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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상장' 일반주주에 20%우선 배정…M&A 공시의무 대폭강화

  • 기자명 김대우 기자
  • 입력 2024.12.02 14:58
  • 수정 2024.12.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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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분할시 소액주주보호…자본시장법 개정 정부안 이번주 국회제출
김병환 위원장 "상법개정 부작용 해소하면서 실효적 주주보호 가능"
주주 충실의무 확대 재계 반발에 정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급선회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정부가 합병·분할시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 이번 주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가 상법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급선회하면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대안이다.

100만개가 넘는 전체 법인이 아니라 2400여개 상장법인만 대상으로 하고, 합병·분할 등 4가지 행위에 한정해 적용되기 때문에 소송남용이나 경영위축 등을 방지하고,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의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바꿔 기업 인수합병(M&A), 쪼개기 상장 등을 할 때 기업이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보다 더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게 골자다.

국내 상장사들의 일반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확대함으로써 자본시장 투명성을 높여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일반주주 보호원칙과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여당과 협의해 의원입법으로 이번 주 빠른 시일내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이어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안으로서 더욱 집중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합병, 분할,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 자본시장법 165조의 4에 규정된 4가지 행위를 하는 경우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명시된다.

M&A시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 의무화

정부는 상장법인이 합병, 분할, 분할합병 등 주요 구조를 조정하는 경우 기업 이사회가 구조조정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 적정성 등에 대해 의견서를 작성·공시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는 상장사의 주요 구조 변동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반드시 검토해 자체 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라는 얘기다. 

정부는 추후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를 포함한 주주 보호 노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경영진의 행동규범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비계열사 간 합병뿐만 아니라 계열사 간 합병 등에 대해서도 가액 산정이 자율화되며, 외부 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가 의무화되는 등 절차가 강화된다.

계열사간 합병 가액 산정기준 폐지...'공정가액'으로 결정

우선, 기업 M&A시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선 가액 산정기준을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계열사 간 합병에 나설 땐 기준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10~30%를 할인 또는 할증해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비상장법인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 대 1.5로 가중 평균해 정해야 한다.

개정안은 계열사간 합병을 하는 경우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 ‘공정가액‘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따라 일률적인 산식 대신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한 가액을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M&A 외부평가기관이 평가·공시하도록 의무화

M&A에 대한 외부 평가·공시 의무도 강화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합병에 대해 제삼자인 외부평가기관이 평가·공시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상장 계열사 간 합병 등에 대해선 외부평가·공시 여부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다. 이를 통하면 기업 합병 시 결정된 몸값 등에 대해 객관성과 중립성을 보다 보장할 수 있고, 일반 투자자에 대한 정보 비대칭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쪼개기 상장'할 경우 기존 일반주주에 20% 우선 배정

기업이 유망 사업부문을 떼어내 별도법인으로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해선 일반주주에게 신규 상장하는 신설법인의 공모주를 모기업 일반주주에게 20% 범위에서 우선배정하는 제도적 근거도 마련했다. 정부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땐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 신주 비중의 20% 이내를 우선 배정할 수 있다. 이 우선 배정 비중에서 대주주는 제외한다.

기존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기업공개 공모주식은 우리사주 20%, 일반투자자청약 25%, 기관투자자(55%) 등으로 배정된다. 이 구조를 적용하면 모회사 일반주주는 공모주식을 우선적으로 받아갈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상장사가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 자회사로 상장하면 앞서 핵심 사업부를 성장동력으로 보고 투자했던 모회사의 일반주주는 해당 사업부를 간접 소유하는 식으로 바뀌어 사업부의 성장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정안은 기존 배정 규정에서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비중은 줄이고, 모회사 일반주주의 비중을 새로 잡도록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무조건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주주 보호 노력 상장심사 의무기간 5년→‘무제한‘으로

정부는 기존 주주 우선 배정 등을 의무화하는 대신  거래소 세칙 개정을 통해 상장사가 물적분할을 해 신규상장을 시도할 때 거래소의 일반주주 보호 노력에 대한 상장심사하는 의무기간을 기존 5년에서 ‘무제한‘으로 늘리기로 했다. 물적분할을 우회할 수 있는 영업양도·현물출자 방식 등의 기업분할 형태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질적 심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피해 가면서 실효적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손익거래의 경우 대부분 회사와 주주의 이해가 일치하는 반면, 합병·분할 등 재무적 거래의 경우 회사와 주주 또는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문제도 재무적 거래에서 다수 발생하므로 자본시장법에 재무적 거래에 대해 주주보호노력 조항을 둠으로써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실효적 주주보호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절차적 성격의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절차 준수시 거래의 적법성과 이사의 면책이 보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은 2464개, 비상장법인은 102만8496개다. 상법 개정시 적용 대상은 비상장법인까지 포함된다.

정부,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급선회

정부의 이번 개정안 발표는 물적분할시 주주 보호 사안을 기준으로 논의에 나선 지 약 2년 만이다. 올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나서면서 일반주주 보호 강화를 위한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상법 대신 보다 좁은 범위인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재계 안팎 등에서 상법을 개정할 경우 기업의 경영활동을 저해해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친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상법 개정보다는 ‘맞춤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간 기업의 주주 보호 의무 강화를 역설해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말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주주의무 원칙을 만드는게 상법 개정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적용 대상 법인을 상장법인으로 한정하고자 했다"며 "상법 개정은 비상장기업과 중소·중견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적용 대상 행위를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4에서 규정하는 네 가지 행위로 한정하면 기존 논의시 제기됐던 상법 개정에 따른 일상적 경영활동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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