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는 폭염, 서유럽은 홍수로 대규모 인명 피해
전문가들 “기후변화가 뉴노멀 됐다”며 대책 마련 주문
뉴욕타임스 "이번 기상재해는 기후변화에 대한 미흡한 대처 드러내"
메르켈 총리, 기후변화 억제 위한 노력 강화 약속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과 홍수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연일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피해 상황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초래할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북미 서부지역은 지난달 중순부터 소위 '100년만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포틀랜드와 시애틀 같은 미국 도시들엔 전례가 없는 열파 현상이 일어나면서 도시 기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7일 미국 오리건주에선 폭염으로 116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섭씨 49.6도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던 캐나다 리턴 지역은 폭염으로 인한 화재로 도심의 90%가 사라졌고,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 사이 변사자가 700여명으로 평소 같은 기간의 3배였다고 밝혔다.
최근 독일을 포함해 서유럽에서 발생한 폭우와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는 160명을 넘어섰다. 지난 14∼15일 독일 서부와 벨기에·네덜란드 접경 지역을 강타한 폭우와 홍수로 현재까지 독일에서만 141명이 숨지고, 벨기에에서는 27명이 사망했다. 현지 당국은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태는 가장 부유한 나라들조차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프리데리케 오토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원장은 지구온난화가 진행 중이 아니라면 북미의 폭염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츠담 연구소의 기후학자인 디터 가튼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독일 홍수가 기존 기록을 얼마나 상회하는지 보고 놀랐다"면서 "이번처럼 장기간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준 홍수는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라이프치히 대학 기상학자 요하네스 콰스 역시 "기후변화가 '뉴노멀'이 됐다"라면서 "기후변화는 정상적 날씨의 정의를 바꾸고 있으며, 폭우가 새로운 일상이 되는 세상이 서서히 도래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 대처 준비 안 된 세계
뉴욕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북미와 유럽의 기상재해는 세계가 기후변화를 늦출 준비는 물론 이와 공존할 준비도 안 됐음을 보여주는 사태"라고 꼬집었다.
18일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독일 서부 슐트 마을에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피해에 대한 신속한 재정 지원과 함께 기후변화를 억제하는데 지금보다 두 배로 정치적 초점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해수면상승으로 나라가 물밑으로 가라앉을 위기인 몰디브의 대통령을 지낸 모하메드 나시드는 최근 자신이 설립한 기후취약국포럼(CVF)를 대표해 낸 독일 수재민 위로 성명에서 "이번 홍수는 기후위기 앞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상기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별로 기후위기로 받는 피해가 똑같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몰디브와 같은 작은 섬나라에 거주하든 서유럽 선진국에 살든 기후위기엔 누구나 위험하다"라고 강조했다.
선진국 대응 강화될까
이번 폭염과 홍수는 공교롭게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수개월 앞두고 발생했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에서는 기후변화 대응방안이 논의되며 각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간 자연재해에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에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해왔다.
대표적으로 필리핀은 2013년 태풍 하이옌에 큰 피해를 본 뒤 당시 난항을 겪던 새 기후변화협약이 타결되도록 선진국들이 긴급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9)는 당시 만료를 앞둔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할 새 체제를 내는 데 실패하고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기후협약은 2015년에야 체결됐다.
국제환경연구기관 '세계자원연구소'(WRI) 울카 켈카르 인도지부장은 "개도국에서 기상이변으로 큰 피해가 발생해도 지난 100년간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산업국가들의 책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서 "이제 심각한 재해가 부자 나라까지 강타하면서 기후변화에 맞서고자 세계의 도움을 구하던 개도국들이 '양치기 소년'이 아니었음이 증명됐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