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M&A이슈 대응 통해 사업정상화 청신호
주요 계열사 혁신경영에 박차...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낼 듯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국정농단 판결로 재수감된지 207일 만에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인수·합병(M&A)으로 자칫 시장에서 낙오가 될 위기에서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함으로써 삼성의 사업정상화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됐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출소이후 당분간 공개적인 경영활동보다는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행보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관측은 이날 출소하면서 이 부회장이 밝힌 입장에서도 읽힌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취재진에 “국민 여러분들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라며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밝혔다.
입장 이후 향후 삼성물산 합병 및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등 2건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과 취업제한 조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또 경제활성화 대책으로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반도체 투자와 코로나19 백신 등 어느 곳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1일 법무부 보호관찰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출소와 동시에 형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 보호관찰 대상자로 선정됐다. 장기간 해외 출장 시 사전 신고를 해야 하는 등 제약을 받는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가석방 이후에도 2건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어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는 식의 글로벌행보 보다는 국내에서 현안을 챙기는 식의 경영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당장 광복절 연휴에는 그동안 수감생활에 따른 건강을 챙기고 이르면 9월초에나 경영현안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노사문화 정착 및 준법·ESG경영에 박차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 즈음해 삼성 주요계열사가 신 노사문화 정착과 준법경영 등에 박차를 가해 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과 지난해 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후 진술이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삼성의 노사문화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사과하며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7곳이 이사회 산하 '노사 관계 자문그룹'을 설치하고 본격적 노사 상생경영의 기틀을 닦았다. 그룹 창립 이후 처음으로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한 계열사도 속속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전자계열사 중 최초로 올해 1월 109개 조항을 담은 단체협약을 정식으로 맺었다. 삼성전자도 9개월간 30여 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12일 사상 첫 단체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사법부의 요구에 화답해 설치한 독립적인 준법 감시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 활동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준법경영을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통제를 위해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는 법과 원칙의 준수가 조직문화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든 임원이 준법 실천을 서약했다.
삼성 계열사의 인사담당 부사장들은 최근 경기 용인시의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김지형 삼성 준법위원장(법무법인 지평 고문변호사)에게서 '삼성의 준법경영'을 주제로 초청 강의를 청취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되자 사흘 뒤 내놓은 옥중 메시지에서 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특히 신 노사문화와 준법경영에 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혁신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과 지난해 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후 진술에서 ‘4세 승계’가 없음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논란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바 있다. 박재완 이사가 회사 역사상 최초로 사외이사로서 이사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삼성 금융계열사들을 필두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석탄 채굴·발전 관련 투자를 중단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ESG 경영 추진 전략’을 마련해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한 바 있다.

다른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ESG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석탄 관련 신규 사업 투자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소재 사용을 통해 폐기 시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 저감, 부품 제조 시 사용되는 소재 사용량 효율화, 제품 사용 시 소비전력 최소화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사회적 책임(CSR) 활동 확대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진행 중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교육, 협력사에 대한 기술·교육 지원, 창업 생태계 활성화 사업의 대상과 규모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인해 삼성의 신 노사문화와 준법경영에 ESG경영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법무부의 취업제한과 추후 경영 승계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경영복귀가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