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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유·가스업 아이러니...종사자 급감에도 생산량 급증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4.08.12 15:00
  • 수정 2024.08.13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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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스 분야 고용 10년째 감소세 이어져
반면 생산량은 사상 최대 이를 만큼 크게 증가
가격 급등락 겪은 업체들 생산 효율성 개선 효과
화석연료 분야 일자리 감소, 美 대선 영향 주목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이진원 기자] 미국이 어느 나라보다 많은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전 분야의 고용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학력 수준이 낮아도 높은 보수를 올릴 수 있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온 것으로 여겨지는 원유와 가스 생산 분야에서의 이러한 일자리 감소가 미국 대선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예를 들어, 북부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한 펜실베이니아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가스를 생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산하 ‘E&E뉴스’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터지기 전 정점을 찍었을 때인 2019년과 비교해서도 5% 늘어났다. 하지만 원유 시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교해 20% 가까이나 줄어들었다.

기후정책이나 청정에너지 수요와 상관없이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거치면서 화석연료 업계가 무자비할 정도로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생긴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에 따르면 직전 한 주간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340만 배럴로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원유 생산량은 꾸준히 많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에너지 연구 센터의 전무이사인 그렉 업튼은 “과거보다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로 인해 업체들은 인건비를 줄여 성장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원유와 가스 생산 분야는 여전히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 즉 고졸자들도 이 분야에 취업하면 중산층 수준의 소득을 올릴 만큼 임금도 낮지 않아 이 분야는 취업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일각에서는 정유소 수리공이나 주변 식당 종업원 등 원유와 가스 생산 분야가 간접적으로 창출하는 일자리 수는 직접적으로 창출하는 일자리의 10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높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화석 연료 분야 일자리 감소, 美 대선 변수 되나

11월 대선에서 화석 연료 분야 일자리 감소는 중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달리 한때 프래킹(fracking) 금지를 지지했다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이에 대해 꼬투리를 잡자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프래킹은 수압 파쇄(hydraulic fracturing)의 줄임말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땅속 깊은 곳에서 추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석유와 가스 붐을 일으킨 시추를 총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펜실베이니아 뮤렌버그 대학의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보릭은 “대부분의 펜실베이니아 유권자들이 (해리스처럼) 프래킹에 반대한다고 해서 그것이 투표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만큼의 큰 요소는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소수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일 수 있으며,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곳에서는 그 소수의 표를 얻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펜실베이니아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에서는 사소한 모든 것이 중요하다”면서 프래킹 분야 일자리의 감소 추세가 선거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잉 고용과 과잉 임금

미국 내 원유와 가스 생산 분야의 고용 수준은 팬데믹 기간 대폭 감소한 후에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나 생산량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23년 일평균 원유 생산량은 1290만 배럴로 2019년의 1230만 배럴에 비해 급증했다. 가스 생산량도 2023년 일평균 1억 2500만 입방피트로, 2019년보다 12% 늘어났다.

반면 관련 분야 인력은 2019년보다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10년 전 셰일 붐이 한창일 때와 비교하면 인원 감소 폭은 더욱 가파르다. 2014년에는 6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석유와 가스를 생산 업종에서 일했지만, 현재 이 수는 약 38만 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가스는 45%, 원유는 47% 더 생산량이 늘어났다.

비즈니스 그룹인 그레이터 휴스턴 파트너십의 연구 담당 수석 부사장인 패트릭 잔코브스키(Patrick Jankowski)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을 늘린 지 몇 달 후인 2015년에 미국의 프래킹 붐이 거품이 꺼지기 전까지 원유와 가스 업계에서는 한 마디로 ‘과잉 고용과 과잉 임금 지급’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의 프래킹 붐으로 글로벌 시장에 원유와 가스가 넘쳐나는 가운데 사우디의 증산으로 유가가 폭락하자 결국 관련 기업들은 긴축 경영을 하거나 도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생산량을 극대화하여 소위 ‘생산량 따라잡기’에 나섰던 많은 생산업체는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생산량을 줄이라는 압력을 받게 됐다.

결국 업체들은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신기술 도입과 개발을 통해 시추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추진한 끝에 한 유정에서 더 많은 원유나 가스를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노력은 새로운 유정을 시추하는 비용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런 변화가 결국 원유와 가스 생산 분야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지만, 전문가들은 사라진 일자리 대부분이 다시 생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단체인 에너지 인력 및 기술 위원회의 몰리 디터만 회장은 “기업들이 떠나간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튼은 “솔직히 말해서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으니 대단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하지만 일자리 감소가 광범위한 경제 불안을 야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E&E뉴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하는 미들랜드와 서부 텍사스에서는 올해 1분기 동안 원유 생산량이 계속 급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일자리는 3.7% 줄었지만, 미들랜드와 인근 오데사에서는 실업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원유와 가스 생산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더 이상 기존 일을 못 하게 됐더라도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 ‘세계의 에너지 수도’라고 불리는 휴스턴에서는 2015년의 경기 침체로 인해 2년 동안 성장이 멈추면서 석유와 가스 산업이 위축됐지만 다른 산업은 확장됐다.

예를 들어 화학 회사들은 값싼 가스를 바탕으로 번창했다. 휴스턴은 셰일 붐이 절정에 달했던 2014년보다 현재 일자리가 훨씬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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