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기업 41%, ESG 보고 요건 불분명함 지적
美와 EU 및 캘리포니아 정보 공개 요구 내용 달라
기업들, 여러 규제 기관 만족하는 정보 공개에 어려움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후 정보 공개를 추진 중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캘리포니아주 등이 각기 다른 내용의 정보 공개를 요구함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상충된 ESG 규제에 대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인용한 톰슨 하인(Thompson Hine)이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글로벌 상장기업 중 41%가 지역마다 서로 다른 ESG 요건으로 인해 초래된 명확성 부족을 현재 직면하고 있는 단기적 해결 과제로 꼽았다.
톰슨 하인은 제조, 금융 서비스 및 기타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상장 및 비상장 기업의 사내 변호사 및 기타 임원 15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은 상장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캘리포니아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의무를 승인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실시된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주 중에서는 최초로 기후공시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켜 올해 1월부터 기후공시 의무를 법제화했고, SEC는 올해 3월 기후공시 규칙 최종안을 채택함으로써 미국 내 모든 상장사가 기후 리스크와 관련 재무적 영향,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EU도 올해부터 자체 기후 공개 표준을 시행하기 시작했으며 2028년에는 이를 다국적 대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관마다 다른 의무 보고 내용
그런데 보고 수준이 서로 다른 게 기업들에 부담스럽게 작용한다는 게 톰슨 라인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SEC는 캘리포니아나 EU보다 더 제한적으로 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고, SEC의 규제는 소송에 직면해 시행이 일시 중단된 상태라 캘리포니아와 EU의 규제보다 시행 단계가 뒤처진 상태라는 설명이다.
배출량 공개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공급망 및 기타 간접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 반면에 SEC는 3월 공시 기준에서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EU는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에서 이를 의무화했다.
스코프 3은 가치사슬 전체에서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모든 간접적인 배출량을 말한다.
톰슨 하인의 파트너인 하이디 프리드먼은 이에 대해 “고객들이 여러 규제 기관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정보 공개를 조정하는 방법을 잘 몰라 기관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구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기업에 정말 큰 변화이자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 의무 준수 시점도 불투명
기업이 SEC와 캘리포니아 요구 사항을 언제부터 준수해야 하는지 역시도 불분명해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SEC는 여러 건의 소송에 직면한 후 4월에 기후공시 도입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역시 법적 소송에 휘말리면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보고 시기를 2026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톰슨 하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SEC의 규정은 상장기업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이들 기업의 85%가 법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규정 준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을 준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한 곳은 63%였고, 캘리포니아의 기후 정보 공개 요건에 대비하고 있는 곳은 이보다도 낮은 35%에 불과했다.
또 거의 절반에 가까운 상장기업이 공급업체에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데이터는 모든 스코프 3 요건을 준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상장 기업은 이러한 규칙에 대비하는 데 관심이 적었다. 톰슨 하인은 이들 중 13%만이 EU나 캘리포니아의 기후 정보 공개 요건을 준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ESG 데이터 보고와 관련해 표준화 부족 때문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미국의 상장 기업들은 점점 더 많은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표준화 부족 문제로 전 세계의 많은 규제 기관이 앞으로 의무 보고 기준에 따라 요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후 데이터를 보고를 준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분야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당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ESG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어떤 표준을 따라서 공개해야 할지에 대해선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