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수출 기업들, 기후변화 대응 중심으로 경영전략 수정해야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야심 찬 대책에 대해 무역 장벽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우려와 반발이 있으나, 기후변화 대응에 주력하는 ESG 투자자 등의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15일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14일 탄소국경세(CBAM) 도입과 해상 항공유 비과세 혜택 폐지, 항공사에 무료 탄소배출권 지급 폐지,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 해운업 추가 등을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종합대책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핏 포 55‘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비 5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13개 방안을 담고 있다. 앞으로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정부와 의회의 승인을 거쳐 시행된다.
이에 대해 자산투자회사인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Allianz Global Investors)의 마르크 바데 지속가능성 연구와 스튜어트십 책임자는 “유럽연합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의욕과 기후변화 대응의 선구자 역할을 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박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 탄소 가격 형성을 위한 조치
로이터는 특히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은 탄소시장 개편 방안이며 이는 기업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단일 탄소가격 형성'을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단일한 가격으로 거래되면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의 속도와 깊이에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달 초 약 6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 그룹이 각국 정책당국에 단일 탄소가격제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현재 탄소가격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는 톤당 60 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북미 시장에서는 20 달러, 중국 시장에서는 7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유럽 기업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높은 탄소 배출 비용을 지불 한다는 불만을 토로해 왔다.
유럽연합이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인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 비용이 적은 나라의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유럽 시장에서 유럽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조치다.
이를 통해 우선 다른 나라의 탄소 가격을 유럽연합에서 거래되는 가격 수준으로 높이고 궁극적으로 전 세계적인 단일 탄소가격제 도입을 유도한다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있다. 탄소국경세는 철강과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 등 5개 산업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고 단계적으로 다른 업종으로 확대 적용된다.
파올로 겐틸로니 유럽연합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탄소국경세 부과에 대해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시에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단일한 탄소가격제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무작정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기후변화 대응 규제를 연구하는 산제이 패트나이크 연구원은 단일 탄소가격제에 대한 합의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유럽연합의 의도가 (탄소) 가격 격차를 조정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핏 포 55‘에서 제시된 모든 방안은 입법에 이르기 전에 논의를 거쳐야 하고 특히 탄소국경세 도입에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이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다.
영국 자산운용사 아비바 인베스터스(Aviva Investors)의 환경 전문가 릭 스타터스는 “탄소국경세는 유럽연합이 교역 상대국에 더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기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수출 기업 경영전략 기후변화 대응 중심으로 수정해야
런던에 있는 연구기관 아베르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츠(Aberdeen Standard Investments)의 제레미 로슨 연구원장은 앞으로 유럽에서 사업을 하거나 유럽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경영전략을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의 이번 조치가 “어떤 기업 에게는 탄소중립 약속을 하도록 하고 어떤 기업에게는 약속 이행에 대한 신뢰를 높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대유럽연합 주요 철강제품 수출국인 중국은 아직 탄소국경세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칭화대학의 연구팀은 지난 5월 발표된 보고서에서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의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중국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러시아는 탄소국경세의 경제적 피해가 7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터키의 관련 산업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주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를 무역장벽이라고 비난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