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기업경영연구소, 500개 상장사 주총 분석
경영권 분쟁 상황 속 주주 친화적 제안 확대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국내 상장기업들의 2024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관련 주주제안이 증가했으며 경영권 분쟁에 직면한 기업일수록 주주친화적 주주제안이 많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아주기업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4 정기 주주총회 리뷰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 기간 동안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관련한 주주제안 안건 수는 지난해 11건에서 올해 16건으로 5건 늘어났다. 또한 한미사이언스·금호석유화학 등의 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며 소액주주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주주친화적 제안이 확대됐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2024년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의안분석을 실시했다. 안건 유형별 수는 재무제표·배당 506건, 정관 332건, 이사선임 1682건, 이사 보수한도 501건, 감사 보수한도 201건, 기타 152건이었다.

500개사 중 제무제표 및 배당 관련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총 486개사였다. 이 중 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총 332개사로 68.31%의 비율이었다. 무배당 기업은 154개사로 31.69%였다.
주주제안, 배당 안건 감소·자사주 매입 및 소각 안건 증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관련된 주주제안의 안간 수는 모두 16건으로 지난해 11건에서 5건 증가했다. 반면 배당 확대와 관련된 주주제안 안건은 지난해 27건에서 올해 12건으로 반 이상 감소했다.

연구소는 올해 주주제안 배당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기업 중 대표적인 경우로 2023년도 기관투자자의 주도 하에 이사회안과 주주제안 간 배당 안건 경합이 일어났던 BYC, JB금융지주, 남양유업, KT&G, 태광산업, 한국알콜 등을 예로 들었다.
연구소는 주주제안 배당 안건이 상정된 기업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하여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였으며, 주주제안을 이사회 측에서 일정 부분 수용하여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선제적으로 이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배당 안건 경합이 일어났던 기업들의 대다수가 전년도 대비 2023년 당기순이익이 감소하였으나 총 배당금을 유지하거나 증액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소는 이러한 경향이 기업의 경영에 있어 주주제안의 영향력을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주주환원 요구 형태가 배당 확대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띄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한국 증시 저평가, 자기주식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써 기능할 가능성에 대한 견제, 세금 납부 측면에서의 이점 등이 작용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주주제안 안건의 가결률 상승

전반적인 주주제안 안건의 가결률은 높아졌다.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기업은 총 40개사(유가증권시장 15개사, 코스닥시장 25개사)로 전년 대비 11.11% 감소했고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안건의 수도 135건으로 전년 대비 15.63% 감소했다.
그러나 총 135건의 주주제안 안건 중 가결된 안건은 37건(가결률 27.41%)으로 지난해 주주제안 160건 중 29건 만이 가결(가결률 18.13%)된 데 비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소는 “이는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계속해서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기업들에서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부각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측(42.66%)과 주주제안측(40.56%)의 지분율 격차는 불과 2.1%p였다. 주총 결과에 소액주주들의 의사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한미사이언스 기존 이사회 측은 OCI와의 통합을 주장하며 R&D재원 확보, 재무구조 개선, 중장기적인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을 목표로 제시하며 소액주주들을 설득했다. 주주제안측도 5년 내 순이익 1조원달성, 순이익률 20%대 후반, 시총 200조 달성 등의 목표를 내세우며 소액주주들에게 위임을 호소했다.
소액주주들에 대한 소통의 차이가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갈랐다는 점이 이후 타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주요 참고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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