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원금보장형 비중 90%, 도입 전보다 높아
원금보장형 상품, 기회비용에 불필요한 보장받는 셈

원금보장. 듣기만해도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다. 언제 돌발사태가 터질지 알 수 없는 금융시장에서 원금보장은 매력적이다. 시장이 불안할 때라든가 바닥을 헤맬 때 원금보장 상품은 인기를 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수익 기회를 발로 걷어차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노후자금을 모으지 못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원금보장 금융상품으론 저축성 생명보험이 있다. 사고나 질병 등을 보장해 주고 납입한 원금에 이자까지 지급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보험사가 떼어가는 수수료 비용을 감안하면 빚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다.
채권도 마찬가지.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표면이자를 합친 원리금을 상환해줘 투자포트폴리오에 꼭 포함된다.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 주식보다 한수 아래다. 이밖에 지수,원자재,이자,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가운데 ‘LB‘로 끝나는 원금보장형이 있다. 이 역시 수익률이 은행금리보다 약간 나은 정도에 그친다.
이들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의 단골손님은 노후자금을 만들려는 은퇴예비자나 이미 직장을 떠난 은퇴자들이다. 이들에게 노후자금은 절대 까먹서는 안되는 돈이다. 이 돈 만큼은 하늘이 두쪽나도 원금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굳건히 깔려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디폴트옵션’ 또한 전체 적립금의 90%가 원금보장형에 투자돼 있어 제도도입 전보다 더 높아졌다. 미국 퇴직연금인 401K의 주식형 비중은 70% 넘는다. 이쯤되면 우리나라 사람의 원금보장 사랑은 ‘병’에 가깝다.
자금운용에서 안전제일주의를 따르는 사람에게 원금보장은 든든한 복음이다. 원금손실 위험이 큰 불확실성시대에 원금을 지켜준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원금보장형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증시 침체기에 많이 팔린다.
지난 2008년 하반기 미국의 금융위기 때 그랬고 2010년대 초반 유럽의 재정위기 때도 그랬다. 요즘도 지지부진한 주가흐름 속에 증시가 좀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자 원금보장형 상품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원금보장형은 주가가 정점을 쳐 하락국면이 예상될 때 투자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손해볼 게 뻔한 원금보장 상품을 시장에 잘 내놓지 않는다. 그러나 바닥국면에선 크게 힘들이지 않고 공포분위기에 사로잡힌 투자자를 상대로 원금보장 장사를 할 수 있다.
주가 하락기는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 전환 기회
주가가 오를 일만 남은 바닥권에선 원금보장보다는 공격적인 투자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투자자들은 원금보장의 함정에 빠져 수익을 포기한 대가로 많은 기회비용을 물어가면서 불필요한 보장을 받는 셈이다.
경제엔 공짜가 없듯이 투자의 세계에서도 안정적이면서 수익이 좋은 원금보장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금보장을 선택했다면 수익은 포기하라는 말이다.
목돈으로 큰 돈을 단기적으로 투자할 때 원금 보장은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적립식으로 장기간 다달이 얼마씩 부어나갈 때엔 어느 정도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시간은 수익과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니까.
원금보장을 고집하다간 나중에 생활비가 모자라 노후생활 내내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안전자산 원금보장이 독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실적배당 투자비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그럼 원금보장 심리를 어떻게 퇴치해야 할까. 인간은 최신 정보와 충격적인 정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걸 ‘최신 효과’라고 한다. 예컨대 주가하락과 금융위기를 예상하는 신문기사를 봤을 때 최신효과가 작용해 앞으로의 위험을 과대평가한다.
반면 주가 상승기엔 기회를 과대평가하고 위험을 과소평가한다. 주가 하락기엔 주가상승을 암시하는 정보를 무시하고 손실회피 심리에 빠진다. 원금보장 상품을 사는 건 그래서다.
손실이 두려워 섣불리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최신효과를 차단해야 한다. 매일 주가 움직임을 확인하거나 주가에 관한 기사를 수시로 찾아 읽는 것을 삼가하라 이야기다.
그 대신 투자하려는 기업들이 과연 수익을 지속 가능하게 낼 수 있는 혁신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탐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주들과 소통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꾸준히 확중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의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적극 환원하는 기업들을 찾아 동반자 관계를 맺어보자.
[서명수 ESG경제신문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