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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전기차 반대 아니었나?...머스크는 왜 트럼프에 올인하나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4.07.17 12:44
  • 수정 2024.07.17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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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트럼프에 거액 기부하기로
트럼프는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반대해 와
머스크, 트럼프 변화에 자신감 갖는 듯

2022년 10월 8일 네바다주 민덴의 민덴 타호 공항에서 집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2021년 7월 1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머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모습을 합친 사진; AP=연합뉴스 
2022년 10월 8일 네바다주 민덴의 민덴 타호 공항에서 집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2021년 7월 1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머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모습을 합친 사진; AP=연합뉴스 

[ESG경제=이진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이나 테슬라에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D 밴스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밴스 역시 전기차에 매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인사다.

머스크가 중국의 비야디와 세계 전기차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세계적인 전기차 회사의 CEO로서 온실가스 감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기차만 운행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모두를 반대하는 트럼프나 밴스를 지지한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보일 정도다.

잘 알려진 대로 트럼프는 재임 기간 중 청정에너지가 불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의 화석연료 산업을 강화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데 매진했다. 심지어 2017년 6월에는 파리기후 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한 테슬라가 만드는 전기차를 비판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에다 “전기차는 사기다. 전기차는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전기차 전환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파괴하고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루스 소셜은 2021년 1월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엑스(X·구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기존 SNS에서 연달아 계정이 중지된 후 트럼프가 직접 설립한 SNS다.

밴스도 상원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전기차 보조금을 없앴을 뿐 아니라 휘발유 차량을 홍보하기 위해 ‘드라이브 아메리칸 액트’(Drive American Act)라는 법안을 주도하며 전기차를 반대해왔다.

트럼프에 거액 기부하기로 한 머스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트럼프의 재선 출마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본 사안에 정통한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하는 새로운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단체)에 매달 4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620억 원 이상을 기부하여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2011년 4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5000달러(약 690만원)를 기부하는 등 과거에도 민주와 공화 양당 후보에게 돈을 기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에게 기부하기로 한 액수에는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머스크는 주말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부상을 당한 직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그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머스크가 최근까지도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가 그의 지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머스크는 3월에만 해도 트럼프나 바이든의 선거 운동에 기부할 의사가 없다는 트윗을 올리며 두 사람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었다.

머스크로부터 지지를 받게 된다는 건 트럼프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을 떠나 머스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중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머스크의 지지로 그를 팔로잉하는 1억90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일부라도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대선 때 세계적인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게 바이든 당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될 만큼 인플루언서는 미국의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든 캠프가 이번 대선에 앞서 스위프트에서 연이어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 가지 이유로 트럼프 지지 

외신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머스크가 자신과 철학이나 노선이 다른 트럼프를 지지하게 된 첫 번째 이유로 그가 트럼프에 대해 개인적인 호감을 느꼈을 수 있기 때문이란 점이 꼽히고 있다.

WSJ은 지난 5월 머스크와 트럼프가 최근 몇 달 동안 자주 대화를 나누며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머스크가 유권자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 프로젝트의 조직을 돕고 있으며 트럼프가 이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두 사람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머스크가 자문 역할을 하는 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단, 머스크는 사실이 아니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트럼프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을 받자 ”그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전화를 하곤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다“며 두 사람이 서로 낯선 관계가 아님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전화할 때 매우 친절하다“면서 트럼프에게 “‘전기차가 미래를 위해 매우 좋다’며 ‘미국은 전기 자동차의 선두주자’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우호적인 관계는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하기로 결심한 두 번째 이유로 이어진다. 즉 그가 트럼프와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눠보니 전기차 산업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돼 그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혔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금융산업매체 벤징가는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전기 자동차 산업을 비판했지만, 머스크는 ‘트럼프가 전기차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따르면 6월 주총에서 머스크는 ”트럼프가 ‘그의 많은 친구들이 현재 테슬라를 소유하고 있으며 테슬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면서 ”트럼프가 사이버트럭의 열렬한 팬"이라고도 보도했다.

즉, 머스크가 보기에 트럼프나 트럼프의 주위 사람이 전기차에 맹목적으로 적대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고, 얼마든지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세 번째로 머스크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테슬라와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이 더 유리한 환경에서 경영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 게 트럼프를 지지하기 시작한 이유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트럼프가 추진할 걸로 예상되는 규제 완화 정책과 관련된다.

딥워터 자산운용의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는 최근 CNBC에 출연해 “미국 정부가 규제 완화와 관련해 우호적인 여건을 만들어주면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배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 테슬라는 8월 8일 공개하기로 했던 FSD 차량인 로보택시 공개를 두 달 연기한 상태다. 테슬라는 차량 시제품을 제작할 시간을 더 벌기 위해 로보택시 공개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머스크의 이런 트럼프 지지로의 선회가 그나 테슬라에게 마냥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레이딩 팟캐스트인 프리마켓프렙의 공동 진행자인 아론 브라이는 벤징가에 “민주당 우세주가 공화당 우세주보다 에너지 저장 이니셔티브에 서명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는 결국 테슬라 같은 회사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우세주들이 트럼프에 대한 머스크의 기부에 분노하면서 향후 머스크와 회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보면 머스크의 행동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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