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으로 배당정책 수립하거나 이사 선임
기업 운영 전반에 걸친 주주권 존중 인식 확대
활발한 소액 주주 플랫폼 활동... 영향력 확대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안건으로 상정된 주주제안의 수는 줄었으나, 일부 기업에서 배당정책을 수립했으며 주주제안 이사가 선임되는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사이드코리아 등 주주 플랫폼이 큰 관심을 받으며 영향력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제안 줄었으나... 일부 기업 배당정책 수립·주주제안 이사 선임

한국ESG연구소가 2024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총 689개사를 대상으로 안건 4528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주주제안의 수는 72개였으나 올해는 52개로 감소했다. 주주제안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6%에서 올해 1.1%로 축소됐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결산 및 배당, 정관변경, 임원선임(이사의 선임 및 감사 또는 감사위원의 선임)에 대한 주주제안이 80% 이상(52건 중 42건)을 차지했다.

분석 대상 기업 중 2023년부터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 이전 기간까지 자사주소각을 실시한 기업은 66개사(9.8%)였다. 전년 27개사(4.1%) 대비 5.7%P 증가했다. 무배당 기업은 188개사(27.8%)로 전년 181개사(27.3%)대비 소폭 증가했다. 분기 및 중간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2023년 53개사에서 올해 92개사로 5.6%p 상승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자사주 소각 기업의 증가는 금융당국에서 정책과제로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의 취지와 부합하는 시장의 변화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321개사로 전년 대비 6개사 감소(-1.8%)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석기업이 상정한 정관 변경 안건의 수는 431건으로 전년 대비 20건 감소(-4.4%)했다.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 기업 수 및 해당 안건 수는 2021년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또한 이번 주총에는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권한 배분에 관한 주주제안이 다수 상정됐다. 자기주식의 소각을 이사회 결의 없이 주주총회 결의로도 가능하도록 변경하는 주주제안은 분석 대상 기업 중 4개사에 상정됐다.
또한 1개사에서는 회사의 자본구성 내지 조달, 지배구조 개편, 주주환원정책 등에 관한 사항을 비구속적인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권고적 주주제안’과 이사, 감사 및 미등기임원의 개별 보수 지급안에 대하여 비구속적인 주주총회 결의를 실시하도록 하는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도입을 요구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되기도 했다.
연구소는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것은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반드시 이사회에서 결의하여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업무집행에 관한 것은 아니므로 정관 변경을 통해 자기 주식 소각이 이사회 결의 없이 주주총회 결의로도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원선임과 관련해서는 주주제안을 통하여 사내외 이사가 선임되는 사례도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특정 기간에 몰려있는 정기주총, 주주권 행사 어렵게 만들어

ESG연구소 측은 “통상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주주총회 개최 14일 전에 하고, 주주총회 개최 시기도 특정기간(2~3월)에 집중하기 때문에 주주들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정책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주주권이 보다 존중 받는 주주총회의 밸류업 정책(법제도 포함) 수립이 선결되어야 할것이다.”고 밝혔다.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비사이드코리아도 정기 주주총회가 특정 기간에 몰려있음을 지적했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전제한 규정(상법 제350조 제3항) 때문에 상장사는 매년 12월 마지막 날을 의결권 기준일로 할 수밖에 없었으며, 기준일로 정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애 주총을 개최해야 하기 떄문에 3월에 주총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2020년 상법 개정으로 삭제되면서 의결권 기준일은 각 상장사 정관에 의해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비사이드코리아는 “의결권 기준일이 2월 말일이라면 5월 안에만 주주총회를 열면 되는데, 상법 개정 4년이 지났음에도 4월 이후 주총을 열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곳은 거의 없었다”며 “이와 같은 ‘주총 쏠림 현상’은 결국 여러 회사에 투자하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쉽지 않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성장 및 영향력 확대
올해 주총 시즌에는 소액 주주들도 쉽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주플랫폼의 활동이 큰 관심을 받았다.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비사이드 코리아는 지난해 대비 위임 금액이 대폭 성장했다고 밝혔다. 비사이드코리아를 통해 위임된 주식의 총 금액은 5449억으로 지난해 대비 156.9% 증가했다.

