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지지로 완승 거둔 아이거 CEO... "주주들을 위해 힘쓸 것"
디즈니, 스트리밍 사업 수익성 향상과 ESPN 부문 실적 개선 필요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월트디즈니가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와의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길고 값비쌌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개최된 월트디즈니 연례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회 멤버 12명에 대한 재선임안이 통과됐다. 로이터는 “넬슨 펠츠와 블랙웰스캐피탈이 시작한 수천만 달러 규모의 진흙탕 싸움이 끝났다”고 썼다.
디즈니는 트라이언파트너스와 대결에 약 4000만 달러(약 539억원)의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총회에서 아이거는 의결권있는 주주의 94%의 지지를 받았으며, 펠츠는 31%의 지지를 받았다.
아이거는 “이제 어수선했던 위임장 대리 경쟁이 끝났다”며 “우리는 주주를 위한 기업의 성장과 가치 창출, 소비자를 위한 창의적 우수성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이거는 현재 72세로, 2026년 말에 은퇴 예정이다. 후임자를 찾는 것 역시 디즈니에 남겨진 과제다.
길었던 디즈니와 행동주의 펀드의 대결

넬슨 펠츠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파트너스는 지난해 11월 말 디즈니의 부실 경영과 실적 부진, 경영 승계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이사진 개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트라이언은 이후 몇 달 동안 약 9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들여 디즈니 주식 940만 주를 추가 매입했으며, 24년 1월 기준 3230만 주 가량(지분 약 1.8%)을 보유하고 있었다.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는 2019년 개시 이후 3년간 10조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영화의 흥행 실패, 디즈니 플러스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지난해 8월에는 디즈니의 주가가 82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9년만에 최저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트라이언은 디즈니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대해 문제 제기를 계속해 왔다. 이 펀드는 디즈니플러스로 발생한 손실과 2019년 있었던 21세기 폭스 인수 건 등으로 주주가치가 심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블랙웰스캐피탈 역시 디즈니의 이사회 개선을 요구하며 이사회에 후보를 올렸었다. 블랙웰스 측은 정기주총 전 디즈니와 협력한 행동주의 펀드 밸류액트와 사측의 거래에서 공시 위반이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이거 CEO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에 회사가 “전례 없는 변화”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디즈니가 운영 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꾸며 약 7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쟁점이 되고 있는 ESPN(디즈니 산하의 스포츠 미디어 업체), 디즈니 플러스의 수익성 악화, 기존 영화 산업의 쇠퇴, 코로나로 인한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실적 부진 등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들에게 “우리는 이미 이 네 가지 분야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며 “주총에서 12명의 디즈니 측 후보들을 지지하되 트라이언과 블랙웰스 측의 후보를 거부해달라”고 촉구하며 위임장 전쟁에 대응했다.
전문가들은 디즈니가 스트리밍 분야의 수익성을 높이고, ESPN 애플리케이션 부분에서 실적 진전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총 이후 온라인 투자 플랫폼 AJ벨의 댄 코츠워스 애널리스트는 "아이거는 이제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그러나 향후 12개월 이내에 목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더 이상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디즈니는 행동주의 펀드들에 맞서 기관투자증과 창립자 가족이자 스타워즈 제작자인 조지 루카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의 아내인 로렌 파월 잡스 등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디즈니의 최대 주주는 7.8%의 지분을 보유한 뱅가드 그룹이며,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가 각각 4.2%,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뱅가드 그룹과 블랙록 경영진은 주총 전날 디즈니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디즈니 주가는 연례 주주총회 당일 118.94달러로 3.2% 하락했다.
펠츠, "실망스럽긴 하지만 디즈니 거버넌스에 좋은 영향"
펠츠는 “오늘 투표 결과와 관계 없이 트라이언파트너스는 디즈니의 향후 성과를 지켜볼 것”이라며 “오늘 결과가 실망스럽긴 했으나 행동주의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디즈니의 주가가 상승했고, 우리는 디즈니의 거버넌스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쳤음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메드트로닉 전 CEO이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임원인 빌 조지는 “주주들은 아이거를 지지하고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길 원했다”며 “넬슨 펠츠가 장기적으로는 디즈니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라고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디즈니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31% 상승했으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JI)에서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디즈니에 변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넬슨 펠츠와도 경쟁을 펼친 블랙웰스는 "넬슨 펠츠가 디즈니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목표는 달성됐다.“며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될 우리 후보들이 선택받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우리는 주주들의 뜻과 주총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