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선언문' 채택했으나, 기온 상승 억제와 석탄 사용 감축 합의 실패...중국•인도 서명 거부
일부 국가, 파리협약 목표보다 강화된 10년 내 지구 온도 상승 1.5℃로 억제 주장
전문가들, 중국, 러시아, 브라질, 호주 에너지 정책 위험성 지적

[ESG경제=이신형기자]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26차 총회)의 의제에 대한 사전 조율을 위해 22일~23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주요 G20 환경 및 기후에너지 장관회의는 ‘기후대응 선언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COP26 의제가 정리됐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지구 온도 상승 억제와 석탄 사용을 줄이는 핵심적인 문제에서 중국과 인도가 서명을 거부하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호주의 에너지 정책이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지적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베르토 친골라니 이탈리아 생태전환부장관은 회의가 끝난 후 열린 브리핑에서 G20이 논란이 되는 두 가지 이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 문제가 오는 10월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아바즈(Avaaz)는 “오늘 나온 약속은 구체적인 내용과 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이번 합의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10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친골라니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 인도와의 협의가 특히 어려웠다며 지구 온도 상승 억제와 석탄 사용 중단 문제에 대해 중국과 인도가 서명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일부 국가는 파리기후협약의 합의보다 적극적인 지구 온도 상승 억제가 필요하다며 향후 10년 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로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탄소 경제에 기반을 둔 나라는 파리협약 준수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2015년 합의한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 당사국은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모든 합의 당사국은 COP26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기로 했으나, 한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많은 나라가 아직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EU는 1990년 대비 55% 감축, 영국은 1990년 대비 68% 감축,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감축, 일본은 2013년 대비 46%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은 45% 선에서 감축 목표를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탈 탄소화 필요성에는 모두 동의
두 가지 이슈에 대한 합의가 불발됐으나, 회의가 끝나고 발표된 기후변화 선언문에는 총 58개 항목의 합의가 담겨있고 탈 탄소화가 필요한 목표라는 데 모든 나라가 동의했다.
친골라니 장관은 ”G20이 기후와 에너지 정책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수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선언문에는 생물다양성 회복과 순환경제로의 전환,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청정에너지 전환, 녹색금융 활성화 등에 대한 G20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 선언문은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 회의에서 논의와 수정을 거쳐 국제협약으로 정식 채택될 예정이다.
전문가들, 중국, 러시아, 브라질, 호주 에너지 정책 위험 수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호주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유럽과 중국은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 피해를 입었고 미국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시베리아도 온도가 상승하면서 산불 피해를 입었다.
가디언은 이번 G20 환경 및 기후에너지 장관회의에서 드러난 각국의 입장차를 지적하며 11월 열리는 COP26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핵심적인 합의 도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G20은 현재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5%를 배출하고 있다.
가디언은 유럽연합과 영국은 파리협약 합의 달성이 가능한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나,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호주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타냐 스틸레 대표이사는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호주가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COP26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에쿼티 트래커(Paris Equity Tracker)의 얀 로비우 듀폰 선임 연구원은 ”주요국들이 기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충분히 조처를 하지 않고, 여러 경우에 G20 국가는 전 세계가 더 잦은 이상고온과 홍수, 기상이변을 겪게 될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 사용이 이어지면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5℃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1년에 최소 1개월간 극한의 가뭄을 겪는 한편, 열대우림은 파괴되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위험 수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태양열을 반사하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줄어 바다가 더 많은 태양의 복사열을 흡수하고 시베리아와 다른 지역의 영국 동토층이 녹아 이산화탄소와 함께 온난화를 일으키는 메탄이 분출돼 온난화가 가속화 할 우려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파리협약이 정한 목표대로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하려면 올해부터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이나 채굴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미국이 IEA 보고서의 의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이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중국과의 대화가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