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LG엔솔 등 투자확대에 서둘러 결정
적자규모 절반 가까이 줄여... 2025년 한자릿수 영업익 목표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SK이노베이션이 전격적으로 배터리사업의 분사를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다소 이르다는 평가와 적절하다는 평가가 혼재하고 있다.
4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앞서 3일 이사회를 통해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결정했다.
물적 분할로 오는 9월16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0월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분할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지난달 1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총출동한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회사 측은 “성장의 축을 기존 석유·화학 중심에서 배터리 중심으로 전면 이동하겠다”며 “배터리 사업과 함께 석유개발사업(E&P)에 대해 분할을 검토 중”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배터리 사업이 적자인 상태에서 섣부른 분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분사결정은 시장의 전망과는 다소 다른 행보였다.
시장에서 이미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올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있고 중국의 CATL이 완성차 업계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미 조 단위 투자금을 확보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어 SK도 손놓고 쳐다만 보고 있을 입장은 아니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결정에 대해 “투자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을 때 적시에 조달 방안을 실행키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사가 이미 시장확대를 위한 준비를 끝낸 만큼 더 지체하다가는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분할을 전격적으로 조기에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1테라와트+알파’ 규모의 수주 잔고를 갖추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타이밍에 분사를 결정한 셈이라는 시장의 평가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수주잔고는 약 130조원 규모로 CATL, LG에너지솔루션에 이은 글로벌 배터리 업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하는 등 배터리 사업이 다방면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의 투자 재원을 끌어 모아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해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는 중이다.
SNE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만 놓고 보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189.7% 늘어난 1.4GWh를 기록하며 5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성장률은 같은 달 CATL(175.0%), LG에너지솔루션(133.4%), 삼성SDI(107.7%) 등을 앞지른 수치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적자상태에 놓여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폭을 크게 줄여나가고 있단 점은 고무적이다. 올 2분기 실적은 직전 분기(-1767억원) 대비 절반에 가까운 수준인 979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손실 폭이 줄었다.
성장세를 감안해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5년 이후 한 자릿 수 후반대 높은 영업이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라잉카, 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적용까지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시켜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