비사이드 코리아는 주식 보유액 별로 유저 수를 나누어 분석한 결과 1000만원 미만의 주식을 위임한 소액주주들이 27.13%, 1000만원~5000만원의 주식을 위임한 주주들이 41.87% 비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비사이드코리아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표를 모은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얼라인파트너스와 JB금융지주의 표대결 ▲IBK기업은행과 KT&G과의 표대결 등이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비사이드코리아에 캠페인을 게시하고 전체 지분율의 약 2%를 넘는 지분을 모았으며, 결과적으로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얼라인이 제시한 '비상임이사를 2인으로 증원하는 건'은 부결됐으나, 이희승·김기석 사외이사가 각각 득표순위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선임되며 이사회 진입에는 성공한 것이다.
KT&G의 경우 IBK기업은행이 반대한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은 그대로 선임됐으나, 주주제안한 손동환 사외이사도 선암되며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KT&G 주주제안 사외이사 선임은 KT&G의 지배구조 선진화와 이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에 크게 기여하고 향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에 발맞춰 KT&G 가치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주제안 후보가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KT&G와 JB금융지주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시행됐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집중투표 배제 정관을 두고 있으나, KT&G와 JB금융지주 등 일부 기업은 해당 정관을 두고 있지 않다.
통합집중투표제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이사 후보자 중 한 사람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투표 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상위 득표자 들이 이사로 선임된다.
비사이드코리아는 "상법과 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기업’은 주주가 집중투표 배제 정관의 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때는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에 개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올해처럼 지배주주 집단 내부에서 다투는 경우가 늘어나면, 도전하는 지배주주 집단 역시 이미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에 집중투표의 효과는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집중투표제'가 아직 반쪽자리 제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JB금융지주의 주총에서는 해외 주주가 의결권 행사 서비스를 통해 투표하면 외국계 은행 등 상임대리인을 거쳐 한국예탁결제원에 전달된 뒤 주주총회에서 반영됐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는 "외국인 주주 투표 후 의결권 행사 서비스와 상임대리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해외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어렵고, 외국인 주주가 JB금융지주 주주총회 전 투표 화면에 찬성과 반대만 선택할 수 있고 표 분배를 위한 별도 기입 공간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블루콤에서는 비사이드코리아가 서비스를 제공한 소액주주연대의 주도로 감사 선임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왔다. 삼목에스폼 주주연대 역시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감사나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에 성공한 소액주주연대의 사례가 없었다.

다만 삼목에스폼의 경우 정관상 이사의 임기는 3년이지만, 이사회 측이 주주제안 사외이사에 대해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함께 상정했다. 해당 안건이 함께 가결되며 선출된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의 임기가 1년으로 제한됐다.
비사이드코리아는 자신들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의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업무를 담당했던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서는 “주주총회 당일 사전표결에서 모녀 측이 우세하게 나타났으나 현장투표에서 결과가 반전되며 통합 반대 측의 5명 선임으로 주주총회가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한미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진 5명이 신규 선임됐다.
비사이드코리아 측은 “양측 모두 균형있는 주주들의 참여가 이루어졌음에도 결국 표대결을 뒤집었던 것은 모녀 측으로 예상했던 임종호·임진희·임종민 고(故) 임성기 창업주 조카 3명이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디올투자증권과 김기수 및 특수관계인 ▲고려아연과 영풍 ▲금호석유화학과 차파트너스 등 주주제안과 주총 표대결이 이루어진 다른 주주총회에서는 모두 사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비사이드코리아는 “비록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간 각각의 주총에서도 소액주주들이 플랫폼을 통해 결집하며 괄목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기울어짐을 바로잡고,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을 발전시키는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위해서 앞으로도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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