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퍼스·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반대 불구 95% 지지
엑손, 아르주나 캐피탈·팔로우 디스 소송 여전히 진행 중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행동주의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8일(현지시간) 개최된 엑손 모빌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대런 우주 회장과 조셉 훌리 수석 사외이사가 큰 표차로 재선임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12명의 엑손 모빌 이사 후보들은 모두 87%에서 98% 사이, 평균 95%의 지지율로 쉽게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지지율은 평균 96%였다.
엑손은 이날 결과 발표 후 성명을 통해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는 엑손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컨설턴트인 프란시스 버드(Francis Byrd)는 ”엑손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엑손의 소송으로 인한 어떠한 리스크도 이사 재선임을 반대할 만큼 충분히 강력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는 캘퍼스 등의 태도와 대조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최대 공적 연금인 캘퍼스(CalPERS,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는 주총 전 대런 우즈 CEO와 12명의 기존 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엑손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제안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소송을 제기한 것은 결국 투자자들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캘퍼스는 엑손 주식 845만주, 약 10억달러(약1조3600억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캘퍼스 외에도 여러 기관투자자들과 인사들은 엑손모빌의 이사회에 반대를 표했다. 피오나 마 캘리포니아 재무장관과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원장을 비롯한 여러 주 재무 책임자들과 그 밖의 공공 및 노동계 리더들은 21일 엑손모빌이 기후 활동가들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을 이유로 주요 자산 운용사들이 이사회에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1조6000억달러(약 2190조원)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역시 엑손모빌 조셉 훌리(Joseph Hooley) 수석 사외이사의 재선에 반대 투표를 예고했다.
글래스루이스의 대리고문 역시 엑손모빌이 "비정상적이고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고 있다며, 주주들에게 엑손의 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에 대한 반대를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의결권 자문 보고서에서 “주주 제안 안건을 상정시키지 않으려는 엑손의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자원이 제한된'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취한 엑손의 법적 조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손 모빌의 이사 후보들은 쉽게 재선에 성공했다. 컨설팅 업체인 사운드보드 거버넌스(Soundboard Governance)의 더글러스 치아(Douglas Chia) 사장은 이번 투표 결과가 "엑손의 완벽한 승리"라며, ”최저 득표자도 87%의 찬성을 받으며 예상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엑손, 아르주나 캐피탈·팔로우 디스 소송 여전히 진행 중
엑손모빌은 지난 1월 행동주의 펀드 아르주나 캐피탈(Arjuna Capital)과 팔로우 디스(Follow This)를 대상으로 이들의 기후관련 주주제안이 주총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엑손은 이들이 제시한 주주제안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총에서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소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아르주나 캐피탈과 팔로우 디스는 엑손모빌을 비롯한 다른 정유업체들에게도 보다 엄격한 기후 목표 설정을 요구해 왔다. 특히 엑손모빌은 5대 메이저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 쉐브론텍사코, 로얄더치쉘, BP, 토탈 중 유일하게 스코프3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는데, 엑손모빌이 텍사스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는 스코프3과 관련된 주주제안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겨 있었다.
엑손의 소송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정유사가 행동주의 펀드를 대상으로 기후 관련 주주제안 상정을 막기 위해 제기한 최초의 소송이다. FT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에너지 기업들은 1년에 10회 이상 환경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주 제안을 받는다. 그러나 기업이 주주제안에 맞서 먼저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미국 정유 업계에서 최초다. 주주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은 많았으나, 반대의 경우는 상당히 드물기 때문이다.
소송 이후 투자자들은 주주제안을 철회했으나, 엑손은 소송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소송 비용 등을 청구했다.
대런 우즈 CEO는 이번 주총에서 엑손의 사회적 영향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주주가치를 증가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요구는 주주가치 증대와 일치하지 않는 행동주의 안건을 진전시키기 위해 합법적인 절차를 사용하는 또 다른 예시다”고 밝혔다.
사회적 영향력을 재검토 해야한다는 안건은 지난해 17%보다 훨씬 감소한 7%의 찬성률에 그쳤다고 엑손은 밝혔다.
엑손 이사들의 보수 관련 안건은 92%가 찬성했다. 작년 91%보다 증가한 수치다. 플라스틱 생산 관련 공시를 요구하는 안건은 21%의 지지를 얻었다. 이는 지난해 25%보다 오히려 감소한 조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