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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과 공동구매·공동영업 계약 종료... 결별 공식화

  • 기자명 박가영 기자
  • 입력 2024.04.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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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한지붕 두가족... 영풍-고려아연 계열 분리 수순 들어가
고려아연, 영풍빌딩 떠나 종로로 본사 이전
영풍, 신주발행무효의 소 제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고려아연이 75년간 이어진 영풍과의 공동구매·공동영업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9일 영풍과 이어오던 공동계약을 계약 만료에 맞춰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수십 년 전부터 20여건의 원료 등 공동구매·제품 판매 과정에서의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왔다. 이날 고려아연은 영풍 측에 갱신 기한이 도래한 몇 건의 공동구매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고려아연은 올해 10여건, 내년과 후년에 총 10여건 등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계약에 대해 순차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향후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에 있어 각 거래처와 개별적인 협상·계약을 진행하며 사업을 영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경영악회로 인한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기침체로 비철금속 시장에서 원료 수급과 제품 판매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경영환경 악화로 부담이 커지고 있어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외신 등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안전 리스크로 조업 차질과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고, 원료 구매의 불확실성으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고려아연의 조치가 영풍과의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과 함께 체결한 3자 공동계약으로 인해 공급 감소에 따른 납품 차질 시 손해배상 위험이 존재하는 점도 이번 결정의 원인으로 꼽힌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결정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 첫 표대결한 ‘한지붕 두가족’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함께 세운 기업이다. 이후 1970년대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규모가 커지며 아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창업주들은 비철금속 제련회사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된 고려아연은 영풍과 함께 성장했다. 

비유하자면 ‘한지붕 두가족’으로, 현재 고려아연의 경영은 최씨일가가, 영풍그룹과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 회장 일가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졌으며, 최근까지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러한 경영권 갈등은 올해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수면위로 올라왔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이 내놓은 배당안과 정관변경 안에 직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이다.

2024년 3월 19일 열린 고려아연 제50기 주주총회 사진=연합뉴스
2024년 3월 19일 열린 고려아연 제50기 주주총회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과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은 그렇게 지난 19일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 안건과 정관 변경 안건을 놓고 처음으로 표대결을 벌였다.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배당 안건은 61.4% 찬성을 받으며 채택됐고, 특별결의 사항이라 출석 주주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정관 일부 변경안은 찬성표 53%로 부결돼 영풍 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고려아연의 배당·정관 변경에 반대 의사를 밝힌 영풍은 비사이드코리아를 통해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호소해왔다. 영풍의 장형진 고문 측은 약 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에, 주총에서의 표 대결이 더욱 더 관심을 끌었다.

고려아연은 올해 주총에서 1주당 1만5000원의 결산 배당 안건을 상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040억원이다. 그러나 영풍 측에서는 해당 배당액이 전년도 2만원보다 감소했기 떄문에 배당금액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한다는 정관 변경의 안건에 대해서도 영풍 측은 신주 발행으로 인해 기존의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등으로 기업가치 및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해왔다"며 그 결과 주주들은 주가하락, 지분가치 희석, 배당금 감소 3중고를 겪고 있다”고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주총의 결과를 두고 영풍은 정관 변경 안이 부결되었다는 점을, 고려아연은 배당안이 통과됐으며 정관 변경의 안에서도 과반이 넘는 지지율을 얻어냈다는 점을 부각했다. 업계에서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이대로 소통을 단절한 채 갈등이 깊어진다면, 70여년간 이어온 한지붕 두가족 경영체제가 끝이 나고 계열 분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결별 수순 밟아가는 고려아연-영풍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사진=영풍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사진=영풍 

고려아연은 주총이 끝난 뒤 지난 45년간 본사로 사용하던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을 떠나 서울 종로 그랑서울로 본사를 옮겼다.

고려아연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종로로 본사를 이전한다"며 "새로운 오피스에서 새로운 50년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계열 분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양사의 갈등은 법정 싸움으로 비화됐다. 고려아연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를 발행한 것에 대해 영풍 측에서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이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니켈 공급망 관련 파트너십 강화의 일환으로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유상증자 방식으로 확보했다. 

영풍은 이에 대해 경영상 목적이 아닌 지배권 방어를 위한 신주발행이었다며, 해당 주식 104만5430주의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영풍 측은 현재 지속적으로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아들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번달 3일까지 고려아연의 주식 9300주를 매입했다. 장 회장의 배우자 김혜경 씨도 이번달 400주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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