과제라며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많은 관록 있는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 문제가 물가뿐 아니라 고용과 생산성, 금리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데 동의했다.

기후 변화 대응에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은 최근 수년 동안 기후 변화가 농업과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해 왔다. PGIM 픽스드인컴(PGIM Fixed Income)의 캐서린 니스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부유한 나라는 기후 변화 대응 정책과 관련된 물가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라인강 등에서 주요 물류 수송을 저해한 수량 감소와 유럽의 여러 주요 도시에서 경유차 운행이 금지되면서 중고 디젤차 가격 급락과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이어진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무질서한 탄소 중립 정책 전환은 변동성을 높이고 물가도 상승시켜 가계와 기업의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결국 가계와 기업이 최적의 저축과 투자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물가상승은 기후 변화의 영향 중 가장 사소한 걱정거리일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후 변화는 세계 경제에 어떤 식으로든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고 이런 우려에 비하면 물가상승은 사소한 문제라는 얘기다.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의 웨이 리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만약 이 문제(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향후 20년 동안 세계 경제의 총생산이 25%에 가까운 감소세를 가져올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에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경제 전망 모델을 연구하는 프랑스 경제학자 장 피사니 페리는 기후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1973년 석유 파동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석유 파동은 당시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그는 석유 파동 당시보다 이번 기후변화 대응 충격에 대응하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 중립으로의 전환에 투자해야 하는 가운데 화석연료 사용이 어려워진데 따른 기존 자본의 손실을 보상하는 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 대응으로 세계가 다른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2006년 획기적인 기후 변화의 경제학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 니콜라스 스턴은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녹색 경제와 새로운 형태의 생산 방식을 위해 필요한 투자가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제대로 해낸다면 21세기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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